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이미지 퀄리티 또한 흔히 '저품질 AI 그림'에서 느껴지는 어색할 정도로 매끈하고 개성 없는 느낌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 무엇보다 경쟁사의 로고가 실수로 삽입된 점은 이 사건이 최악의 방식으로 입소문을 타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이번 포르쉐 논란은 독립적으로 발생한 사건이 아니다. 이는 에픽게임즈 경영진이 외부 파트너나 창작자 커뮤니티가 만들어내는 AI 콘텐츠에 대해 유독 관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온 연장선상에 있다.
팀 스위니 CEO는 AI 사용 고지 의무화에 공개적으로 반대해왔다. 그는 2025년 말, 스팀이 도입한 'AI 사용 게임' 표시 제도가 비디오 게임 분야에는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해당 기능을 삭제하라는 의견에 동조했다가 게임 커뮤니티의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
에픽게임즈는 크리에이터의 AI 썸네일 사용을 단속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제품 관리 담당 댄 월시 이사는 한 인터뷰에서 썸네일 제작에 어떤 도구를 사용했는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며, "우리가 신경 쓰는 것은 오직 우리의 규칙을 준수했는지 여부뿐"이라고 못 박았다. AI 생성물을 완벽하게 탐지하는 것이 점점 더 비현실적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회사의 판단이다 .
하지만 에픽게임즈의 '자체 제작' 콘텐츠는 다른 기준을 적용받는다. 색스 페르손 수석 부사장은 포트나이트 의상이나 공식 치장 아이템 같은 핵심 자산에는 생성형 AI를 사용할 계획이 없으며, "최고의 결과물"은 여전히 인간 아티스트로부터 나온다고 강조했다 . 이는 '공식 콘텐츠는 인간이, 외부 제출물은 규칙만 준수하면 OK'라는 이중적인 현실을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규칙을 위반할 경우 엄정 대응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AI 생성 썸네일이 인종차별 콘텐츠를 포함했던 이전 사례에서는 신속하고 단호한 조치가 취해졌다. 2024년 초, 에픽게임즈는 차별적인 AI 썸네일이 포함된 이용자 제작 아일랜드 100개 이상을 삭제했으며, 이런 콘텐츠는 자사의 크리에이터 규칙을 위반하는 것임을 명확히 했다 .
포르쉐 사건은 에픽게임즈 AI 정책의 치명적인 허점을 드러낸다. 초대형 브랜드 파트너가 제출한 AI 홍보물에 명백한 오류는 물론 경쟁사 로고까지 버젓이 들어가 있을 때, 그 비난의 화살은 고스란히 에픽게임즈의 플랫폼과 커뮤니티를 향한다. "파트너가 제공한 것입니다"라는 해명은 사실이지만, 수십조 원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생태계라면 인간의 손길과 최소한의 품질 관리를 기대하는 팬들의 근본적인 요구를 외면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에픽게임즈의 논리는 그 자체로는 일관성이 있다. AI를 하나의 도구로 간주하고, 탐지 기술의 한계를 이유로 당장 진위 여부를 가려내는 게이트키핑 역할을 거부하며, 자사 콘텐츠에 대해서만 인간 중심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다. 하지만 생성형 AI 특유의 어색함을 점점 더 빠르게 감지하고 소위 'AI 슬롭'이라고 부르며 거부하는 플레이어들에게, 이처럼 이성적인 변론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