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실적 발표에서 가장 핵심적인 지점은 AI 투자의 규모와 속도감이다. 1분기 CAPEX(설비투자)는 무려 319억 위안(약 6조 1천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전 분기 대비로는 63%나 폭증했다 . 연구개발비(R&D)도 225억 위안으로 19%나 늘었다
. 이는 훈위안(Hunyuan) 거대언어모델, AI 비서 '원바오(Yuanbao)', 그리고 코드버디(CodeBuddy), 워크버디(WorkBuddy) 같은 기업용 생산성 도구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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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라우(Martin Lau) 사장은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한 술 더 떠서, 2025년 약 180억 위안이었던 연간 AI CAPEX를 2026년에는 2배 이상 증가한 360억 위안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 제임스 미첼(James Mitchell) 최고전략책임자(CSO)는 특히 중국산 AI 반도체(ASIC)가 도입되는 하반기부터 자본 지출이 "대폭 증가"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
투자자들에게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이 투자가 현재 이익에 어떤 타격을 주고 있는지 수치로 공개된 점이다. 경영진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신규 AI 제품(훈위안, 원바오, 코드버디 등) 관련 비용을 모두 제외할 경우, 비IFRS 기준 영업이익 성장률은 발표된 9%가 아니라 17%였을 것이다 . 이는 텐센트가 AI를 배포하는 대가로 분기 영업이익 성장률에서 무려 8%포인트를 까먹고 있다는 의미다. AI 감가상각비와 운영 비용이 실적의 직접적인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 한마디로, AI의 수익화 속도보다 배포 속도가 훨씬 빠른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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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센트의 전통적 캐시카우인 게임 부문은 이번 분기에 성숙기의 전형적인 면모를 보였다. 국내 게임 매출은 454억 위안으로 6% 증가하는 데 그쳤고, 해외 게임 매출은 188억 위안으로 13% 성장했다 . 앞서 언급한 춘절 시기 차이를 감안하면 국내 게임의 실제 체력은 머릿수보다는 강하지만, 더 이상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경영진은 핵심 게임 사업이 "강력한 운영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 하지만 시장의 해석은 한결 냉정하다. 2026년 게임의 역할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 아니라, 거대한 AI 전쟁터에 총알(현금)을 대는 군수 공장이라는 것이다
. 광고 사업도 마찬가지다. 광고 매출은 AI 기반 추천 툴의 도움을 받아 20%나 성장했지만
, 이 역시 미래를 위한 AI 전환 비용을 감당하기 위한 재무적 버팀목으로 인식된다.
늘어나는 AI 투자에 현금이 빠져나가면서도, 텐센트는 흔들리지 않고 주주 환원을 이어가고 있다. 1분기에만 약 1,270만 주를 약 76억 홍콩달러에 사들였다 . 이는 2024년 1,120억 홍콩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2025년 배당 32% 인상 계획에 이은 연속적인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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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주목할 점은 2분기에 접어들면서 자사주 매입이 더 과감하고 집중적인 '신호 보내기'로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적 발표를 앞두고 주가가 52주 신저가를 기록하자 , 4월 8일 하루에만 10억 홍콩달러(약 1,700억 원) 어치의 주식을 사들이며 시장에 강한 자신감을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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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공격적인 행보에는 우려도 따른다. AI 투자를 감당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 페이스가 2025년 정점 대비 다소 후퇴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 하지만 이는 자사주 매입을 완전히 중단하거나 축소한 구글, 메타 등의 빅테크와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인 행보다. 텐센트는 AI에 대규모로 베팅하면서도, 지속적인 자사주 매입을 통해 저평가된 주식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하고 있다.
텐센트의 현재 전략은 세 개의 축으로 요약된다. 첫째, 'AI 퍼스트' 성장 전략이다. 생산성 AI 에이전트들이 초기 시장 반응을 얻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돈을 벌지는 못하고 있다 . 둘째, 게임과 광고라는 캐시카우의 안정적 방어다. 이 수익 기반이 있어야 과감한 AI 투자가 가능하다
. 마지막으로,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 방어다. AI 투자로 인한 단기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빠져나가는 투자자들을 위해, 최고경영진이 직접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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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리스크는 물론 시간이다. AI에 퍼붓는 돈이 실질적인 수익으로 연결되는 시점이 언제일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만약 원바오나 워크버디 같은 제품들이 2026년이나 2027년에도 유의미한 캐시플로우를 만들지 못한다면, 지금의 마진 압박은 보상 없는 고통으로 남게 될 것이다 . 당분간 텐센트의 주가는 '아픈 만큼 성숙해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과 함께 움직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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