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의 발표가 단순한 ‘디스크에서 다운로드로의 포맷 변경’ 이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게임을 구매한 뒤 이용자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까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니는 2028년 1월부터 플레이스테이션에서 출시되는 신작 게임의 실물 디스크 생산을 중단한다. 이후 신작은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와 다운로드 코드를 판매하는 소매점을 통해 디지털 형식으로만 판매된다. 이미 출시됐거나 해당 시점 이전에 디스크 출시가 예정된 게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137
소니 입장에서는 소비자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디지털 구매로 이동한 데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다. 반면 많은 이용자에게 디스크는 단순한 저장 매체가 아니다. 중고로 팔거나, 친구에게 빌려주거나, 매장에 되팔거나, 진열하고 보존할 수 있는 ‘내가 가진 한 장의 게임’에 가깝다. 이 차이가 온라인 불매 요구와 디지털 소유권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8년부터 정확히 무엇이 달라지나
정책의 대상은 2028년 1월 이후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출시되는 신작이다. 기존 플레이스테이션 디스크가 작동을 멈추는 것은 아니다. 이미 발매됐거나 디스크 출시 일정이 확정된 작품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13
게임 판매점 역시 유통 과정에서 사라지지는 않는다. 다만 앞으로는 게임 상자 안에 플레이 가능한 디스크가 들어 있는 대신 다운로드 코드가 제공된다. 구매자는 매장에서 코드를 구입한 뒤 이를 플레이스테이션 계정에 등록하고 게임을 내려받게 된다. 18
여기서 다운로드 코드는 중고 실물 게임과 같은 것이 아니다. 코드를 한 번 등록하면 해당 게임은 대체로 계정에 귀속된 이용 권한이 된다. 디스크처럼 다른 구매자에게 물건을 넘기는 방식으로 거래하기 어렵다.
소니가 디지털 전환을 반기는 경제적 이유
소니가 공식적으로 내세운 이유는 소비자 선호와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이 실물 디스크에서 디지털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137 여기에 유통 구조상 분명한 비용 절감 효과도 있다.
디스크 중심의 판매에는 제작, 포장, 운송, 창고 보관, 반품, 판매되지 않은 재고 같은 비용이 따른다. 디지털 유통은 이 과정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를 통해 직접 판매하거나 소매점에 다운로드 코드를 공급하면서 물리적 유통망에 대한 의존도도 낮출 수 있다.
디지털 판매는 가격과 할인, 판매 가능 지역, 재고 없는 상시 판매 여부를 플랫폼 사업자가 직접 관리하기에도 유리하다. 다만 이는 유통 모델에서 추론되는 경제적 유인이지, 소니가 구체적인 비용 절감액이나 이윤율을 공개했다는 뜻은 아니다. 소니가 밝힌 공식 설명은 디지털 구매로 이동하는 소비자 수요다. 13
이용자들이 ‘소유권’을 잃는다고 느끼는 이유
‘게임을 소유한다’는 표현에는 법적으로 구분해야 할 부분이 있다. 게임을 구매한다고 해서 게임의 저작권이나 지식재산권을 갖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구매는 일반적으로 스토어 약관에 따라 개인적인 이용 라이선스 또는 이용 권한을 부여한다. 실물 구매에서도 이용자가 갖는 것은 게임 자체의 지식재산권이 아니라 특정 디스크와 패키지다.
그럼에도 두 형식의 실질적인 차이는 크다.
- 실물 디스크는 일반적으로 중고 판매, 대여, 교환, 양도, 수집이 가능하다.
- 디지털 이용 권한은 계정에 연결되며 같은 방식으로 이전하거나 재판매하기 어렵다.
- 실물 게임은 플랫폼 스토어와 별개로 중고 시장에서 가격을 비교할 수 있다.
- 디지털 게임은 계정 정지, 스토어 정책 변경, 판매 중단 등에 접근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이용자들이 말하는 ‘소유권’은 게임의 저작권을 갖고 싶다는 의미라기보다, 자신이 구매한 특정 사본을 계속 통제하고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판매점·수집가에게 미칠 영향
소비자는 편의성을 얻는다. 디스크를 교체할 필요 없이 즉시 내려받을 수 있고, 계정이 연결된 기기에서 게임 라이브러리에 접근하기도 쉽다. 그러나 다운로드, 최초 인증, 업데이트, 계정 복구와 일부 온라인 기능은 인터넷 연결이나 플랫폼 인프라에 의존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게임이 판매 중단되거나 계정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도 좁아진다.
소매점은 다운로드 코드를 계속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코드 카드는 디스크와 같은 중고 거래·대여·보상 판매 시장을 만들지 못한다. 특히 전문 게임 매장은 중고 재고와 보상 판매를 통해 고객이 반복해서 방문하도록 만드는 중요한 이유를 잃을 수 있다.
수집가에게는 새 패키지판과 독립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물리적 대상이 사라진다. 물론 디스크도 완벽한 보존 수단은 아니다. 오늘날의 게임은 패치, 추가 다운로드, 온라인 서버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디스크는 최소한 특정 버전의 설치 매체이자 특정 사본을 보유하고 있다는 유형의 증거가 된다.
오프라인 플레이와 게임 보존 문제가 중요한 이유
다운로드한 게임은 설치와 라이선스 확인이 끝나면 오프라인에서 실행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최초 다운로드, 계정 인증, 업데이트, 온라인 기능은 인터넷이나 플랫폼 서버에 의존할 수 있다. 인터넷 환경이 불안정한 이용자뿐 아니라 수십 년 뒤 게임을 보존하려는 아카이브 관계자에게도 중요한 문제다.
게임 보존 운동이 주목하는 지점은 퍼블리셔가 상업적 지원을 종료한 뒤다. 유럽의 ‘Stop Destroying Videogames’ 시민 이니셔티브는 퍼블리셔가 서비스를 중단하더라도 게임을 합리적으로 기능하고 플레이 가능한 상태로 남겨야 하며, 원격으로 게임을 비활성화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의 규칙을 요구했다. 이 운동은 이용자에게 게임의 저작권이나 지식재산권을 넘기자는 주장은 아니었다. 495354
이 이니셔티브는 검증된 지지 129만4,188건을 모았고, 유럽연합 24개 회원국에서 필요한 기준을 충족했다. 5051 그러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현 단계에서 퍼블리셔가 상업적 지원을 종료한 뒤에도 게임을 플레이 가능하게 유지하도록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을 제안할 수 없다고 밝혔다. 50
그랜드 테프트 오토 VI가 논쟁의 중심에 선 이유
발표 시점도 불안감을 키웠다. 소니의 발표는 락스타가 기대작 그랜드 테프트 오토 VI를 실물 디스크 없이 출시한다고 발표한 직후 나왔다. 1
그러자 플레이스테이션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한 가지 질문이 나왔다. 전환 시기와 가까운 시점에 출시되는 대작이 마지막 디스크 출시작 중 하나가 될까, 아니면 소니의 디지털 전용 정책에 포함될까 하는 물음이다.
다만 현재 확인된 정책은 온라인에서 퍼지는 우려보다 범위가 좁다. 기준일 이후 출시되는 신작에 적용되며, 그 전에 출시됐거나 이미 디스크 출시가 예정된 게임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13
경쟁 제한 논란과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실
네덜란드에서는 소비자 단체 Stichting Massaschade & Consument가 소니의 디지털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판매 통제력이 과도하다고 주장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단체 측은 소니가 주요 디지털 판매 경로인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를 통제하면서 소비자가 다른 디지털 판매처를 이용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이는 진행 중인 소송에서 제기된 주장이지, 소니가 경쟁법을 위반했다는 법원의 확정 판단은 아니다. 414243
신작 디스크가 사라지면 이 논쟁은 더 커질 수 있다. 실물 대체재가 없다면 소비자는 판매점별 가격을 비교하거나 중고 제품을 구매하거나 플랫폼 스토어를 피하기가 어려워진다. 이것이 실제로 위법한 시장 행위에 해당하는지는 해당 법적 절차가 판단할 문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다른 방식의 전환을 제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원되는 Xbox One 및 Xbox Series X 디스크를 디지털 이용 권한으로 전환할 수 있는 ‘디스크-투-디지털’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초기에는 Xbox Insider 프로그램을 통해 테스트가 시작되며, 이용자는 호환되는 디스크를 넣고 게임을 실행해 디지털 권한을 받을 수 있다. 171920
이 방식도 일반적인 실물 게임의 재판매 자유를 완전히 되살리는 것은 아니다. 전환된 권한은 계정에 귀속되는 디지털 라이선스이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 실물 게임 라이브러리를 디지털 생태계로 옮길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실물 생산을 일괄적으로 중단하는 소니의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불매 요구의 핵심은 ‘편의성’이 아니라 ‘통제권’이다
소니는 많은 이용자가 이미 디지털 방식으로 게임을 구매하고 이용한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13 반대편에서는 디스크가 사라지면 이용자에게 남아 있던 마지막 안전판도 사라진다고 본다. 그 안전판에는 중고 판매, 대여, 현물 보유, 소매점 간 경쟁, 그리고 한 기업의 계정과 스토어 정책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는 선택권이 포함된다.
디지털 게임은 편리할 수 있다. 하지만 편리함과 오래 지속되는 소유는 같은 말이 아니다. 소니의 2028년 정책이 촉발한 논쟁은 결국 이 질문으로 모인다.
게임을 구매하고 다운로드한 뒤에도, 이용자에게 어느 정도의 통제권이 남아 있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