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성능을 논할 때 한동안 핵심 지표는 TPS(초당 거래 처리 건수)였다. 그러나 온체인 시장에서는 ‘많이 처리할 수 있는가’만큼이나 ‘내 주문이 어떤 규칙으로 처리되는가’가 중요해지고 있다.
벤처캐피털 a16z crypto에 따르면 주요 블록체인의 합산 처리량은 5년 사이 초당 25건 미만에서 3,400건 이상으로 늘었다. 일부 실제 운영 시스템은 수만 TPS 수준의 처리 능력을 내세운다. 이들의 주장은 확장성 문제가 끝났다는 뜻이 아니다. 금융 애플리케이션에는 TPS만으로 제공할 수 없는 요소, 즉 신뢰할 수 있는 거래 포함, 예측 가능한 처리, 믿을 만한 순서 결정 규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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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TPS가 좋은 체결을 뜻하지 않는 이유
처리량은 네트워크가 일정 시간 동안 처리하는 거래의 총량을 보여준다. 하지만 특정 주문이 제때 블록에 포함되는지, 예상한 순서로 실행되는지, 먼저 주문 흐름을 본 누군가가 이를 앞질러 재배치할 수 있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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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이는 시장 품질에 직접 연결된다. 제출된 주문이 지연되거나 제외되고, 다른 거래에 추월당할 수 있다면 화면에 표시된 가격은 실제 체결 시점에는 더 이상 이용 가능한 가격이 아닐 수 있다. 이런 불확실성에 노출된 유동성공급자나 마켓메이커는 역선택 위험을 줄이기 위해 호가 수량을 줄이거나 매수·매도 호가 차이인 스프레드를 넓힐 수 있다. 이는 모든 MEV가 해롭다는 뜻은 아니지만, 재량적인 순서 결정이 왜 예측 가능한 체결을 중요하게 만드는지 보여주는 경제적 함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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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핵심, MEV와 거래 순서
MEV(Maximal Extractable Value·최대 추출 가능 가치)는 거래를 포함하거나 제외하고, 순서를 정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를 뜻한다. 국제결제은행(BIS)은 검증자가 어떤 거래를 언제 실행할지 결정할 수 있으며, 이 권한이 시장 가격에 영향을 주고 선행매매나 다른 시장조작의 여지를 열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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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사례가 샌드위치 공격이다. 공격자는 이용자의 스왑 주문 직전에 거래를 넣어 가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움직이고, 이용자 거래 직후 다시 거래를 실행해 가격 변동에서 이익을 얻는다. 이용자의 거래는 실패하지 않고 완료될 수 있지만, 더 불리한 가격에 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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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는 이론에 그치지 않는다. 한 학술 자료는 33개월 동안 이더리움 이용자가 샌드위치 공격으로 입은 손실을 1억7,400만 달러로 추정했다. 또 다른 연구는 2024년 11~12월 민간 거래 채널에서도 피해 거래 3,126건과 약 40만9,236달러의 피해를 확인했다. 기간과 측정 방식이 다른 수치인 만큼 단순 합산할 수는 없지만, 비공개 제출만으로 위험이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함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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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 Chain Quality: 한 블록 제안자에게 쏠린 권한 줄이기
a16z crypto가 제안한 Strong Chain Quality(SCQ) 는 기존 블록체인 보안 개념을 고처리량 환경에 맞춰 확장한 구상이다.
기존의 체인 품질(Chain Quality)은 대략적으로 ‘지분의 3%를 가진 참여자는 장기적으로 전체 블록 공간의 약 3%를 통제한다’는 원칙이다. SCQ는 이를 각 블록에 적용한다. 단순화하면 지분 3%를 보유한 참여자는 시간이 흐른 뒤가 아니라 매 블록에서 약 3%의 블록 공간만 통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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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는 고대역폭 블록 내부에 지분 비례의 ‘가상 차선’을 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특정 블록 제안자가 선택된 짧은 순간, 블록 전체의 실질적 순서 결정권을 이용해 거래를 끼워 넣거나 지연·제외·재정렬하는 능력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이는 이미 모든 블록체인에 적용된 기능이 아니라, 제안된 속성이자 연구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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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기관이 주목하는 이유
규제 관점의 핵심은 MEV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일부 가치 추출 방식이 전통 금융시장의 시장질서 규제에서 익숙한 행위, 즉 선행매매·선별적 접근·가격조작과 닮아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BIS는 검증자의 거래 실행·시점 결정 재량이 선행매매와 시장조작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명시했다.
7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도 탈중앙화거래소에서는 거래의 공개성과 거래 확정에 걸리는 시간 때문에 선행매매, 백러닝, 샌드위치 공격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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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모든 순서 결정 전략이 불법이라는 뜻도, 전 세계 규제기관이 MEV에 대해 하나의 결론을 내렸다는 뜻도 아니다. 다만 일부 차익거래처럼 시장 기능에 기여할 수 있는 활동과, 특권적인 순서 결정권을 통해 이용자에게서 가치를 이전하는 행위를 구분하라는 압력이 프로토콜과 인프라 제공자에게 커지고 있다.
솔라나 Jito가 보여준 진전과 한계
Jito 인프라는 현 시점의 체결 보호가 어디까지 왔는지, 그리고 무엇이 아직 남았는지를 함께 보여준다. Jito의 저지연 거래 전송 서비스는 빠른 블록 포함, 되돌림 보호, 단일 거래와 거래 묶음인 번들 전송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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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형 기능인 DontFront는 적용 범위가 더 구체적이다. 거래에 필요한 jitodontfront 표식을 넣고 Jito 블록 엔진을 통해 전송하면, 해당 거래를 포함한 번들은 반드시 그 거래를 첫 번째 순서(인덱스 0)에 배치해야 한다. 즉 동일 번들 안에서 탐색자(searcher)가 보호된 거래보다 앞에 거래를 삽입하는 것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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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특정 형태의 샌드위치 공격을 줄이는 데 유용하다. 그러나 이를 프로토콜 전체의 공정한 순서 보장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해당 인프라를 이용해야 하고 보호는 번들 맥락에서 작동한다. 네트워크 전체의 거래 순서, 모든 거래의 포함, 모든 형태의 검열이나 정보 유출에 대한 보호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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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참여가 늘수록 중요한 ‘체결 신뢰’
금융기관이 온체인에서 거래를 집행하고 스테이블코인이나 토큰화 자산을 발행하기 시작하면, 기존 금융시장 인프라에 기대하는 조건이 필요해진다. 신뢰할 수 있는 접근성, 예측 가능한 거래 처리 규칙, 민감한 정보가 언제 공개되는지에 대한 통제가 그것이다. a16z crypto는 이러한 보장이 평상시뿐 아니라 혼잡, 장애, 공격 상황에서도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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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처리량에서 공정성으로’라는 논의의 실질적 의미다. 블록체인이 전체적으로 충분히 빠르더라도, 참여자가 자신의 주문이 어떤 대우를 받을지 안정적으로 예상할 수 없다면 거래 시장으로서는 쓰기 어려울 수 있다.
공정성을 높이되 네트워크를 약화시키지 않는 과제
MEV에 대한 단일하고 공짜인 해법은 없다. 비공개 거래 채널, 암호화 멤풀, 번들, 사전 확정(pre-confirmation), 경매, 제안자와 블록 빌더의 역할 분리 등은 각각 특정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암호화 멤풀 설계는 일반적으로 거래 내용이 블록에 커밋된 뒤에야 복호화되도록 해, 대기 중인 주문 정보를 이용한 거래 기회를 줄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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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런 접근은 지연시간, 기술 복잡성, 검열 저항성, 권한 집중, 프라이버시, 중개자 의존성 사이에서 새로운 절충을 만들 수 있다. 강한 포함 및 순서 보장은 탈중앙화된 블록 생산과 효율적인 네트워크 성능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구현돼야 한다.
결론은 단순하다. 블록체인 확장성은 여전히 필요하다. 다만 온체인 시장에서 처리량은 점점 출발점이 되고 있다. 다음 시험대는 그 처리 능력을 참여자가 신뢰할 수 있는 체결 경험으로 바꿀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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