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 모델인 RX 9060 XT 역시 비슷했습니다. 1월 말 85,000엔을 넘었다가 2월 말에는 약 71,000엔으로 20% 급락했고, 일부 소매점들은 봄맞이 세일을 통해 59,800엔까지 할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
2026년 GPU 시장은 AI가 촉발한 초광폭 메모리 부족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힘에 지배되었습니다. GDDR6, GDDR7, 그리고 HBM 비용이 일제히 급등했고 , AMD와 엔비디아 모두 2026년 초부터 소비자용 GPU 가격을 단계적으로 인상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실제로 RX 9000 시리즈의 유럽·중국 현물 시장 가격은 초기에 10~18%까지 올랐습니다
. 하지만 일본에서는 이 인상분이 불과 몇 주 만에 완전히 증발했습니다.
세 가지 요인이 이 간극을 설명합니다.
1. 수요는 '단호한 가격 벽'에 부딪혔다. 일본 현지 매체들은 한결같이 1월 폭등 이후 라데온 구매자들이 완전히 손을 놓았다고 보도합니다 . GAZ:log 데이터는 "가격이 내려오면서 수요가 식었다"고 묘사했고, notebookcheck.net은 "게이머들이 말도 안 되는 가격에 해당 GPU 구매를 전면 중단했다"고 전했습니다
. 이 즉각적인 구매 거부가 유통사들이 움직이게 만든 결정적 신호였습니다.
2. 유통 재고가 쌓였다. 구매자들의 외면 속에 일본 유통점들에는 팔리지 않은 재고가 산처럼 쌓였습니다. 2026년 4월의 급격한 가격 하락은 이런 재고 적체에 기인한 것으로, 결국 유통사들이 칼을 빼 들고 헐값에 처분하기 시작한 겁니다 . 이는 전형적인 거품 붕괴 패턴입니다. 실수요를 넘어선 투기적 가격 인상은 결국 재고로 돌아오고, 유통사들은 물량을 털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죠.
3. AMD에겐 엔비디아의 '가격 결정권'이 없다. RX 9070 XT가 일본에서 90,000엔대를 향해 추락할 때, 엔비디아 RTX 5080은 1,349달러(MSRP 999달러 대비 35%↑), RTX 5090은 3,0003,700달러(MSRP 1,999달러 대비 최대 185%↑)에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50%의 웃돈이 붙었습니다 . 중급기인 RTX 5070 Ti 역시 MSRP 대비 25
. 이 극명한 대비가 보여주는 것은, 엔비디아의 브랜드 파워와 기술(CUDA, DLSS, AI·데이터센터 마인드셰어)이 만드는 장벽입니다. 이는 AMD의 라데온 사업부가 따라잡을 수 없는, 높은 가격을 정당화할 수 있는 힘입니다.
메모리 부족 문제는 엔비디아에게도 뼈아픈 현실로 작용하고 있지만, 그 방향은 정반대입니다. GDDR7 공급은 2026년 초까지도 빠듯했고, GDDR6 가격은 오름세였으며, 데이터센터 GPU용 HBM은 몇 달 치 물량까지 이미 예약 완료된 상태였습니다 . 특히 16GB 이상의 VRAM을 탑재한 엔비디아 RTX 50 시리즈는 제조사와 파트너사 차원에서 10~20%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
AMD와 달리, 엔비디아의 시장 가격은 이러한 원가 상승을 흡수하는 차원을 넘어, 그 이상으로 치솟았습니다.
메모리로 인한 원가 압박은 실재하며 시장 전체를 관통합니다. 이 압박이 RX 9000의 1월 현물 가격을 끌어올렸고, RTX 50의 높은 가격을 1년 내내 지탱해주고 있습니다. 차이점은, 라데온은 가격이 너무 오르자 수요가 붕괴했고, 지포스는 그 높은 프리미엄을 유지할 만큼의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일본의 가격 데이터는 AMD와 엔비디아 시장 지위의 구조적 차이를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라데온은 '가성비'가 브랜드 정체성이다. RX 9070 XT가 140,000엔(미화 약 875~900달러) 근처로 치솟자 수요가 증발했습니다 . 이후 가격 할인은 구매자들이 '가치 있다'고 느끼는 선, 즉 미국 MSRP 599달러 근접 혹은 그 이하로 되돌려 놓았죠
. 이는 라데온 유저층 상당수가 가격에 매우 탄력적이며, 웃돈을 주느니 차라리 구매를 미루거나 중고/이전 세대로 눈을 돌린다는 뜻입니다.
지포스는 '프리미엄 용인도'가 높다. 동일한 메모리 비용 압박과 중급 RTX 50 공급 축소 루머 속에서도, 구매자들은 MSRP 대비 35~185%의 가격을 기꺼이 지불했습니다 . DLSS나 레이트레이싱 같은 게이밍 기능 인식, CUDA 같은 전문가용 생태계 종속성, 그리고 데이터센터와의 VRAM·실리콘 경쟁이 빚어낸 빡빡한 공급이 높은 가격대에서도 비탄력적인 수요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재고 리스크는 비대칭적이다. 일본 유통사들은 RX 9000 재고를 떠안고 칼질에 나섰지만, RTX 50 카드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상대적으로 약했습니다. 2026년 중반까지도 RTX 50의 가격은 높게 유지됐으니까요 . 이는 AMD와 파트너사들이 가격이 체감 가치를 넘어설 때, 수요 충격에 훨씬 더 취약하다는 의미입니다.
DRAM 대란은 실재하지만, 두 브랜드에 동일하게 타격을 주지 않는다. AMD의 마진을 갉아먹은 동일한 GDDR6/GDDR7 비용 상승이 엔비디아도 때렸지만, 엔비디아는 이를 소비자 가격에 그대로 전가하고도 남을 힘을 가졌습니다. 그 결과, 엔비디아는 일본에서 AMD가 겪은 수요 붕괴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었습니다 .
1년 내내 가혹했던 GPU 가격에 지친 게이머들에게, RX 9070 XT의 폭락은 진정한 기회입니다. 2026년 5월, 일본 구매자들은 이 카드를 출시 가격 아래에서 살 수 있게 되었고, 미국 가격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3월 애즈락 챌린저 모델이 629달러였고 일부 매물은 599달러에 근접하기도 했죠 . 유럽에서도 일부 모델을 유로 MSRP 아래로 내리는 한정 할인이 등장했습니다
.
하지만 이 가격이 유지될 거란 보장은 없습니다. 라데온 수요가 계속 약세를 보이거나, 엔비디아 공급이 더 조여지거나, 혹은 AMD가 마진 압박에 생산량을 줄인다면 상황은 또 바뀔 겁니다. 일부 업계 분석가들은 이 메모리 부족이 2028년까지 지속될 거라 내다보고 있으며, 이는 양사의 기본 원가 바닥이 여전히 높다는 뜻입니다 . 그러나 지포스 대신 라데온을 선택할 용의가 있는 구매자들에게, 2026년 상반기는 RX 9000 시리즈 출시 이래 최고의 가성비를 제공했습니다.
결론은 간단합니다. AMD RX 9070 XT는 DRAM 대란을 비껴간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대란이 가능하게 만든 높은 가격에 '처벌'을 받은 겁니다. 라데온 카드가 엔비디아 가격 영역으로 살금살금 올라가자, 일본 게이머들은 등을 돌렸고, 시장은 놀라운 속도로 교정됐습니다.
이 기사는 2026년 5월까지의 일본 및 글로벌 소매 데이터, 현지 매체 보도, 그리고 시장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