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두 개의 닻을 중심으로,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이 피지컬 AI의 퍼즐을 맞추듯 협력 대열에 합류했다. 네이버는 세종 데이터 센터 ‘각 세종’을 55메가와트에서 기가와트 규모로 확장하고, 한국 기업 최초로 엔비디아 ‘네모트론(Nemotron) 연합’에 가입했다 . LG그룹은 로보틱스, 자율주행, GPU 클라우드 서비스에 특화된 AI 팩토리를 구축하기로 했다
.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와 로봇 공학 분야 협력 확대를 논의했고, 두산그룹은 별도의 로봇 공학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
SK텔레콤과의 AI 팩토리 계약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이것이 ‘소버린 AI(Sovereign AI)’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 기업과 정부 기관이 민감한 산업용 데이터를 해외 클라우드에 맡기지 않고, 국내에 구축된 자체 컴퓨팅 자원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됨을 뜻한다 .
이는 단순한 자존심 문제가 아니다. SK텔레콤의 전국적인 통신망을 활용하면 AI의 추론과 제어 능력을 전국의 공장, 항만, 물류 거점과 가깝게 분산 배치할 수 있다 . 엔비디아가 현대차 및 두산과 동시에 로봇 공학 협력을 체결한 것은, AI를 구동할 ‘두뇌(컴퓨팅 파워)’와 실제로 움직일 ‘몸체(로봇·자동차)’를 동시에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한국은 피지컬 AI 시대를 주도할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낭만적인 비전에도 불구하고, 국내 업계의 시선은 냉정하다. 이번 방문 기간 동안 발표된 파트너십의 상당수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MOU)나 구두 합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이행 의무나 위반 시 제재 조항이 없는 MOU의 한계를 고려할 때, 현재의 틀이 실제 자금이 투입되고 가동되는 프로젝트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 SK텔레콤의 2027년 AI 팩토리 가동 목표는 구체적 이정표가 있는 환영할 만한 예외지만, 한국 AI 생태계의 대전환은 이제 막 ‘실행’이라는 까다로운 관문을 앞두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이번 방문의 실체가 “광대한 엔비디아의 글로벌 AI 인프라 전략 안에서 한국에 역할을 부여한 것”에 가깝다고 평한다 . 결국, 한국이 엔비디아에 종속된 부품 공급자가 아닌 독자적인 생태계의 주인으로 우뚝 서려면, 앞으로 수년간 얼마나 착실하게 이 청사진을 구체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적어도 지금은, 한국이 메모리 제조, 통신 인프라, 그리고 산업용 로봇 기술을 모두 갖춘 몇 안 되는 국가로서, 클라우드 너머 현실 세계의 AI를 건설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순간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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