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이 남아 있는데도 3주 연속 하락했다. 시장이 당장의 공급 차질 위험보다 통항 회복 가능성과 수요 둔화 우려를 더 크게 반영했기 때문이다.
브렌트유는 금요일 배럴당 89.31달러로 마감해 하루 동안 0.43% 하락했고, 한 주 기준으로는 5% 넘게 떨어졌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3.40달러에 거래를 마쳐 하루 0.16%, 한 주 4% 넘게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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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시장이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한 정상화를 선언한 것은 아니다. 선물 가격이 반영한 것은 ‘전면 봉쇄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이전보다 낮아졌다’는 판단과, 미국의 긴축적 통화정책이 경기와 연료 수요를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유가를 끌어내린 세 가지 요인
1. 호르무즈 통항을 둘러싼 외교 기대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항을 관리하거나 제한적인 운송 통로를 마련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해협이 장기간 완전히 막힐 가능성이 낮아졌다. 원유시장은 현재 실제로 이동하는 물량뿐 아니라 앞으로 공급이 어떻게 될지를 가격에 반영한다.
이에 따라 유가 하락은 걸프 지역의 원유 수송이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의미라기보다, 대체 항로 또는 제한적 운항을 통해 일부 물량이 계속 움직일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진 결과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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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그동안 통항량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더 많은 유조선이 해협을 빠져나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공급 우려가 완화되며 유가가 급락했고, 평화 협상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 차질이 길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유가가 반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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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연준 정책 신호가 키운 수요 우려
투자자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케빈 워시의 인플레이션 및 금리 관련 발언도 주시했다. 금리가 높은 수준에 더 오래 머물거나 추가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전망은 경기 활동과 석유 수요에 부담을 준다.
긴축적 통화정책은 경제성장과 산업 활동, 운송 수요를 둔화시킬 수 있다. 금리 상승 전망이 달러 강세로 이어질 경우 달러로 거래되는 원자재인 원유의 매력도가 일부 구매자에게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거시경제 요인은 중동 긴장이 유가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상쇄했다. 금요일 시장은 한편으로는 공급 차질 위험을, 다른 한편으로는 수요 둔화 위험을 동시에 가격에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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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미국 원유 재고가 보여준 ‘충분한 공급’ 신호
미국 원유 재고 증가는 지정학적 뉴스만큼 물리적 공급이 빠듯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강화했다. 이는 제재와 분쟁이 유가에 미치는 상승 압력을 제한하고, 한 주 전체의 하락세에도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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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하락이 위기의 종식을 뜻하지 않는 이유
호르무즈 해협은 여전히 시장의 핵심 ‘꼬리 위험’이다. 과거 전 세계 에너지 물동량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했으며, 해협은 2월 28일 이후 상당 기간 사실상 폐쇄된 상태였다. 현재 정확히 어느 정도의 원유가 통과하고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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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 지역 수출은 최악의 차질 당시보다 회복됐지만,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분쟁 이전 수준에는 크게 못 미쳤다. 로이터는 회복세가 제한적이고 취약하다고 전했으며, 분석가들은 분쟁이 수개월 동안 선박 운항을 계속 방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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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유가는 하락했지만 폭락하지는 않았다. 일부 운송 회복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은 공포로 붙었던 위험 프리미엄의 일부를 거둬들였다. 그러나 협상이 결렬되거나 통항량이 다시 줄고 분쟁이 확산될 가능성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어서 상당한 프리미엄은 남겨뒀다.
다른 공급 변수는 어떻게 작용했나
미국의 대이란 제재
새로운 미국의 대이란 제재는 이란산 원유가 즉시 시장에서 사라지는 사건으로 해석되지는 않았다. 시장의 우세한 판단은 제재가 단기적으로 테헤란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 가능성이 있으며, 곧바로 더 큰 군사적 확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번 제재는 이란의 수출을 물리적으로 즉시 차단하는 조치보다 단기적으로 원유 가격을 끌어올리는 힘이 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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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와 OPEC의 불확실성
베네수엘라가 OPEC 탈퇴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는 별도의 중기 불확실성을 더했다. 실제 탈퇴가 이뤄진다면 산유국 협의체의 결속과 향후 공급 조율에 대한 의문이 커질 수 있지만, 당시에는 확인된 탈퇴가 아니라 보도된 가능성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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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 않은 지정학적 프리미엄
결국 시장은 정상화가 아니라 재평가를 진행했다. 호르무즈 통항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와 약해진 수요 전망은 당장의 공급 부족에 지불하려는 금액을 낮췄다. 그러나 제한적인 선박 운항, 결론 나지 않은 협상, 전략적 요충지인 해협의 중요성은 유가를 언제든 반등시킬 수 있는 상태로 남겨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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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금요일 마감이 시장에 의미하는 것
3주 연속 하락은 시장이 분쟁 초기보다 덜 파괴적인 단기 공급 시나리오를 현재 더 유력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번 가격 움직임을 걸프 지역 원유 흐름이 정상화됐다는 확인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앞으로 시장이 주목할 지표는 다음과 같다.
-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상업 운항이 간헐적 수준을 넘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지
- 걸프 지역 수출이 분쟁 이전 수준에 가까워지는지
- 이란·오만 간 협상 또는 미국·이란 간 외교가 지속 가능한 합의로 이어지는지
- 미국 재고 자료가 단기 공급 여유를 계속 가리키는지
- 연준의 정책 신호가 석유 수요 둔화 우려를 더 키우는지
요약하면, 원유 가격은 시장이 관리 가능한 수준의 공급 차질과 더 약해질 수 있는 수요를 가격에 반영하면서 하락했다. 그러나 호르무즈 통항 회복은 아직 불안정하고 되돌릴 수 있는 상태인 만큼,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은 여전히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