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의 이 같은 부진은 단순한 '투자 심리 위축'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은 크게 다섯 가지 구조적 원인이 겹치며 이더리움에 치명타를 입혔다고 분석합니다.
5월 한 달간 비트코인 현물 ETF는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도 꾸준히 대규모 자금을 빨아들였습니다.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방어적인 투자처로 인식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출시 기대감으로 들썩였던 이더리움 ETF에 대한 관심은 시들해진 지 오래였습니다. 암호화폐 시장으로 유입된 신규 자금의 대부분은 비트코인을 선택했습니다 .
연기금, 대학 재단, 그리고 민간 기업들까지 가세하며 비트코인 점유율(BTC 도미넌스)은 이번 사이클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이들은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처럼 안전하고 희소성이 높은 기초 자산으로 간주하고 집중 매수에 나섰습니다. 자연스럽게 이더리움의 상대적 가치는 큰 폭으로 압축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
5월 19일,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매우 직설적인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핵심 내용은 "의미 있는 네트워크 활성화, 탈중앙화 금융(DeFi) 도입 확대, 그리고 실질적인 유스케이스(사용 사례) 개선 없이는 이더리움이 비트코인 대비 수년간 이어온 약세 흐름을 뒤집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 이 발언은 시장에 찬물을 끼얹기에 충분했습니다.
2026년 초, 이더리움의 공동 창립자인 비탈릭 부테린이 수백만 달러(수백억 원대) 규모의 이더리움을 매도했습니다. 경기 침체 우려와 DeFi 수익률 하락으로 이미 움츠러든 시장에, 네트워크의 상징적 인물이 직접 매물을 쏟아내자 투자 심리는 급속도로 얼어붙었습니다 .
중동발 석유 공급 차질과 연방준비제도(Fed)의 '2026년 금리 인하 없음'이라는 확고한 시그널에 힘입어 미국 달러화 지수(DXY)는 5월 내내 강세를 보였습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모두 강달러의 상단 압박을 피할 수 없었지만, 본질적으로 투기적 성향이 강한 이더리움이 '위험 회피' 압력에 더 취약하며 더 큰 폭으로 휘청였습니다 .
암호화폐 시장이 자체적인 구조 조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면, 전통 금융 시장은 그야말로 '지정학적 소용돌이'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이란-이스라엘/미국 간 충돌로 촉발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5월 증시의 향방을 완전히 좌우했기 때문입니다.
이달의 시작은 파키스탄의 중재로 극적으로 타결된 4월 8일의 불안한 휴전 소식과 함께했습니다. 2월 말부터 석유 시장을 뒤흔들었던 지정학적 갈등이 일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미국 증시는 곧바로 폭발적인 반등을 보였습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하루 만에 1,000포인트 이상 폭등했고, S&P 500과 나스닥은 2024년 이후 가장 긴 6주 연속 상승 랠리를 기록했습니다 .
하지만 미국이 '프로젝트 프리덤(Project Freedom)'을 가동하며 해군을 배치하고 해협 봉쇄에 나서자, 잠시 찾아왔던 평화는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 국제 유가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는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하며 전 세계 인플레이션 공포를 재점화했습니다. 특히 유럽과 아시아의 에너지 수입국들은 극심한 비용 압박에 직면해야 했죠
. 5월 중순, 미국의 주요 주가 지수는 이른바 '지정학-통화정책 넥서스'의 직격탄을 맞으며 연이은 매도 압력에 시달렸습니다. 전문가들은 "유가 급등이 금리 인하 카드를 봉쇄한 연준의 매파적 기조와 충돌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
이후 시장은 중재 협상에 대한 소문 하나하나에 낙관과 비관을 오가며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지만, 실질적인 돌파구는 번번이 좌절되었습니다 . 블랙록(BlackRock)은 5월 말 자사의 지정학적 리스크 대시보드를 통해 이란 충돌을 "중대한 글로벌 이벤트"로 분류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운송이 여전히 "심각하게 제한된" 상태라고 경고했습니다
.
2026년 5월 말,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비트코인과 글로벌 증시가 서로를 의식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입니다. S&P 500이 호르무즈 해협의 뉴스 하나하나에 따라 요동칠 때, 비트코인은 8만 달러 선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비트코인의 움직임을 결정한 것은 석유가 아닌, 기록적인 ETF 유입, 코앞으로 다가온 상원의 규제 법안 표결, 그리고 8년 만에 교체를 앞둔 연방준비제도 의장에 대한 기대와 같은 '암호화폐만의 이슈'였습니다 .
물론 지정학적 리스크가 암호화폐 시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경로는 달랐습니다. 전쟁 그 자체보다는, 전쟁이 초래한 초강세 달러가 더 큰 암초였습니다. 중동발 안전자산 선호와 석유 공급 패닉으로 DXY가 치솟으면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모두에게 상단을 억누르는 무거운 천장이 형성된 것입니다. 쉽게 말해, 암호화폐 시장은 유가 쇼크를 증시처럼 직접 주가에 반영하지는 않았지만, “강달러-긴축 장기화”라는 거시 환경이 모든 반등 시도를 짓누르는 중력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가격 등락 이면에는 역사적인 규제 대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이는 암호화폐 시장 역사상 가장 강력한 순풍과 함께 새로운 구조적 제약을 동시에 던져주고 있었습니다.
시장을 뒤흔들 잠재적 호재들:
결코 무시할 수 없었던 강력한 역풍들:
5월 말, 시장은 단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갈림길 앞에 선 풍경만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비트코인은 기관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등에 업고 버티는 한편, 이더리움은 구조적 재조정의 소용돌이에 갇혔습니다. 글로벌 증시는 산유국들의 외교전에 인질로 잡혔고, 규제 당국은 워싱턴이 충분히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면 디지털 자산의 풍경 전체를 바꿔 놓을 대전환의 문턱에 서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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