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내부 파이프라인 역시 꾸준히 성숙하고 있다. 인실리코는 자체 AI 플랫폼 '파마.AI(Pharma.AI)'를 통해 현재까지 총 28개의 전임상 후보물질을 발굴했으며, 이 중 6개는 2025 회계연도에 추가됐다. 섬유증, 종양학, 면역학 등 다양한 질환 영역에서 8개의 프로그램이 임상 개발 단계에 진입해 있다 .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제로 개발 중인 대표 파이프라인 **렌토서팁(Rentosertib, ISM001-055)**이다. 2025년에 발표된 긍정적인 임상 2a상 전체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게재됐으며, 2026년에는 이 약물의 흡입 제형이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의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이로써 인실리코의 AI 플랫폼을 통해 도출된 13번째 프로그램이 임상 단계에 진입하는 쾌거를 이뤘다 .
인실리코의 2025년 재무제표는 과도기적 상황을 잘 보여준다. 연간 총 매출은 5,624만 달러(약 760억 원)로 전년 대비 34.5% 감소했는데, 이는 주로 파이프라인 개발 수수료의 감소에 기인한 것이다 . 연간 순손실은 3억 5,200만 달러(약 4,800억 원)로 크게 확대됐지만, 이는 IPO 과정에서 전환우선주의 공정가치를 평가하며 발생한 일회성 비현금 손상차손이 반영된 탓이 크다
.
대규모 적자라는 겉보기와 달리, 실질적인 경영 효율성 지표는 오히려 개선됐다. 연구개발비는 전년 대비 11.4% 감소한 8,140만 달러(약 1,100억 원)로 집행 효율을 높였으며, 신약 발굴 수수료 수익은 314만 달러에서 무려 2,495만 달러로 급증하며 전체적인 매출 감소분을 상당 부분 상쇄했다 .
핵심은 약 4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현금 보유고다. 이 때문에 ADX 상장은 '구명줄'이 아닌, 성장 가속화를 위한 '전략적 심화'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인실리코는 이번 2차 상장을 통해 고성장 기술 및 바이오 기업 유치에 적극적인 아부다비 자본 시장과의 접점을 넓히려는 것이다. 아직 초기 단계이고 직접 상장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지만, 자본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히겠다는 분명한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
인실리코 메디슨은 2026년 한 해를 정체성 전환의 기점으로 삼고 있다. 홍콩 IPO는 공모 시장에서의 첫 검증을, 일라이릴리와의 계약은 AI 플랫폼의 폭발적인 수익화 가능성을 입증했다. 그리고 렌토서팁 등 핵심 자산들의 임상 데이터는 바이오 기업으로서 갖춰야 할 궁극적인 증거를 쌓아가고 있다.
만약 아부다비 상장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여기에 '멀티 거래소 기반의 글로벌 기업'이라는 새로운 레이어가 더해질 전망이다. 단순히 또 하나의 상장사가 아니라, 아시아, 북미, 그리고 중동을 아우르는 차세대 AI 신약 개발의 글로벌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인실리코의 포부가 현실화되는 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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