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단연 야오순위(姚顺雨) 수석 AI 과학자였다. 2025년 12월 17일, 텐센트는 당시 27세였던 전 오픈AI 연구원을 전격 영입하며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그는 마틴 라우(Martin Lau) 텐센트 사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CEO 직속 조직에 배치되었다 .
야오순위는 중국 공학계의 전설적인 인재 사관학교인 칭화대학교 '야오반(姚班)' 출신으로,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컴퓨터 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박사 과정 연구인 'ReAct'와 'Tree of Thoughts' 프레임워크는 전 세계 AI 에이전트 분야의 핵심 기초 연구로 꼽힌다 . 오픈AI에서는 'Operator'와 'Deep Research' 같은 핵심 에이전트 제품 개발에 깊숙이 관여했다
.
이번 행사는 그가 텐센트에 합류한 지 약 6개월 만의 첫 대면 공개 무대였다.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현장은 그에 대한 업계의 기대치를 실감케 했다 . 앞서 2026년 3월, 텐센트는 10년 역사의 AI 연구소(70여 명의 박사급 연구원 포함)를 해체하며 모든 AI 역량을 이 젊은 과학자에게로 집중시켰다
. 이날 컨퍼런스는 그가 자신의 비전을 공개적으로 펼치는 자리였다.
탕다오성(텐센트 클라우드·스마트 산업 그룹 CEO)과의 공동 대담에서 야오순위는 '텐센트의 AI 기술력이 뒤처졌다' 는 시장의 냉소적 시선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AI를 "장기적인 노력(long-term endeavor)" 으로 규정하며, 업계 전체가 이제 막 "후반전의 시작" 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즉, 핵심 방법론을 찾는 전반전을 지나 이제는 실제 세상의 의미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국면으로 넘어왔다는 것이다 .
특히 주목할 점은 그가 **"챗GPT도, 클로드(Claude)도 단 하나의 지배적 앱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 부분이다 . 이는 단일 모델 성능 경쟁보다 거대한 자사 생태계 전반에 AI를 녹여내는 텐센트의 전략에 대한 핵심 논리를 제공한다.
탕다오성의 발언도 직설적이었다. 그는 “사람들은 흔히 한 가지를 집어 텐센트를 비판하는 걸 좋아한다”며 텐센트의 사업 영역이 워낙 다양해 "확실히 개선될 여지가 있는 부분이 있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 하지만 그는 비판론자들에게 오히려 "더 높은 눈높이로 텐센트를 평가해 달라" 고 맞받아치며, AI 발전을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에 비유했다. 요지는 텐센트가 "일부 우회와 실험을 거치긴 했지만" 성급하게 상업화에 뛰어들지는 않을 것이며, 이제는 배가 나아갈 방향을 찾았다는 자신감이었다
.
이날 공개된 가장 구체적인 변화는 바로 생산성 혁신 관련 내용이었다. 탕다오성은 2026년 현재 텐센트 내부에서 작성되는 대부분의 코드가 AI에 의해 생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 엔지니어들의 역할은 이제 직접 코딩하는 대신, AI 코딩 에이전트를 감독하고 설계를 검토하는 '관리자'로 전환되었다
. 이는 외부의 의심과 달리 AI가 이미 텐센트 내부에 얼마나 깊숙이 침투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 대목이다.
이번 컨퍼런스는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배경으로 진행되었다. 6월 2일, 파이낸셜 타임스가 텐센트가 위챗에 내장된 AI 에이전트 시제품을 테스트 중이라고 보도한 것이다. 이 에이전트는 사용자가 홈 화면에서 오른쪽으로 쓸어 넘기는 간단한 동작만으로 위챗 생태계에 있는 380만 개의 미니 프로그램을 AI가 자율적으로 연결해 결제, 검색, 주문 등의 작업을 수행하도록 설계되었다 .
이 소식에 텐센트 주가는 10.46% 폭등한 481.60홍콩달러에 마감하며 2022년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고,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약 53조 원이 불어났다 . 이는 투자자들이 14억 명에 달하는 위챗 사용자 기반과 결제·커머스·서비스가 긴밀하게 통합된 생태계가 주는 유통 경쟁력이 단일 모델 성능보다 훨씬 강력하다고 판단했음을 의미한다
.
컨퍼런스에서 위챗은 한발 더 나아가 화웨이, 샤오미, 오포(OPPO), 비보(vivo)와의 에이전트-에이전트 협력을 발표했다 . 이는 텐센트의 AI 전략이 자사 앱에만 머무르지 않고 중국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의 기기 단위 비서 기능까지 장악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 모든 반전의 이면에는 이례적인 CEO의 솔직한 고백이 자리하고 있다. 2026년 5월 13일 연례 주주총회에서 마화텅(Pony Ma) CEO는 '텐센트가 AI에서 뒤처진 것이 아니냐'는 직격탄 같은 질문을 받았다. 그의 답변은 텐센트의 AI 여정을 상징하는 메타포가 되었다 .
"1년 전만 해도 우리는 이미 AI라는 배에 올라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배에 물이 새고 있더군요. 지금은 겨우 올라서기는 했지만, 아직 편히 앉지도 못한 상태입니다. 그래도 배가 더 빨리 나아가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 비유는 초기의 과신과 실패, 그리고 현재 진행형인 불안정성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더 이상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6월 5일, 이 배는 키를 잡은 젊은 항해사와 함께 거친 파도를 뚫고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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