| 예산상 유가 가정 |
| 2026년 배럴당 59달러, 2027~2029년 50달러 |
| 향후 에너지 재정 수입을 더 조심스럽게 본다는 의미 |
공식 전망만 낮아진 것도 아니다.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는 1분기 부진 이후 2026년 GDP 성장률 전망을 기존 11.5%에서 0.51%로 낮췄다 . 3월 말 로이터 조사에서는 2026년 성장률 예상치가 한 달 전 1%에서 0.8%로 내려갔고, 러시아 경제장관은 상반기가 “힘든” 시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 크렘린과 가까운 싱크탱크인 CMAKP, 즉 거시경제분석·단기예측센터도 2026년 성장률을 기존 0.9
1.3%에서 0.50.7%로 낮춰 잡았다 .
가장 눈에 띄는 국내 요인은 높은 금리다. 금리가 높으면 가계와 기업이 돈을 빌리기 어려워지고, 소비와 투자가 줄어든다. 경기의 기본 체온이 내려가는 셈이다.
스베르방크의 전망 하향 보도는 2026년 초 부진의 배경으로 고금리, 세금 인상, 강한 루블화, 러시아산 원유 가격 약세를 지목했다 . Continuum Economics가 인용한 예비 자료도 1분기 경기 위축이 높은 금리, 제재, 강한 루블화, 공급 제약, 지속적인 물가 압력 속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
문제는 러시아의 앞선 성장세가 이미 둔화 국면에 들어서 있었다는 점이다. The Moscow Times는 2023~2024년의 전시 성장 급등세가 식고 있으며, 예산에서 군사 수요는 여전히 크고 서방 제재는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
서방 제재는 단순한 지정학적 변수에 그치지 않는다. 러시아의 생산, 수출, 결제, 기술 접근에 영향을 주며 특히 에너지 부문을 통해 성장률과 재정에 직접 연결된다.
로이터가 전한 CMAKP 관련 보도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높더라도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과 새로운 서방 제재가 러시아의 원유 생산과 수출에 부담을 주고 있어 러시아 성장률을 크게 끌어올리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왔다 .
이는 중요한 대목이다. 산유국 경제에서 유가 상승은 보통 완충 장치가 되지만, 러시아의 경우 ‘얼마에 파느냐’만큼이나 ‘얼마나 생산하고, 정제하고, 수출할 수 있느냐’가 문제가 되고 있다.
석유와 가스는 오랫동안 러시아 재정과 대외수지의 버팀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완충판도 예전만큼 단단하지 않다.
The Moscow Times는 CMAKP를 인용해 우크라이나의 항만·정유시설 드론 공격이 러시아의 원유와 연료 수출 능력을 약화시키고 있으며, 생산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 로이터 계열 보도에서도 러시아의 2026~2029년 원유 및 석유제품 수출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는 내용이 나왔다
.
따라서 이번 둔화는 단순한 유가 사이클과 다르다. 국제 유가가 오른다고 해도, 전쟁과 제재 환경에서 생산과 수출 경로가 흔들리면 그 효과가 GDP나 예산 수입으로 온전히 이어지기 어렵다.
유가 가정을 낮춘다고 해서 곧바로 GDP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에너지 수입에서 기대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NEST Centre는 러시아가 군사 지출 증가와 석유·가스 수입 감소로 인해 예산 압박에 취약하다고 평가했다 .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가 경기 둔화를 재정 지출로 상쇄할 여지도 줄어든다.
가장 직접적인 경고음은 2026년 1분기 지표였다. 러시아 경제개발부의 예비 수치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GDP는 0.3% 감소했다. 이는 2023년 1분기 이후 첫 역성장이며, 군사 지출, 임금 상승, 재정 부양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타난 위축이었다 .
이 수치는 ‘둔화 가능성’이라는 추상적 우려를 실제 경기 약세로 바꿔 놓았다. 은행, 설문조사, 준공식 싱크탱크, 정부 전망이 모두 2026년 성장률을 낮추는 쪽으로 움직인 배경도 여기에 있다 .
2026년 0.4% 성장률은 경기 침체라고 단정하기에는 플러스이지만, 성장 경제라고 부르기에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 2027년 전망이 2.8%에서 1.4%로 낮아진 것은 정책 당국도 빠른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는 뜻이다
.
공식 전망은 2029년에 2.4% 성장까지 회복되는 경로를 여전히 제시한다 . 그러나 그 경로는 여러 불확실한 조건에 달려 있다. 석유 생산과 수출이 얼마나 회복될지, 제재 압력이 얼마나 유지될지, 전쟁 관련 예산 부담이 얼마나 커질지, 그리고 러시아 중앙은행이 물가 압력을 다시 키우지 않으면서 금리를 낮출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