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멉니다. 이 기술은 여전히 '운전자 보조' 범주에 속하며, 운전자는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차량에 대한 모든 법적 책임도 운전자에게 있습니다 . 진정한 이정표는 유럽 전역에 이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산하 자동차 기술 위원회에서 55%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합니다
.
하지만 이 모든 규제 완화의 낭보도 테슬라를 거시 경제의 파도로부터 지켜주지는 못했습니다. 2026년 5월 말 435달러를 웃돌던 테슬라 주가는, 반도체주 약세가 촉발한 기술주 전반의 차익 실현 매물 폭탄을 정통으로 맞으며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 6월 8일 396달러 언저리로 주저앉은 주가는, 결국 6월 11일에는 약 385.50달러까지 밀리며 충격을 줬습니다
.
물론 반짝 반등도 있었습니다. 6월 8일, 테슬라는 3.38% 상승했는데요. 유럽 FSD 승인 모멘텀, JP모건의 '비중축소(매도)' 의견 철회, 그리고 로보택시 서비스 출시 시작이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덕분이었습니다 . 특히 JP모건의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올린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컸습니다. 이로써 2023년 7월 이후 무려 3년 가까이 이어져 온 월가 최강 곰(약세론자)의 굴복이 공식화된 셈이니까요. JP모건은 그 근거로 테슬라의 통합 공급망과 '물리적 AI(Physical AI)' 분야에서의 선두 위치를 꼽았습니다
.
전반적인 애널리스트들의 시각은 여전히 엇갈립니다. 컨센서스는 '보유(Hold)'이며, 평균 목표 주가는 약 404달러에 형성되어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로보택시와 AI 진전에 힘입어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 보기도 하지만, 현재 주가순이익비율(P/E)이 약 348에 달할 정도로 고평가되어 있다는 점을 근거로 AI와 로봇 공학에 대한 낙관론이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
주가가 자율주행 뉴스에 일희일비하는 사이, 머스크는 또 다른 전략적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6월 10일과 11일,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회사 ASML의 비공개 내부 기술 컨퍼런스에 화상으로 참석했습니다. 크리스토프 푸케 ASML CEO와의 '파이어사이드 챗' 형식으로 진행된 이 자리에서 머스크는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합작 프로젝트인 '테라팹(Terafab)'을 본격적으로 소개한 것입니다 .
테라팹은 텍사스 기가팩토리 인근에 세워질 초대형 반도체 공장으로, 무려 55조 원(550억 달러) 이상이 투자됩니다. 이 공장은 인공지능(AI), 로봇 공학, 그리고 미래의 우주 데이터 센터를 위한 2나노미터(nm)급 최첨단 칩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ASML조차도 테라팹을 두고 “진지한 시도(serious endeavor)”라고 평가할 정도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 머스크가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전, 자신의 X(구 트위터) 계정에 ASML을 두고 “유럽에서 단연코 가장 위대한 회사”라고 극찬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대장주 ASML의 주가는 머스크의 테라팹 발표와 함께 6월 초 약 8.7%나 급등했고, ASML은 AI 수요 증대에 힘입어 2026년 연간 매출 가이던스를 360억400억 유로(약 54조60조 원)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
하지만 모든 이가 환호한 것은 아닙니다. ASML 내부에서는 강한 반발이 일었습니다. 일부 직원들이 머스크의 미국 정치 개입과 이른바 '나치 동조' 발언을 문제 삼으며 그의 컨퍼런스 참석 자체를 보이콧하겠다고 위협한 것입니다. 이들은 회사 내부 소통 채널에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 이는 머스크의 그늘인 '정치적 리스크'가 그의 기업 활동에 점점 더 큰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음을 보여주는 적나라한 사례입니다.
앞으로 몇 주간은 테슬라 주가를 흔들 수 있는 굵직한 이벤트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변수는 6월 12일로 예정된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입니다. 공모가는 주당 135달러로, 상장 후 시가총액만 약 2,625조 원(1조 7,5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입니다 . 문제는 이 초대형 IPO가 테슬라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입니다. 월가 일각에서는 자금이 테슬라를 떠나 새로 상장하는 스페이스X로 이동하는 '자금 이탈(Diversion Effect)'을 우려하는 반면, 또 다른 쪽에서는 '머스크 후광 효과(Musk Halo Effect)'가 두 종목을 동시에 끌어올릴 것이라고 낙관합니다.
기술적 분석에 의존하는 트레이더들은 주요 저항선과 지지선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380.63달러를 하향 이탈할 경우 장기 지지선인 356.99달러까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반대로 하락 채널 상단 저항선인 450달러 초반대를 안착하는 데 성공한다면, 이는 연말까지 이어질 추가 상승의 시동이 될 수 있습니다 .
2026년 6월, 테슬라는 지금 그야말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분야의 진정한 규제 돌파구, 마지못해 등을 돌린 월가 큰손, 그리고 반도체 영토 확장이라는 웅대한 비전. 이 모든 긍정적 신호들이 고평가 기술주를 향한 시장의 급격한 외면 앞에서 제대로 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FSD 구독 수익과 테라팹의 포부가 결국 수천조 단위의 시가총액을 정당화할 수 있을지 여부가, 지금 투자자들에게 던져진 가장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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