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이 금액이 사실이라면, ‘기어스 오브 워: E-데이’는 게임 제작 비용 역사상 가장 비싼 작품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참고로 2019년 출시된 시리즈 전작 기어스 5의 추정 개발비는 1억 달러 이상이었다 . 단 한 세대 만에 개발비가 네 배 이상 뛰어오른 셈이다.
이런 규모의 예산을 마주하면 누구나 간단한 산수를 떠올리게 된다. 도대체 몇 장이나 팔아야 본전을 뽑을 수 있을까?
예산 보도와 함께 나온 간단한 분석에 따르면, 4억 달러라는 순수 개발비만 회수하려면 마케팅, 유통 수수료, 플랫폼 수수료를 모두 제외하고 약 570만 장의 정가(69.99달러) 판매가 필요하다 . 프리미엄 에디션은 99달러에 판매될 예정이며
, 차세대 게임의 기준 가격이 80달러로 인상될 것이라는 논의도 업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 실제 회수 경로는 조금 더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독점 전략으로 인해 크게 어려워진다. 2026년 6월 Xbox 게임즈 쇼케이스에서 Xbox CEO 아샤 샤르마는 ‘기어스 오브 워: E-데이’가 2026년 10월 6일 Xbox 시리즈 X|S와 PC(스팀, MS 스토어)로만 출시되며, 게임패스에도 첫날부터 등록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 즉, 플레이스테이션5 버전은 없다.
PS5 출시를 건너뛰기로 한 결정은 특히나 극적인 전략적 선회였다. 쇼케이스 직전까지 PS5 버전은 거의 완성 단계에 있었다는 후문이다 . 게임 전문 기자 제프 그럽에 따르면, 이 결정은 행사 직전 급박하게 내려진 ‘막판 뒤집기’였다고 한다
. MS는 그동안 수익성 개선을 위해 대부분의 퍼스트파티 게임을 PS5로 출시해왔으며, 분석 기업 알리네아 애널리틱스의 추산에 따르면 MS는 13개의 퍼스트파티 타이틀을 통해 PS 플랫폼에서만 6억 6,700만 달러의 총수익을 올렸다
. E-데이를 독점작으로 남겨둠으로써, MS는 이 거대한 잠재 수익을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다.
게임패스에 첫날부터 합류하는 점은 전통적인 손익분기점 모델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게임패스 출시는 판매량 자체보다 구독자 수 증가와 플랫폼 생태계 고착화(일단 들어오면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전략)를 최우선 목표로 한다. 만약 상당수의 유저가 7만 원이 넘는 게임을 구매하는 대신 월 구독료로 게임을 즐긴다면, 정가 판매량은 그만큼 더 줄어든다. 이는 단순히 판매량과 예산을 비교하는 것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지는 않지만, 수익성을 정당화하기는 훨씬 더 어렵게 만든다 .
여기에 게임패스 구독자 수 증가세가 약 3,000만 명 선에서 정체되었다는 관측은 더 큰 압박으로 작용한다 .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단 하나의 초대형 타이틀이 감당해야 할 신규 구독자 유치 부담이 그만큼 막중해진다는 뜻이다.
기대되는 판매량은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의 과거 판매 기록과 비교할 때 더욱 가혹하게 다가온다. 이 시리즈는 2019년 8월 기준 전 세계적으로 4,100만 장 이상 판매되었고, 평생 매출 20억 달러를 돌파한 간판 프랜차이즈다 .
그러나 개별 타이틀의 성적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시리즈 최고 판매량을 기록한 작품은 1편과 2편으로, 2011년경 각각 약 600만 장을 판매하는 데 그쳤다 . 기어스 오브 워 3는 출시 첫 주에 300만 장 이상을 팔아치웠지만, 외전 격인 기어스 오브 워: 저지먼트의 총 판매량은 약 100만 장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 프랜차이즈의 강점은 한 작품이 1,000만 장씩 팔리는 구조가 아니라, 여러 타이틀의 누적 판매량에 있었던 셈이다.
시리즈 최고 판매량인 약 600만 장은 Xbox 360 시절에 달성한 기록이다. 당시 Xbox 360의 설치 기반(콘솔 보급 대수)은 2025년 초 기준 Xbox 시리즈 X|S보다 훨씬 컸다 .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면, 더 적은 수의 Xbox 유저 풀에서 손익분기점으로 추정되는 570만 장을 달성하는 것은, PC 동시 출시를 감안하더라도 엄청난 도전이다.
그렇다면 계산만 보면 손해가 뻔한데, 도대체 왜 MS는 이런 선택을 했을까?
답은 아마도 Xbox 플랫폼의 더 큰 그림에 대한 전략적 재정비에 있을 것이다. 수년간 주요 퍼스트파티 게임이 PS5로 출시되면서 Xbox 시리즈 X|S의 하드웨어 판매와 유저 참여도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아왔다. E-데이와 같은 핵심 타이틀을 독점으로 유지하는 결정은, Xbox 콘솔을 반드시 사야만 하는 플랫폼으로 재정립하기 위한 노력으로 널리 해석되고 있다 . 즉, 단일 게임의 수익성을 넘어 Xbox 생태계의 장기적인 건강함을 위한 거대한 투자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갈수록 심해지는 AAA 게임 제작비 상승과 리스크 증가라는 더 넓은 산업적 배경과도 맞닿아 있다. 블록버스터 게임의 예산은 산업 전반에 걸쳐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으며, 판매량만으로 비용을 회수하는 전통적인 모델은 이제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MS는 ‘기어스 오브 워: E-데이’를 하나의 게임이 아닌 플랫폼 투자로 간주하는 듯 보인다. 투자 회수 여부는 하드웨어 판매량, 구독 서비스 성장, 브랜드 파워와 같은 요소로 판단될 것이며, 단순한 제작비 대 매출 계산만으로 평가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위험은 분명히 크다. 4억 달러가 투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독점작은 조금이라도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낼 여유조차 없다. 이번 결정은 Xbox가 ‘기어스 오브 워’를 단지 훌륭한 게임이 아닌, 경쟁자에 맞서 선을 긋는 플랫폼 정체성의 핵심 자산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확실한 선전포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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