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이 신흥국(EM) 주식에 대한 의견을 다시 **비중확대(overweight)**로 올린 배경은 단순한 위험선호 회복이 아니다. AI 인프라 증설의 핵심 공급망에 신흥국 기업들이 자리하고 있다는 판단이 중심이다. 한국과 대만은 반도체·메모리·하드웨어 공급망을, 중남미는 AI 생태계에 필요한 원자재와 물리적 인프라를 제공한다. 여기에 이익 성장의 가속, 미국 증시보다 낮은 밸류에이션, 한국 증시의 레버리지 우려 완화가 겹치며 블랙록은 6월의 중립 의견을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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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승자를 고르는 대신, AI 구축에 필요한 것을 본다
블랙록의 신흥시장 책임자인 에곤 바브렉은 AI 하드웨어와 하이퍼스케일러를 지원하는 이른바 ‘곡괭이와 삽(picks-and-shovels)’ 기업을 기회로 꼽았다.
17 여기서 하이퍼스케일러란 대규모 클라우드·AI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 막대한 데이터센터와 연산 인프라를 구축하는 대형 기술기업을 말한다.
핵심은 어떤 AI 애플리케이션이나 플랫폼이 최종 승자가 될지를 맞히는 데 있지 않다. 그 경쟁의 결과와 무관하게 필요한 공급망과 병목 자산에 주목하는 것이다.
- 한국·대만: AI 연산능력 확대를 뒷받침하는 반도체, 메모리칩, 관련 하드웨어 공급망의 주요 거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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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남미: AI 생태계의 구축·운영에 필요한 원자재와 물리적 인프라에 대한 노출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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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 병목 분야: 전력, 반도체, 데이터센터가 블랙록이 제시한 AI 구축 투자 노출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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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서비스를 확대하려는 하이퍼스케일러에는 대량의 컴퓨팅 장비와 이를 뒷받침할 전력·인프라가 필요하다. 블랙록은 이 과정에서 공급이 제한된 투입재의 경제적 가치가 높아지고, 이를 공급하는 기업의 이익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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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신흥국 투자와 다른 점
통상 신흥국 투자는 내수 성장률, 현지 금리, 환율, 국가별 정책 변화로 설명된다. 그러나 블랙록의 ‘AI 희소성’ 논리는 여기에 글로벌 기술기업의 설비투자 사이클이라는 또 다른 이익 동력을 더한다.
AI 투자 사이클에 반도체·메모리, 전력, 장비, 인프라 또는 원자재를 공급하는 기업의 매출은 자국 경기보다 글로벌 AI 설비투자에 더 크게 연결될 수 있다. 이는 환율 변동이나 현지 규제 같은 신흥국 고유 위험을 없앤다는 뜻은 아니다. 지정학적 긴장, 수출통제, 원자재 가격 변동, 규제와 환율은 여전히 기업 실적과 밸류에이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이익의 원천을 분산할 수는 있다. 투자 논리가 광범위한 국내 수요만이 아니라 글로벌 증설 국면에서 희소한 부품·자원·인프라를 보유했는지로 옮겨가는 셈이다.
6월 하향 이후 무엇이 달라졌나
블랙록은 6월, 특히 한국에서 레버리지 우려가 커지자 신흥국 주식 의견을 중립으로 낮췄다. 한국과 대만이 같은 AI·반도체 테마에 크게 노출돼 있다는 점도 부담이었다. AI 기대가 급격히 재평가되거나 투자 쏠림이 되돌려질 경우, 이 지역이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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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한국 증시의 급락과 디레버리징은 계산을 바꿨다. 블랙록은 디레버리징으로 레버리지 우려가 완화됐다며 비중확대 복귀의 근거로 들었다.
12 보도에서도 7월 급락 뒤 7~8월에 진행된 디레버리징이 위험 대비 기대수익을 더 유리하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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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점은 집중 위험 자체가 사라졌다는 주장은 아니라는 것이다. 9월의 상향은 레버리지에 따른 시장 취약성이 충분히 낮아져, AI 연계 이익 성장과 밸류에이션 매력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고 본 판단에 가깝다.
자본과 전력을 더 쓰는데도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
AI 인프라 구축에는 막대한 자본이 든다. 자금, 전력, 원자재, 칩, 데이터센터 용량, 기업의 대차대조표 여력을 두고 경쟁이 커지며 자본비용을 높일 수도 있다. 블랙록도 이 점을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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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리 상승이 강한 투자와 성장의 결과라면 주식에 반드시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이 블랙록의 시각이다. AI 투자가 지속적인 매출과 이익 성장으로 이어지고, 특히 희소 투입재를 쥔 기업이 그 수혜를 얻는다면, 이익 개선이 높은 금융비용 부담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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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블랙록의 선호는 ‘AI’라는 이름이 붙은 자산을 무차별적으로 사는 방식이 아니다. 최종 AI 승자가 어느 기업이든 수혜 가능성이 있는 반도체·전력·데이터센터 같은 병목 분야에 대한 선별적 노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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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수익률은 상품별로 따로 봐야 한다
9월 중순 시장 데이터 기준으로 블랙록 이머징마켓 인스티튜셔널(MADCX)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26.82%**로 집계됐다.
51 다만 이 수치는 모든 블랙록 신흥국 펀드의 수익률을 뜻하지 않는다. 블랙록은 여러 펀드와 클래스 상품을 운용하며, 통화와 수수료, 편입 종목, 기준일에 따라 성과가 달라진다.
결론
블랙록의 9월 상향은 세 가지 판단이 맞물린 결과다. 신흥국 기업의 이익 성장이 빨라졌고, 밸류에이션은 미국 주식보다 여전히 낮으며, 한국 증시의 디레버리징으로 단기적인 포지션 위험이 줄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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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략의 중심에는 AI 희소성이 있다. 한국과 대만은 핵심 컴퓨팅 하드웨어를 공급하고, 중남미는 AI 증설에 필요한 자원과 인프라에 노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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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다만 이 논리는 ‘AI 때문에 신흥국 전체를 사라’는 주장이 아니다. 글로벌 AI 투자 사이클에서 희소하고 실물적인 역할을 맡은 기업을 가려내야 하며, 지정학·규제·원자재·시장 변동성 위험은 여전히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