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대규모 언어모델 학습은 주로 AI 가속기의 연산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반면 강화학습, 추론, 로보틱스, 에이전트형 AI는 작업을 지시하고 환경을 시뮬레이션하며, 도구를 호출하고 여러 경로를 판단하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이런 워크로드에서는 가속기 자체의 행렬 연산뿐 아니라 분기 처리와 제어를 담당하는 범용 CPU 연산도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보도된 구상은 AMD의 x86 CPU 코어를 구글의 맞춤형 TPU 가속기와 같은 패키지에 넣어 CPU와 가속기 사이의 이동 비용을 줄이는 하이브리드 설계입니다.
구글의 시스템 구성에서도 이런 변화의 조짐이 관찰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보도에 따르면 추론과 강화학습에 초점을 둔 TPU 8i 시스템은 TPU 2개당 구글 Axion CPU 1개를 사용하는 반면, 7세대 TPU 시스템은 TPU 4개당 인텔 Xeon ‘Emerald Rapid’ 프로세서 1개를 사용했습니다. 다만 이는 방향성을 보여주는 참고 수치일 뿐, TPU v10 설계를 확정하는 증거는 아닙니다.
AMD가 주목받는 이유는 x86 CPU 설계자산뿐 아니라 여러 칩렛을 한 패키지에 결합하는 고급 패키징 경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가까운 사례로는 AMD의 데이터센터용 MI300A가 있습니다. MI300A는 Zen CPU 코어와 GPU 칩렛을 하나의 패키지에 통합하고 통합 메모리를 사용하는 제품입니다. 이는 CPU와 가속 연산 장치를 긴밀하게 결합하는 접근법이 실제 제품으로 구현된 사례입니다. 다만 보도된 TPU가 MI300A를 기반으로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TPU는 여전히 구글이 설계하는 맞춤형 ASIC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협력설이 사실이라면 AMD는 일반적인 EPYC 서버 CPU와 Instinct GPU를 판매하는 것을 넘어,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를 위한 맞춤형 AI ASIC 개발에 참여하게 됩니다.
구글의 설계 수주는 AMD의 CPU IP, 패키징, 인터커넥트 및 시스템 통합 역량을 다른 대형 클라우드 고객에게 보여주는 실적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현재로서는 잠재적 기회에 대한 분석입니다. 구글이나 AMD가 실제 주문 규모와 수익 구조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확정된 매출 전망으로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브로드컴은 구글의 맞춤형 칩 개발에서 오랫동안 협력해 온 업체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에 마벨의 TPU 생태계 관련 협력이 공식적으로 확인됐고, 미디어텍 역시 향후 TPU 작업과 연관됐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마벨은 구글과 2026년 7월 29일 맞춤형 반도체 제품 개발을 위한 상업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습니다. 계약 대상에는 TPU 생태계와 연계된 AI 추론 가속기뿐 아니라 스토리지, 네트워크, 메모리 인터페이스, 근접 메모리 연산 제품이 포함됩니다.
이어 8월 18일 마벨은 구글에 주당 206.58달러로 최대 58,970,907주를 매입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을 발행했습니다. 전량 행사될 경우 가치는 약 122억 달러이며, 권리의 귀속은 마벨의 회계연도 2033년까지 이어지는 적격 제품 구매와 연동됩니다.
이는 AMD 협력설과 달리 계약의 존재와 주요 조건이 규제기관 제출 문서에 담긴 사례입니다. 따라서 현재 시장에서 판단할 수 있는 구글의 맞춤형 칩 공급망 변화는 AMD 보도보다 마벨 계약을 중심으로 봐야 합니다.
브로드컴의 기존 역할, 마벨의 공식 계약, 미디어텍 관련 보도, AMD 협력설을 함께 보면 구글이 TPU 공급망에서 선택지를 넓히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여러 공급업체를 확보하면 협상력을 높이고, 부족한 설계·패키징 역량에 접근하며, 특정 업체에 대한 의존 위험을 낮출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브로드컴이 핵심 협력사 지위를 잃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시장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마벨 주가는 공시 이후 크게 상승한 반면 브로드컴 주가는 하락했습니다. 투자자들이 구글의 맞춤형 실리콘 투자 일부가 다른 업체로 분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일부 시장 분석은 이번 계약을 브로드컴에서 마벨로 매출이 이동하는 제로섬 게임이라기보다, 맞춤형 AI 칩 시장 전체가 커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합니다. 다만 구글이 각 공급업체에 배분할 물량이나 주문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해석이 맞는지는 아직 불확실합니다.
현재 구글은 TPU v10의 공식 로드맵, 테이프아웃 일정 또는 출시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10세대 플랫폼이라면 그 사이에 여러 차례의 설계 주기가 필요하며, CPU를 가속기 패키지에 통합하는 새로운 구조는 IP 통합, 물리 설계, 패키징 검증, 소프트웨어 지원, 대규모 데이터센터 배치 검증을 거쳐야 합니다.
따라서 이번 협력설은 AMD의 단기 매출을 예고하는 사건이라기보다, 차세대 AI 시스템이 GPU·TPU의 순수 연산 성능만이 아니라 CPU와 가속기의 통합, 메모리 및 패키징 구조까지 경쟁하게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보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공식 확인이 나오기 전까지는 ‘AMD가 구글의 TPU v10을 만들고 있다’고 단정하기보다, 가능한 설계 방향과 공급망 다변화 움직임을 둘러싼 업계 관측으로 남겨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