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의 중심에는 텐센트의 전략적 베팅이 있다. 텐센트는 2026년 AI 설비투자(CAPEX)를 360억 위안(한화 약 6조 7,900억 원) 이상으로 책정했다. 이는 2025년에 AI 파운데이션 모델 훈위안과 AI 비서 위안바오에 지출한 약 180억 위안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 이 투자는 중국 AI 경쟁에서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것이지만, 동시에 단기 이익률을 압박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당초 이 투자 계획이 지난 3월 처음 상세히 알려졌을 때 텐센트 주가는 하루 만에 6.1% 급락했다.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들은 AI 투자 강화로 인해 텐센트의 영업이익 성장률이 중·후반 한 자릿수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
5월 자사주 매입 직전 발표된 1분기 실적은 이러한 성장과 투자에 대한 긴장 관계를 그대로 반영했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따로 있다. 텐센트 경영진은 새 AI 제품 투자로 인한 이익 감소분을 제외하면 **Non-IFRS 영업이익 성장률이 17%**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 다시 말해, 핵심 사업 자체의 체력은 굳건한데 AI 투자 비용이 그 빛을 가리고 있다는 얘기다.
AI 투자 부담이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지만 주가를 짓누르는 악재는 이것만이 아니다. 투자 심리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타격을 받고 있다.
① 쪼그라든 보유 지분 가치
텐센트의 방대한 투자 포트폴리오 가치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텐센트의 상장 투자 회사(자회사 제외) 주식 보유분 평가액은 2025년 말 6,727억 위안(약 127조 원) 에서 2026년 3월 말 5,471억 위안(약 103조 원) 으로, 단 한 분기 만에 약 1,256억 위안(약 23조 7천억 원)이 증발했다 . 오랜 기간 사업 운영과 투자 지주사의 역할을 동시에 해온 텐센트에게 이러한 평가 손실은 체감되는 기업 가치를 직격한다
.
② 글로벌 매크로 불확실성과 중국 소비 둔화
중국 증시를 대표하는 항셍지수는 지속되는 미·중 갈등과 부진한 내수 소비 심리에 눌려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기술주는 이런 거시 경제 역풍에 더없이 취약하다. 지난 3월, 알리바바와 텐센트 모두 AI 수익화에 대한 명확한 단기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자 두 회사의 시가총액이 단 하루 만에 660억 달러(약 90조 원) 증발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
③ 성장 둔화에 대한 시장의 우려
1분기 매출이 기대치를 소폭 밑돈 것은 비록 춘절 시점 차이에 따른 착시 효과가 일부 있었지만, 시장이 숨 고르기에 들어갈 빌미를 제공했다. 회사가 장기 수익 실현이 불투명한 AI 기술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붓고 있는 지금, 이익 마진 둔화가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시장의 가장 큰 공포다 .
텐센트 경영진은 이렇게 부정적인 내러티브에 맞서지 않고 있다. 아예 정면 돌파를 택한 모양새다. 약세장을 틈타 공격적인 자사주 매입(매일 5억 홍콩달러 규모)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는 최고 연 800억 홍콩달러(약 14조 원) 규모에 달했던 2025년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AI 투자 자금 마련을 위해 다소 규모가 조정된 것이다 .
경영진의 소신은 확고하다. 텐센트 CEO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핵심 사업들의 참여도, 매출, 수익이 지속 성장하며 AI 투자를 뒷받침할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 텐센트의 자사주 매입은 홍콩 상장 규정상 발행 주식 총수의 최대 10% 범위 내에서 가능하며, 지금 그 한도를 채워나가는 중이다
.
이렇게 지속된 폭락세를 두고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주가와 실적 사이에 괴리가 벌어졌다고 진단한다. 모닝스타는 텐센트가 현재 "상당히 저평가됐다"고 분석했고 , 독립적인 가치평가 모델에 따르면 텐센트의 적정 주가는 570~613홍콩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 이는 5월 말 당시 420홍콩달러대까지 떨어진 주가와 비교하면 상당한 프리미엄이다. 경영진의 공격적인 자사주 매입은 "우리도 같은 생각"이라는 가장 강력한 시장에 보내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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