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은 처음부터 미토스를 세상에 풀 생각이 없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주요 기반 시설의 보안 구멍(제로데이 취약점)을 척척 찾아내는 이 모델이 해커나 국가 지원을 받는 공격 세력의 손에 들어간다면, 대규모 사이버 공격의 완벽한 무기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앤트로픽은 이를 ‘방어적 가속화(defensive acceleration)’라고 포장하며, 공격자들이 따라잡기 전에 수비수들에게 먼저 강력한 무기를 쥐여주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
하지만 이러한 전략은 오래가지 못했다. 2026년 4월 말, 제3자 벤더 환경을 통해 승인되지 않은 사용자가 미토스에 접근했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긴장감이 높아졌다. 이 사건은 일반 공개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
그리고 6월 9일, 앤트로픽은 한 발짝 물러서서 부분적인 대중 공개를 결정한다. 민감한 응용 분야에서의 사용을 제한한 '안전판' 모델 **페이블 5(Fable 5)**를 선보인 것 . 동시에 기존 파트너들에게는 제한 없는 풀버전인 클로드 미토스 5를 제공했다
. 포춘(Fortune) 지가 '앤트로픽이 첫 미토스급 모델을 일반에 공개한다'고 보도할 만큼, 외부에서는 조심스러운 개방으로 받아들여졌다
.
페이블 5가 세상에 나온 지 딱 3일 후인 2026년 6월 12일 동부 표준시 오후 5시 21분. 트럼프 행정부는 앤트로픽에 수출 통제 지시를 내린다. 그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미국 내부에 있든 외부에 있든, 심지어 제품을 만든 앤트로픽의 외국인 직원까지 포함하여 모든 외국인의 페이블 5 및 미토스 5 접근을 중단하라"는 것이었다 .
편지는 상무부 장관 하워드 루트닉이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에게 직접 보냈다 . 미국 정부는 특정 법령보다는 광범위한 '국가 안보 권한'을 근거로 들었다
. 이 명령의 핵심은 미국 수출 통제법의 '간주 수출(deemed export)' 규정에 있다. 이는 통제 대상 기술을 미국 내에 있는 외국인에게 보여주는 행위 자체를 해외 수출로 간주한다는 논리다. 즉, AI라는 '무기'를 만든 사람이 자국인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만든 무기를 볼 수 없게 된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
앤트로픽은 상업용 제품에 개별 국적 기반의 접근 제한을 강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6월 12일 저녁, 공식 계정을 통해 미토스 5와 페이블 5의 모든 접속을 전면 차단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기존의 다른 클로드 모델들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 .
강제 셧다운을 받아들이면서도 앤트로픽은 공개적으로 정부가 '이번 건은 잘못 짚었다(got this one wrong)'고 강하게 반발했다 . 핵심 논리는 이렇다. 합법적인 보안 연구를 수행하는 외국인 연구자들(AI 인력의 상당수를 차지하는)의 접근을 차단하는 것이 오히려 인터넷을 더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
여기에는 더 깊은 모순이 숨어 있다. 앤트로픽은 이미 국방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어 정부가 쓰기에는 너무 위험한 기업으로 분류된 상태였고, 이제는 상무부가 해외 사용 자체를 너무 위험하다고 막은 셈이다 .
이 갑작스러운 조치의 직접적인 방아쇠가 무엇인지도 관심사다.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 지에 따르면, 아마존 CEO 앤디 재시가 '페이블 5'의 탈옥(jailbreak) 취약점에 대해 미 정부 관계자에게 우려를 제기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 탈옥은 원래 의도된 안전장치를 뛰어넘는 작업을 모델이 수행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다 . 그러나 앤트로픽은 "좁은 범위의 잠재적 탈옥 가능성" 때문에 상업용 모델을 전면 회수하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고 맞섰다
. 정부는 구체적인 보안 우려 사항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
이번 사건은 해결되지 않은 수많은 질문을 남겼다. 행정부가 발동한 구체적인 법적 권한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나 수출관리규정(EAR)에 뿌리를 두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 또 한 가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국인 전면 금지'는 영국, 일본, 호주와 같은 우방국 국민과 중국, 러시아 같은 적대적 경쟁국 국민을 전혀 구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 범위가 너무나 광범위하다. 앞으로 앤트로픽이 미국인만을 위한 미토스급 모델을 내놓을 수 있을지, 그리고 오픈AI나 구글 딥마인드 같은 다른 AI 연구소들도 똑같은 굴레를 쓰게 될지는 업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번 셧다운이 하나의 변곡점이라는 사실이다. 위험을 관리하고자 자발적인 족쇄를 채웠던 기업이, 그마저도 위험하다고 판단한 정부에 의해 강제로 멈춰 섰다. 자발적 안전 장치와 강제적 수출 통제의 충돌은 이제 이론이 아닌 현실이 되었다.
Comments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