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움직임이 특히 의미심장한 이유는 재평가 속도 때문입니다. 불과 16개월 전만 해도 SK하이닉스의 기업 가치는 1,000억 달러 미만이었습니다 . 이 회사의 급등은 AI 가속기에 필수적인 특수 D램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분야의 압도적 지위 덕분입니다. 엔비디아의 주요 공급사로서 AI 인프라에 대한 끝없는 수요를 구조적 가격 결정력과 물량 성장으로 전환시킨 것입니다
. 이날 랠리는 SK하이닉스에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미국 경쟁사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역시 같은 24시간 내에 시총 1조 달러를 돌파하며, 시장이 메모리를 더 이상 ‘주기적 상품’이 아닌 ‘병목 자산’으로 평가하기 시작했음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
SK하이닉스가 축포를 쏘는 동안,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메모리 칩 제조사의 생산을 위협할 뻔했던 노동 위기의 절정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약 4만 7,000명, 즉 한국 내 전체 인력의 약 40%를 대표하는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지난 5월 13일과 20일 임금 협상이 결렬된 후, 5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
분쟁의 핵심은 성과급이었습니다. SK하이닉스 대비 큰 성과급 격차에 분노한 노동자들은 AI로 인한 반도체 호황의 이익을 더 많이 공유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 당시 업계 관측통들은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삼성전자가 최대 200억 달러(약 30조 원)에 달하는 생산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
극적인 반전은 이렇게 연출되었습니다. 5월 20일 오후 10시 30분, 파업 개시 불과 1시간 30분 전에 정부 주선 중재를 통해 사측과 노조가 극적으로 잠정 합의에 도달한 것입니다 . 노조는 즉시 파업을 중단하고 조합원 투표를 거치기로 하면서 위기는 일단 봉합되었습니다
. 막판 극적 합의로 반도체 생산에는 차질이 없었지만, 반도체 부문과 비반도체 부문 노조원 간 계파 갈등을 포함한 근본적인 긴장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과제로 남았습니다
.
한편, 대만 타이베이에서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AI 공급망에 쏟아지는 투자 규모 자체를 다시 쓰는 발표를 했습니다. 약 4,000명의 직원을 수용할 ‘컨스틸레이션(Constellation)’이라는 이름의 신사옥 출범 행사 연설에서, 황 CEO는 엔비디아가 현재 연간 약 1,000억 달러(약 150조 원)를 투자하는 대만에 향후 최대 1,500억 달러(약 225조 원)까지 지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45년 전의 100억150억 달러 수준에서 무려 10배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 그는 대만을 AI 혁명의 ‘진원지(epicentre)’라 칭하며 수십 년간 세계 기술 제조의 중심지로 남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습니다. 타이완 가권 지수(TAIEX)는 1.7%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반도체주들은 투자자들이 이 섬의 반도체 생태계가 누릴 장기적 매출 궤도를 재평가하면서 급등했습니다 . 특히 TSMC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었으며, TSMC는 자체적으로 2026년 설비투자(CAPEX) 계획을 전년 410억 달러에서 520억~560억 달러로 상향 조정하며 지속적인 AI 칩 수요에 대한 깊은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
흥미롭게도, 이날 엔비디아 자사 주가는 약 2% 하락한 약 209.26달러에 거래되었습니다. 대만에 대한 장기적 낙관 신호에도 불구하고, 이미 시가총액 5조 달러를 넘어선 주식의 추가 상승 가능성에 대해 투자자들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
이날의 기록적인 흐름은 주로 거시경제나 환율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MSCI 신흥 시장 통화 지수는 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고, 더 넓은 아시아 증시도 동반 상승했지만, 핵심 동력은 AI 공급망의 결정적 노드(node)에 가치가 구조적으로 집중되는 현상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