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책임자 교체가 애플워치에 혈당 측정 기능이 곧 탑재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같은 보도에 따르면, 무채혈 혈당 모니터가 소비자용 애플워치에 실제로 등장하기까지는 여전히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 이번 교체는 초기 타당성 검토 단계를 넘어, 보다 본격적인 공학 개발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존지안 첸은 애플의 첨단 기술 그룹을 총괄하며, 이미 자체 통신 모뎀 개발 등 핵심 하드웨어 프로그램들을 지휘하고 있다 . 2주 전 조니 스루지(Johny Srouji) 신임 하드웨어 최고 책임자가 단행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서 그의 권한은 이미 모뎀을 넘어 확대된 바 있다
. 이제 혈당 측정 프로젝트마저 그의 품에 안겼다.
이전 책임자였던 팀 밀렛은 2023년 9월, 프로젝트의 원조 수장이었던 과학자 빌 아타스(Bill Athas)의 갑작스러운 사망 이후 바통을 이어받은 인물이다 . 애플 실리콘 전환을 주도한 밀렛의 임명은 칩 조직의 엄격함을 프로젝트에 불어넣기 위한 조치였다
. 반면 첸의 임명은 프로젝트를 플랫폼 아키텍처 부서에서 완전히 분리해, 기술을 실제 출하 제품으로 만드는 하드웨어 그룹 내부로 옮긴 것을 의미한다.
이번 책임자 교체는 애플 하드웨어 조직의 더 큰 지각 변동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2026년 초, 조니 스루지는 최고 하드웨어 책임자로 승진하자마자 두 차례에 걸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1차 개편은 스루지가 직접 맡았던 기존 업무들을 아래로 위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
2026년 5월 19일 발표된 2차 개편은 제품 설계 관리 체계를 완전히 뒤흔들었다. 오랫동안 제품 설계를 총괄해 온 케이트 버거론(Kate Bergeron)을 제품 신뢰성 담당으로 전환 배치하고, 그녀의 업무를 두 명의 부사장인 셸리 골드버그(Shelly Goldberg)와 데이브 파쿨라(Dave Pakula)에게 분할한 것이다 .
이 모든 재편의 목표는 단 하나, ‘속도’다. E5를 첸에게 맡김으로써 스루지는 검증된 리더에게 첨단 기술을 집중시키고, 유망한 연구 과제를 제품 출시 파이프라인에 더 가까이 배치하려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거먼에 따르면, 애플 내부의 여러 관계자는 이번 인사를 “첸이 이 기술을 궁극적인 소비자용 제품으로 개발하는 데 속도를 낼 수 있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
무채혈 혈당 측정을 향한 애플의 집념은 스티브 잡스 시절인 2010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 ‘E5’로 명명된 이 프로젝트는 잡스의 직접적인 지시로 촉발되었다고 전해진다. 잡스는 2010년, 광학식 혈당 측정 기술을 연구하던 소규모 스타트업 ‘레어라이트(RareLight)’를 인수하도록 지시했다
.
이 작업은 현재 애플 내에서도 극비 부서로 통하는 ‘탐색적 디자인 그룹(XDG)’에서 진행되고 있다 . XDG 팀은 이미 2023년 초, 기초 과학을 입증하는 개념 증명 단계에 도달하는 등 애플이 ‘중요한 이정표’라고 부르는 성과들을 달성한 상태다
. 블룸버그의 이전 보도들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에는 수백 명의 엔지니어가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의 프로토타입은 아이폰 정도의 크기다
.
E5의 핵심은 ‘실리콘 포토닉스’라는 광학 센서 기술이다. 피부를 뚫는 대신, 이 시스템은 실리콘 칩에 내장된 레이저를 피부 아래 ‘간질액(interstitial fluid)’으로 발사한다. 특정 파장의 빛이 얼마나 흡수되는지를 측정함으로써, 기기는 혈액 속 포도당 농도를 추정하는 원리다 .
이는 피부 아래에 미세한 필라멘트를 삽입해야 하는 전통적인 연속 혈당 측정기와는 완전히 다른, 비침습적 접근 방식이다. 애플의 내기는 실리콘 포토닉스가 언젠가 애플워치에 들어갈 만큼 작아지면서도 의료 기기 수준의 정확도를 제공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바로 이 소형화가 현재 풀어야 할 가장 큰 기술적 난제 중 하나다 .
책임자 교체는 일정을 단축시키는 마법의 지팡이가 아니다. 거먼의 2026년 5월 26일자 뉴스레터는 이 기능이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애플워치에 탑재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 이제 문제는 물리학적 가능성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손목에 찰 수 있을 정도로 하드웨어를 축소하고, 헬스 센서로서 요구되는 신뢰성과 정확도 기준을 충족하며, 애플 규모의 생산 공정을 구축하는 일이다.
특히 의료 수준의 정확도는 대단히 높은 장벽이다. 당뇨병 환자들이 사용할 소비자용 혈당 측정기는 임상적 정확성에 대한 규제 기준을 충족해야 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일반 소비자 가전 제품의 출시보다 훨씬 더 까다로운 테스트와 검증 단계를 의미한다. 거먼을 비롯한 애플 전문가들은 이 프로젝트를 15년 넘게 정해진 출시일 없이 추진해 온,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달성하면 엄청난 파급력을 지닌 ‘문샷(Moonshot)’ 프로젝트로 꾸준히 평가해 왔다 .
애플워치의 헬스 센서 로드맵은 핵심 차별화 요소이며, 혈당 측정은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은 가장 강력한 희망 기능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 책임자 교체는 우피(Whoop)나 오우라(Oura) 같은 화면 없는 웨어러블 기기와의 경쟁이 심화되는 시점에서, 애플이 이 프로젝트에 더 큰 공학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하지만 지금 당장의 교훈은 승리보다는 신중함에 가깝다. 애플은 옳은 수를 두고 있다. 실적이 검증된 리더, 스루지 체제 아래에서의 더 명확해진 보고 체계, 그리고 초기 연구 단계가 아닌 첨단 하드웨어 조직이라는 안정적인 둥지까지. E5 프로젝트는 확실히 진전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의 규모에서 말하는 ‘진전’이란 지루할 정도로 더딘 법이며, 이 프로젝트를 다루는 모든 보도에 따라다니는 “아직 수년이 걸린다”라는 단서 조항은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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