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세 가지 중국 전시품은 가격과 시장 격차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2000년에 처음 공개된 아시모(Asimo)의 개발사 혼다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혼다는 작은 볼트를 조이고 풀며, 바늘에 실을 꿰고, 동시에 최대 12kg의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는 네 손가락 로봇 손을 시연했다 .
쓰타 케이스케 혼다 수석 엔지니어는 혼다의 기술이 경쟁 제품보다 더 내구성이 뛰어나고 강력하다고 강조하며, 일본의 역사적인 강점인 고품질 양산 기술은 여전히 중요한 이점이라고 밝혔다 . 하지만 그 역시 비슷한 기계 손이 전시장 곳곳에 널려 있었으며, 그중 상당수가 중국 제조사들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이번 서밋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발언은 로봇 전문가 팀 호르니크(Tim Hornyuk)의 진단이었다. 그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전형적인 "갈라파고스 증후군" 을 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혁신적인 제품이 내수 시장에서만 고립되어 진화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실패하는 현상을 말한다. 그의 평가는 냉혹했다.
캐나다의 생츄어리 AI(Sanctuary AI)는 이번 서밋에 전시하지는 않았지만, CEO 제임스 웰스(James Wells)의 발언이 서밋 전후로 큰 관심을 끌었다. 그는 가정 시장을 겨냥한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업적 생존력이 최소 3~5년, 길게는 7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정은 경제성, 환경 복잡성, 고객 안전 기준, 성능 등 모든 측면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적용처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자국의 상용화를 서두르지 않으면 결국 "AI 두뇌를 가진 중국산 로봇을 사야 할 상황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
이번 서밋의 근본적인 배경은 일본의 심각한 노동력 부족으로, 이것이 상업용 로봇 배치의 주요 원동력이다. GMO와 일본항공의 화물 로봇이 대표적인 예다. 목표는 로봇이 사람과 똑같이 일하게 함으로써 인간 노동자와 완전히 호환되도록 하는 것이다 .
문화적으로도 일본은 독보적인 수용성을 지녔다. 서밋의 기조연설을 맡은 오사카대학 이시구로 히로시 교수는 일본 사회가 로봇을 차별하지 않으며, "로봇의 실세계 배치에 가장 이상적인 장소"라고 말했다 . 서밋에서 인용된 퓨 리서치의 최근 글로벌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본에서 AI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은 28% 에 불과한 반면, 미국은 50% 에 달했다
.
2026년 도쿄 휴머노이드 서밋은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했다. 중국 기업들은 공격적인 가격 정책, 빠른 제품 개선 속도, 그리고 일본 현장에 직접 적용하는 실세계 배치를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업적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점이다. 혼다를 비롯한 일본 기업들은 뛰어난 내구성과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맞서고 있지만, 팀 호르니크 같은 전문가들은 일본의 상업적 리더십 회복이 이미 늦었다고 보고 있다. 서밋은 2027년에 도쿄에서 다시 열릴 예정이다 .
한편, 이번 사례는 한국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마저 '갈라파고스화'를 경계하는 상황에서, 뛰어난 제조 역량에도 불구하고 가격 경쟁력과 빠른 상용화라는 중국의 공세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한국 로봇 산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