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축구협회(SAFA)는 짧은 성명을 통해 "일부 선수와 임원의 비자 발급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확인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거의 밝히지 않았다 . 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긴급 위원회가 소집되었고, 가이튼 맥켄지 체육부 장관은 대표팀이 "바보처럼 보이게 됐다"며 이 상황이 팀 임원들의 행정적 실수로 인한 부끄러운 "실책"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
6월 2일, SAFA는 모든 선수의 비자가 확보되었다고 발표했고 대표팀은 하루 늦게 출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부 스태프는 여전히 여행 서류 없이 남아 있었다 . 이 소동은 근본적인 의문을 남겼다. 남아공 전세기는 멕시코로 향할 예정이었지만, 선수들은 훈련 캠프와 조별 리그 두 번째 경기를 위해 미국에 입국하려면 미국 비자가 필요했다는 점이다
. 3개국 공동 개최 대회에서 한 국가의 비자 문제 하나가 팀 전체 일정에 도미노처럼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남아공의 문제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행정 적체였다면, 스위스의 상황은 갑작스럽고 설명할 수 없는 뒤집기였다. 프랑스 스타드 렌에서 뛰는 공격수 브릴 엠볼로는 6월 2일 오전, 비자 면제 프로그램(ESTA)을 통해 미국 여행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몇 시간 후, 대표팀이 취리히 공항에 모여 로스앤젤레스행 비행기에 오르려는 순간, 스위스축구협회(SFA)는 엠볼로의 ESTA 신청이 "추가 검토 대상이 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
SFA는 성명을 통해 "그의 ESTA 승인은 오늘 아침까지 유효했습니다. 하지만 오전 10시 30분, 그의 ESTA 신청이 재심 대상으로 분류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라며 관계 당국과 접촉 중이며 엠볼로가 추후 팀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 나머지 선수단은 그를 두고 대회 개막 9일을 앞둔 샌디에이고의 훈련 캠프로 먼저 떠났다
.
ESTA는 보통 유럽 등 비자 면제 프로그램 가입국 국민에게 일상적으로 자동 승인되는 절차다. 엠볼로의 사례는 강화된 심사 체제 앞에서는 비자 면제 국가 여행자조차 안전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새로운 정책 아래, ESTA 신청자들은 최대 5년 치의 소셜 미디어 기록을 요구받을 수 있으며, 더욱 강도 높은 심사를 받게 된다 . 국가대표팀과 함께 출국하려던 선수로서, 마지막 순간의 행정적 보류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채 합류를 위해 급히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아이티는 극심한 갱단 폭력과 정치적 불안정 속에서 홈 경기는커녕 자국 땅에서 훈련조차 한 번 하지 못한 채 52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오르는 기적을 썼다 . 그러나 압도적 다수의 아이티인들에게 이번 월드컵은 그림의 떡이다.
2026년 1월 1일, 미국은 대통령 포고령 10998에 따라 여행 제한 대상 국가를 39개국으로 확대했다. 이 중 19개국에는 완전한 비자 발급 중단 조치가, 20개국에는 부분적 중단 조치가 내려졌다 . 아이티는 이민 비자와 비이민 비자 모두가 전면 금지된 국가에 속한다
. 여기에는 월드컵 참가를 위한 "선수, 코치, 필수 지원 인력 및 직계 가족"에 대한 예외 조항이 존재하지만, 그 범위는 거기까지다. 관중, 기자, 기업 스폰서, 혹은 대가족은 이 예외에 포함되지 않는다
.
2026년 6월 2일, 아이티 대표팀에는 중대한 돌파구가 하나 마련되었다. 아이티에 거주하는 유일한 국가대표 선수인 우덴스키 피에르가 대회를 완전히 놓칠 수 있다는 우려 끝에 마침내 미국 비자를 발급받은 것이다 . 그의 입국 허가는 팀에는 안도감을 주었지만, 여전히 다른 모든 아이티 국민에 대한 전면 금지 조치는 해제되지 않았다. 미 국무부는 아이티 팬들이 비록 비자를 신청하고 인터뷰를 예약할 수는 있지만, "비자 발급 또는 미국 입국 자격이 없을 수 있으며", 어떤 예외도 "매우 드물 것"이라고 밝혔다
.
결과는 냉혹하다. 아이티는 반세기 만에 치르는 첫 월드컵 경기를, 자국민의 입장이 법적으로 불가능한 관중석 앞에서 치러야 한다. 한 평론가는 "FIFA는 위선 덩어리"라며, 대회의 축제적인 레토릭과 자국민이 텅 빈 경기장에서 뛰어야 하는 현실 사이의 모순을 꼬집었다 .
이번 사건들은 무작위적인 관료주의적 실수가 아니다. 이는 세 가지 구조적 힘이 충돌한 예측 가능한 결과다.
1. 미국의 여행 금지 확대가 글로벌 이벤트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2025년 6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보안 심사 결함을 이유로 19개국 국민의 입국을 중단하는 포고령을 발표했다 . 2026년 1월 1일, 이 금지 조치는 39개국으로 확대되었다
. 이 제한 대상에는 아이티, 이란, 세네갈, 코트디부아르 등 월드컵 진출국 네 나라가 포함된다
. 동시에 행정부는 브라질, 콜롬비아, 이집트, 가나, 요르단, 모로코, 튀니지, 우루과이 등을 포함한 75개국에 대한 이민 비자 처리를 중단했으나, 이는 관광 여행보다는 주로 이민 비자에 영향을 미친다
.
2. 최대 1만 5천 달러의 비자 보증금 제안이 수개월간의 혼란을 초래했다. 행정부는 당초 비자 체류 위험이 높다고 판단된 50개국 방문객에게 최대 1만 5천 달러의 환불 가능한 보증금을 요구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는 월드컵 본선에 오른 알제리, 카보베르데, 코트디부아르, 세네갈, 튀니지 등 아프리카 5개국 팬들에게 직격탄이 될 수 있었다 . 국제적인 반발에 직면한 국무부는 2026년 5월 중순, FIFA 경기 티켓을 확보한 팬들에 한해 이 보증금 요구를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 하지만 그동안의 혼란은 이미 대회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여행 계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3. 세 개의 개최국은 세 개의 다른 이민 시스템을 의미한다. 멕시코로 가면서도 미국 비자가 필요했던 남아공의 문제는 그 연쇄적인 복잡성을 보여준다 . 캐나다 역시 자체적인 입국 요건과 일부 국가에 대한 여행 금지를 가지고 있으며, 경기 티켓이 입국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경고한 바 있다
. 캐나다는 스위스를 포함한 유럽 22개국 FIFA 관계자들을 위해 한시적으로 생체 정보 등록을 면제해 주는 프로그램을 도입했지만, 이러한 편의는 제한적이며 대부분의 일반 팬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
비자 대란의 가장 인간적인 측면은 바로 팬들의 배제다. 아이티의 경우, 미국 내 경기장에 단 한 명의 자국 팬도 들어갈 수 없게 된 것은 대회에 오르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은 이 나라에게 특히 가혹한 결과다 . 전면적인 여행 금지 대상인 이란 대표팀의 상황도 비슷하다
. 세네갈과 코트디부아르는 일부 비자 종류에 적용되는 부분적 금지 대상이지만, 이것이 월드컵 여행에 미치는 정확한 영향은 다소 불분명하다
.
심지어 금지 대상이 아닌 국가의 팬들조차도 버거운 난관에 부딪힌다. 일부 미국 영사관의 관광 비자(B1/B2) 인터뷰 대기 시간은 330일을 넘으며, 콜롬비아 보고타와 멕시코 멕시코시티 같은 곳은 600일, 심지어 800일을 웃돈다 . 국무부는 이러한 적체를 인지하고 인공지능 활용과 영사 인력 증원을 고려하고 있지만, 대회를 불과 며칠 앞둔 지금 이 해결책들은 더 이상 '준비'가 아니라 '당장 시행'해야 할 정도로 긴급한 것이 되었다
.
미국 정부는 주요 스포츠 이벤트에 대해 선수단 인원은 여행 금지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 왔다 . 국무부 역시 월드컵 관련 비자 처리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하지만 남아공 전세기의 발이 묶이고 스위스의 스트라이커가 공항에 발이 묶인 사태가 증명하듯, 서류상의 '최우선 처리'가 현장에서의 '실행'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워싱턴 이그재미너는 일찍이 "지루한 관료적 장벽, 비자 문제, 위압적인 강제 규정이 수천 명의 해외 방문객을 멀어지게 할 수 있다" 고 경고한 바 있다. 그 예측은 이미 선수단 차원에서 현실이 되었다. 남은 며칠 동안 극적인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이는 미국 전역의 경기장을 텅 빈 좌석과 실망으로 채우며, 사상 가장 개방적인 월드컵이 되리라 약속된 대회의 심장부에 자리한 모순으로 남을 것이다.
Comments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