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상장 신청으로 스페이스X는 사상 처음으로 자사의 내부 장부를 대중의 냉정한 시선에 공개했다. 양쪽 대차대조표의 숫자는 충격적이다. 2025년 한 해 동안 이 회사가 벌어들인 매출은 **187억 달러(약 24조 6,000억 원)**였으며, 이 중 위성 인터넷 사업부 ‘스타링크(Starlink)’가 무려 **114억 달러(약 15조 원)**를 차지하며 전체의 **61%**를 책임졌다 . 하지만 같은 기간 스페이스X는 **49억 달러(약 6조 4,000억 원)**의 순손실을 냈고, 2026년 1분기에만 또다시 **42.8억 달러(약 5조 6,000억 원)**의 적자를 추가하며 누적 결손금이 **413억 달러(약 54조 원)**로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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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깊은 적자의 늪은 인공지능(AI) 분야다. 2026년 2월 일론 머스크의 AI 스타트업 ‘xAI’와 전액 주식 교환 방식으로 합병한 이후, 통합 법인은 AI 관련 비용으로 분기마다 약 **25억 달러(약 3조 3,000억 원)**를 소각하고 있다. 2026년 1분기 AI 부문 자본적 지출(CAPEX)만 **77억 달러(약 10조 1,000억 원)**에 달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우주 사업(10억 달러)과 통신 사업(13억 달러)의 투자 규모를 압도하는 수치다 .
S-1 보고서가 제출된 이틀 후인 5월 22일, 스페이스X는 텍사스주 스타베이스의 새롭게 건설된 제2 발사대에서 업그레이드된 랩터 V3 엔진을 장착한 총길이 124m(408피트)의 ‘스타십 버전 3(V3)’ 첫 시험 비행을 감행했다 . 이 발사의 타이밍은 매우 중요했다. 성공적인 시험 비행만이 기관 투자자들에게 회사의 핵심 발사 기술이 예정대로 성숙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행은 대부분의 주요 목표를 달성했다. V3 스타십은 의도한 준궤도에 도달해 모의 스타링크 위성 22기를 사출했고, 비행 중 실시간 영상을 전송했으며, 인도양에 무사히 낙하하는 것으로 임무를 마쳤다 . 일론 머스크 CEO는 직원들에게 “위대한 첫 스타십 V3 발사와 착륙을 해낸 팀에 축하를 보낸다”며 “인류를 위한 골을 넣었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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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완벽한 비행은 아니었다. 발사 직후 1단 추진체인 ‘슈퍼 헤비(Super Heavy)’ 부스터에서 3개의 랩터 엔진이 꺼졌고, 부스터는 제어된 역추진 점화(부스트백 번) 없이 멕시코만에 추락했다. 또한 상승 중 진공 랩터 엔진 1기가 정지했고, 우주 공간에서의 엔진 재점화 시험은 실시되지 못했다 . 이는 스타십이 분명히 진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스페이스X의 장기 계획을 책임질 실험 단계의 기체일 뿐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스페이스X IPO라는 거대한 중력은 전 세계 우주 산업 섹터 전체를 끌어올렸다. 미국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의 열기가 플래닛 랩스(Planet Labs, +24%)와 인튜이티브 머신즈(Intuitive Machines, +24%) 같은 순수 우주 기업들의 주가를 4월 초 단 이틀 만에 폭등시켰다 .
이 열풍은 곧바로 대서양을 건넜다. S-1 신고서가 공개된 5월 21일, 프랑스 위성 통신 사업자 유텔셋(Eutelsat)은 16~20%, 독일 위성 제조업체 OHB는 12~15%, 룩셈부르크의 SES는 2.3~3.7% 급등했다 . 그 주가 끝날 무렵에는 유텔셋과 OHB의 시장 가치가 약 3분의 1가량 불어나 있었다
. 영국의 우주 투자 전문 회사인 세라핌 스페이스(Seraphim Space)의 주가는 1년 만에 4배 가까이 치솟으며 1주당 순자산가치 대비 71%의 프리미엄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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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랠리는 단순한 IPO 기대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국방 예산과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의 전망이 맞물린 결과다. 맥킨지는 세계 우주 경제 규모가 2024년 6,130억 달러에서 2034년이면 1.8조 달러로 3배 가까이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
연간 흑자를 한 번도 내본 적 없는 회사에 매겨진 1.75~2조 달러의 몸값은 역대 기술주 거품의 정점을 떠올리게 한다. 이 기업 가치는 모든 항공우주 및 위성 경쟁사들을 왜소하게 만든다. 한 분석에 따르면, 막대한 누적 적자를 감안할 때 스페이스X의 암묵적 가치 중 실제 유형 자산이 뒷받침하는 비율은 약 **7%**에 불과하다 .
S-1 보고서는 일론 머스크가 지분의 42%만 보유했음에도 무려 85.1%의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는 이사회 구성, 전략적 방향 설정, 그리고 모든 내부 거래를 단독으로 통제할 수 있는 구조다 . 머스크에게 부여된 두 개의 성과 기반 보상안이 완전히 귀속될 경우 그 가치는 약 **7,370억 달러(약 970조 원)**에 이를 수 있다
. 기관 투자자들에게 이러한 의결권 집중은 지배구조의 고전적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스타링크는 2025년 전체 매출의 61%를 차지하는 ‘캐시카우’지만, 이는 회사의 재무 건전성이 단일 제품군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 아마존의 ‘프로젝트 카이퍼(Project Kuiper)’를 비롯한 신흥 저궤도 위성군 사업자들과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만약 규제 차질, 주파수 간섭 분쟁 또는 대규모 기술 장애가 스타링크를 덮친다면 스페이스X의 매출 엔진은 그대로 멈춰 설 수 있다.
스타십 V3 시험 발사는 진전을 보였지만, 엔진 고장과 부스터 통제 상실 문제는 시스템이 아직 개발 중임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유인 임무나 고부가가치 위성 발사를 위한 상업 운용으로의 전환은 여전히 거대한 기술적 난제로 남아 있다. 게다가 6월 초라는 상장 일정은 매우 촉박하다. 6월 12일 이전까지 거시 경제 충격, 변동성 확대, 혹은 SEC의 막판 제동 등 어떤 작은 변수라도 공모 일정을 지연시키거나 희망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스페이스X가 2조 달러 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아니면 회사의 적자 무게가 좀 더 보수적인 데뷔를 강요할지, 앞으로 단 2주가 모든 것을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