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다드차타드의 디지털자산 리서치 글로벌 총괄 제프 켄드릭이 비트코인에 대해 한층 낙관적인 목소리를 냈다. 그는 최근 반등을 두고 비트코인이 “추세를 되돌렸다(turn the tide)”고 평가하면서, 시장이 다시 ‘크립토 서머’로 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연말 목표가인 10만 달러와 2030년 목표가인 50만 달러도 유지했다. 91012
다만 이 전망이 매주 직선으로 오르는 장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비트코인이 7만7,000~8만 달러 구간까지 매우 빠르게 올라온 데다, 이번 상승의 상당 부분이 하락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의 강제 매수로 만들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기 투자 논리와 단기 매매 환경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켄드릭의 전망은 ‘장기 강세, 단기 신중론’
켄드릭의 핵심 메시지는 최근 반등이 일시적인 기술적 반등을 넘어 시장 방향 자체가 바뀌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스탠다드차타드가 장기 전망 시점을 2년 늦췄음에도 그는 2030년 비트코인 50만 달러 목표를 유지했다. 710
올해 연말 기준 전망은 여전히 10만 달러다. 켄드릭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회복세가 과거 고점에 가까워지는 속도로 빨라질 경우 자신의 목표가가 오히려 너무 낮을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913
물론 가격 목표는 보장된 결과가 아니라 전망치다. 최근 랠리 당시 약 7만7,000달러 수준이었던 비트코인이 연말 10만 달러에 도달하려면 상승세를 상당히 더 이어가야 한다. 2030년 50만 달러 전망 역시 단기 가격 예측이라기보다 수년에 걸친 채택 확대를 전제로 한 시나리오에 가깝다.
비트코인을 8만 달러 부근까지 끌어올린 요인
비트코인은 한 주를 약 6만2,800달러에서 시작해 금요일 7만6,943.90달러까지 상승했다. 주간 상승률은 약 22%로, 3년여 만에 가장 강한 주간 상승세로 평가됐다. 가격은 8만 달러에 근접했다. 2330
이번 랠리에는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했다.
- 미 국채 금리 하락: 채권 금리가 내려가면서 위험자산 전반의 투자 환경이 개선됐고, 비트코인 반등을 뒷받침했다. 3031
- 미국 가상자산 정책 기대 개선: 가상자산 시장의 규율 체계를 다루는 미국의 CLARITY Act 추진 움직임이 다시 부각되면서 규제 환경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30
- 현물 비트코인 ETF 수요 회복: 미국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 회복도 상승을 지지한 요인으로 거론됐다. 1213
- 시장 포지션의 급격한 변화: 비트코인 하락에 베팅했던 트레이더들이 가격 상승에 밀려 포지션을 되사면서 추가 매수가 발생했다.
즉 이번 상승은 단일 뉴스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다. 거시경제 환경, 정책 기대, 기관투자자 접근 경로, 파생상품 시장의 포지션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평범한 반등보다 강한 랠리가 나타났다.
1시간 만에 10억 달러 넘는 숏 포지션 청산
보도에 따르면 코인글래스 데이터를 기준으로 반등 과정에서 약 1시간 동안 10억 달러가 넘는 비트코인 숏 포지션이 청산됐다. 전체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약 27억 달러 규모의 하락 베팅이 사라졌으며, 이는 2021년 이후 기록 중 가장 큰 규모의 숏 청산 물결로 평가됐다. 22
숏 포지션 청산은 가격 상승을 증폭시키는 구조를 만든다. 가격이 오르면 레버리지를 활용해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들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포지션을 닫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을 매수하게 되고, 매수세가 다시 가격을 밀어 올리면서 추가 청산을 촉발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효과는 영구적이지 않다. 이미 많은 숏 포지션이 정리되면 강제 매수라는 추가 상승 동력도 약해진다. 이후 가격이 더 오르려면 투자자들의 신규 현물 매수와 새로운 자금 유입이 뒷받침돼야 한다.
2023년 3월 랠리와 닮았지만, 같은 장세는 아니다
최근 반등을 2023년 3월과 비교하는 이유는 비트코인이 짧은 기간에 급격히 회복했고 위험선호 심리도 빠르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2026년 2월에도 비트코인은 2023년 3월 이후 가장 큰 하루 상승폭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번 주간 상승세 역시 3년여 만에 가장 강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2324
다만 이 비교가 당시와 현재의 거시경제 조건이 같다는 뜻은 아니다. 빠른 반등은 추세 전환의 신호일 수도 있지만, 일시적인 포지션 정리의 결과일 수도 있다. 숏 청산에 따른 급등세가 끝난 뒤에도 비트코인이 새로운 가격대에서 버틸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50만 달러 전망의 근거는 기관 채택
켄드릭의 장기 전망은 기관투자자의 시장 참여 확대에 기반한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상장 디지털자산에 대한 기관의 관심이 빠르게 커지자 가상자산 전담 리서치를 시작했고, 켄드릭이 해당 팀을 이끌고 있다. 3
그의 논리는 비트코인을 직접 매수하는 기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스탠다드차타드의 후속 디지털자산 리서치는 토큰화된 자산과 블록체인 기반 금융 인프라의 성장까지 비트코인 전망과 연결한다. 해당 연구는 2030년 말 비트코인 50만 달러, 이더리움 4만 달러를 제시했다. 7
현물 비트코인 ETF도 이 같은 기관 접근성 확대의 한 축이다. ETF의 의미는 특정 하루에 유입된 자금 규모에만 있지 않다. 규제된 투자상품을 통해 전통 금융권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 접근하기 쉬워지면, 장기적으로 보유자 기반이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켄드릭의 장기 강세론은 현재의 랠리가 끝난 뒤에도 채택 확대가 이어진다는 전제에 달려 있다. 1213
가장 큰 경고음은 ‘너무 빠른 상승’
강세론에 대한 가장 분명한 반론은 비트코인이 지나치게 짧은 시간에 많이 올랐다는 점이다. 한 기술적 분석에서는 일간 상대강도지수(RSI)가 84.45를 기록했고, 가격이 일간 볼린저밴드 상단을 웃돌았다고 분석했다. 이는 강한 모멘텀을 보여주지만, 평균으로 되돌아가는 급격한 조정 가능성도 함께 시사하는 조건이다. 31
그렇다고 해당 지표만으로 고점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강한 상승 추세에서는 과매수 지표가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고, 모멘텀 지표만으로 랠리의 지속 여부를 결정할 수도 없다. 다만 현재 국면에서 변동성이 커지고, 지속 가능한 상승에 앞서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계심을 키우는 요인인 것은 분명하다.
보다 신중한 시장 전망에서는 단기 저항선을 8만5,000~9만 달러로 제시하거나, 비트코인의 연말 가격이 7만5,000달러 안팎에 그칠 수 있다고 봤다. 이는 켄드릭의 2030년 전망을 직접 반박하는 예측이라기보다 다음 매매 사이클을 바라본 시나리오다. ‘크립토 서머’라는 표현과 달리 실제 상승 경로는 훨씬 더 굴곡이 클 수 있다는 의미다.
투자자가 봐야 할 세 가지 시간표
켄드릭의 전망은 세 가지 층위로 나눠 볼 수 있다.
- 단기: 비트코인이 더 높은 저항선을 시험할 가능성은 있지만, 숏스퀴즈가 끝나고 과열된 모멘텀이 식으면 되돌림에 취약할 수 있다.
- 연말: 기본 전망은 10만 달러로 유지되고 있다. 다만 회복세가 더 빨라지면 이 목표가 낮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913
- 장기: 2030년 50만 달러 목표는 유지되고 있으며, 기관 채택과 현물 ETF 접근성, 금융자산 토큰화의 확대가 전제다. 71012
결국 켄드릭이 말한 ‘크립토 서머’는 비트코인이 매주 상승한다는 약속이 아니라, 시장 체제가 바뀔 수 있다는 표현에 가깝다. 당장의 관건은 숏 포지션 청산으로 만들어진 강제 매수 이후에도 실제 현물 수요와 기관 자금이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느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