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시장의 반등은 특히 극적이었다. 3,149대의 등록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56%라는 폭발적인 성장률일 뿐만 아니라, 2026년 1월 대비로는 142%나 증가한 수치로 테슬라가 2년여 만에 기록한 가장 강력한 분기 초반 출발을 알렸다 .
테슬라의 2026년 4월 성적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2025년이라는 '암흑기'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한 외신이 "완전한 피바다(total bloodbath)"라고 표현할 만큼, 2025년은 테슬라에게 유럽 시장의 지형이 완전히 바뀐 해였다 .
2026년이 밝았지만 상황은 곧바로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1월에는 유럽 주요 5개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44%라는 믿기 힘든 판매 급감을 기록하며 추락이 계속되는 듯 보였다. 프랑스는 42% 하락한 661대, 네덜란드는 67% 감소, 그리고 한때 테슬라의 아성으로 불렸던 노르웨이는 무려 88% 폭락이라는 충격적인 수치를 내놓았다 .
그러나 2월부터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유럽 15개국 등록 대수가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한 17,425대를 기록하며 1년여 만에 처음으로 의미 있는 성장을 이뤘다 . 3월에는 프랑스에서만 등록 대수가 전년 동기의 3배 수준으로 뛰었고, 북유럽 전역에서도 두 배 가까이 증가하며 반등이 본격화되었음을 알렸다
. 그리고 4월, 이 상승 흐름이 3개월 연속 이어지며 단순한 '일시적 반짝'이 아닌 추세적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증명했다.
다만, 이 모든 비교의 기준이 된 2025년이 워낙 저조했기에, 머릿속에 그려지는 성장률 그래프의 각도보다 실제 절대적인 판매 규모는 아직 예전의 영광에 못 미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화려한 성장률 뒤에는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경쟁 구도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BYD가 2025년에 판매량 기준 세계 최대 전기차 판매업체로 등극하며 유럽 내 입지를 다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이 주도한 유럽 전기차 시장 성장의 과실을 테슬라는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앞서 언급했듯, 2025년 테슬라는 EU 시장에서 다른 어떤 완성차 업체보다도 큰 폭의 판매 감소(-37.2%)를 기록했다
.
2026년 4월 데이터 발표 이후 나온 분석들은 이 같은 등록 대수 성장 이면에 중국 경쟁사들을 향한 '시장 점유율의 가속화된 침식' 이 감춰져 있다고 경고한다 . 즉, 테슬라의 절대적인 판매량은 회복되고 있지만, 값싸고 다양한 라인업을 앞세운 중국 오리지널 이큅먼트 매뉴팩처러(OEM)들에게 시장의 파이를 점점 더 빼앗기고 있다는 의미다.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는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생존을 위한 테슬라의 싸움은 이제 시작일지 모른다.
판매 부진이라는 시련 속에서도 테슬라는 유럽 시장에 대한 장기적인 자신감을 드러내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2026년 5월, 테슬라는 독일 그륀하이데(Grünheide)에 위치한 베를린-브란덴부르크 기가팩토리에 2억 5천만 달러(한화 약 3,500억 원)를 추가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소.
이번 투자의 핵심은 배터리 셀 생산의 대대적인 확장이다.
이 확장을 통해 테슬라는 2027년부터 배터리 셀 생산에서 완성차 조립에 이르는 전 공정을 하나의 지붕 아래 통합하는 유럽 최초의 사례를 만들 계획이다. 공장 책임자인 앙드레 테리그(André Thierig)는 이번 결정을 두고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독일 산업계에 전하는 희소식"이라고 자평했다 소.
테슬라의 미래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풀 셀프 드라이빙(Full Self-Driving) 소프트웨어의 유럽 규제 승인과 관련해서는, 이번 취재원에서 유의미한 진전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제출된 서류나 특정 승인 단계에 대한 정보는 어떤 경로로도 확인되지 않았다 [1~30]. 이는 유럽의 까다로운 자율주행 규제 환경의 느린 행보를 반영하는 것으로, 구체적인 낭보를 기다리는 투자자들과 소비자들에게는 여전히 답답한 '증거 공백'으로 남아 있다.
2026년 4월, 테슬라는 분명 유럽에서 죽음의 골짜기를 벗어나는 데 성공한 듯 보인다. 하지만 이 회복은 값비싼 대가를 치르며 얻은 것이다. 공격적인 가격 인하로 판매 볼륨을 회복했지만, 이는 곧 마진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독일과 북유럽에서의 약진이 남유럽과 노르웨이의 부진을 완전히 가릴 수는 없다. 결정적으로, 'BYD의 그늘'은 날이 갈수록 짙어만 가고 있다. 베를린에서 시작된 2억 5천만 달러의 대규모 승부수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확실한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거세지는 경쟁 속에서 허우적대는 마지막 몸부림으로 기록될지는 앞으로 남은 2026년 하반기의 성적표가 말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