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공급망 붕괴의 충격은 식탁 물가로까지 번지고 있다. 세친은 연설에서 2026년 첫 4개월 동안 비료 가격이 벌써 약 60% 가까이 폭등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천연가스 비용 상승과 공급망 혼란이 맞물린 결과다 .
그는 이로 인해 글로벌 식량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특히 인도와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가장 취약한 경제권이라고 경고했다 . 이는 에너지 위기가 농업 생산 비용을 끌어올려 주요 곡물 가격을 폭등시키는 연쇄 반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역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단순한 해운 차질이 아닌 ‘구조적 농식품 충격의 시작’
으로 규정하며 경고 수위를 높인 바 있다.
세친은 눈앞의 위기를 넘어 장기적인 수요 구조 변화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진단했다. 그는 국제에너지기구(IEA) 전망을 인용하며, 향후 10년 동안 전 세계 석유 수요 증가분의 약 절반, 즉 50% 가까이 인도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인도 경제는 글로벌 에너지 소비 성장의 핵심 동력 중 하나”라고 말한 세친은, 2035년까지 인도의 석유 소비량이 44% 증가한 하루 800만 배럴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 인도의 전력 수요 증가세는 더욱 가파르다. 같은 기간 80% 급증해 약 3,000 테라와트시(TWh)에 달할 전망인데, 이는 현재 유럽연합(EU) 전체 소비량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 세친은 인도가 향후 10년간 전 세계 전력 수요 증가분의 15%를 책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이 전망은 인도를 주요 산유국들이 반드시 잡아야 할 시장으로 만들고 있다. OPEC 데이터에 따르면, 이미 2026년 3월 기준 러시아는 인도에 하루 약 20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하며 사우디아라비아의 거의 3배에 달하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
중동발 혼란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제 하에, 세친은 러시아가 대안적 에너지 축으로서의 역할을 분명히 했다. 그는 “러시아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될 수 없다”면서, 모스크바가 중국 및 인도와 구축한 경제적 파트너십이 어떤 시장 변동성에도 흔들리지 않고 이들 국가에 안정적 공급을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현재 러시아는 중국과 인도에 원유를 가장 많이 공급하는 단일 공급처다. 세친은 이러한 위상을 바탕으로 러시아를 단순한 자원 수출국이 아닌, 파편화된 글로벌 시장의 안정자로 포지셔닝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호르무즈가 불안해지고 미국이 고유가로 이득을 보는 와중에, 아시아의 거대 신흥국에 장기 공급을 약속하며 시장 점유율을 굳건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세친의 이번 기조연설 제목은 **“시작의 끝인가, 끝의 시작인가: 판도라의 상자 바닥에 남은 것”**이었다 . 그는 호르무즈 봉쇄가 단순한 유가 폭등을 넘어 전력, 금속, 물, 식량에 이르는 전방위적인 자원 부족을 불러올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제시했다. 미국이 부추긴 이 혼란이 세계 경제에 고통을 전가하는 동안 미국 기업만 배를 불리고 있다는 것이 그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보낸 핵심 메시지였다. 그와 동시에, 그는 인도의 폭발적 수요와 러시아의 안정적 공급을 묶어 다음 시대 에너지 질서의 두 축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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