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주목을 받은 발표는 단연 zHBM이다. zHBM은 기존처럼 AI 가속기 옆에 실리콘 인터포저 위에 HBM을 배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메모리를 AI 가속기 바로 위에 수직으로 적층하는 획기적인 개념이다. 고급 웨이퍼 본딩 기술이 이 배치를 가능하게 한다. 삼성전자는 zHBM이 HBM5 대비 약 8배의 성능, 10배 이상의 메모리 밀도, 3배 향상된 에너지 효율을 제공하며, 열 저항은 절반 이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점은 zHBM이 아직 물리적 목업(mock-up) 모델로만 공개되었으며, 상용화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아키텍처가 실현된다면, 지금까지 모든 HBM 세대의 근간이었던 실리콘 인터포저 자체가 필요 없어진다.
삼성전자는 zNAND-O도 함께 공개했다. 실리콘 관통 전극(TSV) 기술을 V-NAND에 결합해 낸드 칩 4개 또는 8개를 수직으로 적층하는 단일 패키지로 만드는 개념이다. 엣지 AI(Edge AI) 워크로드에 최적화되었으며, 공간 효율성, I/O 성능, 지연 시간이 개선된다는 설명이다. zHBM과 마찬가지로 아직 상용화 시점이 정해지지 않은 개념 모델이다.
삼성전자는 부스에서 HBM 로드맵의 다음 단계인 HBM4E 샘플과 HBM5 개념 모델도 함께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1c D램과 4나노 칩 기술을 적용한 HBM4 양산을 업계 최초로 시작했으며, 지난 5월에는 글로벌 고객사에 HBM4E 샘플을 처음으로 공급했다. HBM4E 양산은 4세대 하이브리드 본딩 공정을 적용해 내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메모리 내부에 프로세싱-인-메모리(PIM) 기능을 탑재한 LPDDR5X-PIM도 시연했다. 이 기술은 메모리 자체에서 일부 데이터 연산을 처리해 CPU나 GPU와의 데이터 이동을 줄여주므로, AI 추론(Inference) 작업의 효율을 높이고 전력 소모를 낮출 수 있다.
삼성전자는 AI 인프라 워크로드를 겨냥한 차세대 엔터프라이즈 SSD 플랫폼인 PM1763과 BM1773도 전시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6년 2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매출 기준 39%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탈환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26%**로 떨어졌고, 마이크론이 25%로 뒤를 이었다. 이는 범용 D램 수요가 강했고 삼성전자의 HBM 출하량이 확대된 반면, SK하이닉스는 HBM 가격이 정체된 데 따른 것이다. SK하이닉스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4% 늘었음에도 시장 점유율은 2025년 2분기 39%에서 26%로 하락했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에 잠시 1위를 내준 지 몇 분기 만에 다시 정상에 올랐다.
지난 7월 30일 열린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삼성전자는 중대한 전략적 변화를 발표했다. 바로 전체 메모리 생산 능력의 **60~70%를 장기 공급 계약(LTA)**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LTA 계약 구조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조사에 따르면, 계약 조건은 공급사에 매우 유리하게 설계되었다. 가격 인하 폭은 분기당 5%로 제한된 반면, 가격 인상 가능성에는 사실상 제한이 없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만이 FMS 2026의 주인공은 아니었다. 주요 경쟁사들도 AI 메모리 인프라를 위한 다양한 신기술을 선보였다.
결론: FMS 2026에서 삼성전자가 제시한 메시지는 명확했다. zHBM과 zNAND-O로 대표되는 과감한 아키텍처 혁신, D램 시장 1위 탈환으로 입증된 강력한 시장 지위, 그리고 60~70%의 생산 능력을 AI 고객사와 장기 계약으로 묶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다. 업계 전체적으로도 HBM-HBF-SSD로 이어지는 계층형 메모리 아키텍처와 PCIe 6.0 인터페이스 표준화 움직임이 뚜렷해지며, AI 인프라 메모리 시장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과 혁신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