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정치다. 중국은 자국민이 쓰는 생성형 AI에 자국 정부의 승인을 강제하고 있다. 구글 제미나이는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 탓에 중국 내 서비스망이 전무하다. 그래서 애플은 글로벌용 시리 AI를 중국에서 그대로 출시할 수 없고, 반드시 현지 규제 기관인 **중국사이버공간관리국(CAC)**의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
이 때문에 애플은 중국 ‘AI 굴기’의 주역인 **바이두(Baidu)**와 손잡았다. 바이두의 ‘ERNIE Bot(원신·文心 대형 모델)’을 근간으로 한 별도의 중국 전용 애플 인텔리전스 버전을 개발 중이다. 여기에 더해 **알리바바(Alibaba)**가 ‘콘텐츠 검수 및 표현 규제 엔진’ 역할을 맡아, 중국의 까다로운 표현 규제에 맞춰 기기 내 AI 출력을 걸러내는 구조다 .
올해 3월, 이 협업 관계가 우연히 실체를 드러내는 해프닝도 있었다. 소프트웨어 오류로 일부 중국 아이폰 이용자들에게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이 잠깐 활성화된 것이다. 이때 시리에게 “어떤 AI 모델을 쓰고 있냐”고 묻자, **“바이두 온라인 네트워크 기술(베이징)이 개발한 ‘원신 대형 모델’을 사용 중”**이라고 떳떳이 자기 정체를 밝혀버렸다. 물론 당국 승인이 전혀 나지 않은 상태였기에 애플은 즉시 해당 기능을 회수하고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
언제쯤이면 중국에서도 시리 AI를 만날 수 있을까? 누구도 확답할 수 없다. 지난해만 해도 여러 보도에서 iOS 26.4 혹은 26.5 버전에 맞춰 2026년 봄쯤 출시될 거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한 번도 지켜진 적이 없다. 미중 관세 갈등을 비롯한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CAC의 심사 절차는 몇 달째 제자리걸음이다 . 2026년 6월 현재까지도 공식 출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시리 AI의 등장 자체는 분명 의미 있는 반격이다. 애플은 그동안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제미나이, 심지어 삼성 갤럭시 AI에 비해 음성 비서 능력이 현저히 뒤처진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WWDC 2024에서 약속한 뒤 2년이나 걸렸지만, 이번 업그레이드로 일단 경쟁 대열에는 다시 합류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애플의 차별화 포인트는 ‘돈을 쏟아붓는 최첨단 AI 모델 경쟁’에 직접 뛰어드는 대신, 구글의 기술력을 빌려 쓰되 자사만의 강점인 ‘온디바이스 AI’와 철저한 개인정보 보호 철학, 그리고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통합 생태계로 승부를 보는 전략이다 .
그러나 그 전략은 중국 앞에서 맥을 못 춘다. 중국은 애플 인텔리전스가 아예 진입조차 못 하고 있는 전 세계 유일한 주요 시장이다 . 애플이 바이두, 알리바바와 협력하며 현지화된 AI를 만들고 있지만, 그사이 화웨이와 샤오미 같은 현지 강자들은 이미 정부 허가를 받은 고성능 AI 비서를 자사 기기에 기본 탑재해 팔고 있다. 아이폰의 최대 판매 포인트가 될 ‘두뇌 업그레이드’가 중국 소비자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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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패권 경쟁은 누가 규제 심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쿠퍼티노(Cupertino) 무대 위에서 멋지게 시연된 시리 AI의 진짜 성공 여부는, 결국 만리방화벽을 뚫고 중국 땅에 안착하는 그날에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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