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시장 소문’과 기업 발표·규제 당국 제출 문서는 구분해야 한다. 현재의 구글·AMD TPU v10 이야기는 확정된 제품 로드맵이 아니라, 조사 대상이 된 설계 가능성으로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전통적인 AI 가속기 작업은 고밀도 텐서 연산이 성능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강화학습과 에이전트형 시스템은 모델 연산 전후에 여러 범용 작업이 붙는다. 환경을 시뮬레이션하고, 다음 단계를 조정하며, 여러 선택지 중 하나를 분기해 결정하고, 외부 도구를 사용하거나 모델과 시스템 사이의 상호작용을 관리해야 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가속기 대비 CPU 자원이 더 많이 필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글 TPU 시스템에서도 이런 방향의 변화가 나타난다는 보도가 있다. 추론과 강화학습을 겨냥한 TPU 8i 구성은 TPU 2개당 구글의 Axion CPU 1개를 배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7세대 TPU 시스템의 TPU 4개당 인텔 제온 프로세서 1개 구성과 비교된다. CPU 자원을 늘리는 흐름을 보여주는 비교이지만, 이것만으로 향후 TPU 패키지 안에 AMD 코어가 들어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번 보도의 중심 가설은 구글의 독자적인 TPU 가속기 기술과 AMD의 범용 x86 CPU 코어를 하나의 패키지에 통합하는 하이브리드 구조다. CPU와 가속기를 더 가까이 배치하면 서로 다른 부품 사이에서 작업을 주고받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실제 성능과 전력 효율, 소프트웨어 호환성, 제조상의 이점은 최종 설계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 알려진 패키지 구조는 여전히 추정에 불과하다.
AMD가 기술적으로 거론되는 이유는 데이터센터용 CPU와 가속기 칩렛을 결합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AMD의 인스팅트 MI300A는 젠(Zen) CPU 코어와 가속기 칩렛을 하나의 패키지에 통합하고 공유 메모리를 사용하는 사례로 언급된다. 이는 관련 통합 기술을 보여주는 참고점이지, 미래의 구글 TPU가 MI300A를 기반으로 하거나 같은 아키텍처를 사용한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로 구글의 설계 수주가 성사된다면 AMD의 AI 인프라 사업은 EPYC CPU와 인스팅트 가속기를 판매하는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 하이퍼스케일러의 맞춤형 ASIC 프로그램에 CPU IP, 첨단 패키징, 칩렛 통합 또는 관련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생긴다.
기회는 구글의 단일 제품에만 국한되지 않을 수 있다.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자체 작업에 맞춘 특수 목적 실리콘을 설계하는 추세가 이어진다면, 구글과의 협력 경험은 AMD가 다른 맞춤형 가속기 프로젝트의 파트너로 자리 잡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프로젝트의 범위와 수익성, 양산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이는 아직 가능성에 대한 분석이다.
구글은 TPU 개발에서 브로드컴과 오랜 협력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텍 역시 이후 TPU 관련 작업에 관여할 수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다만 보도된 역할과 구글이 공식 문서로 확인한 마벨 계약, 그리고 확인되지 않은 AMD 협력설은 서로 구분해서 봐야 한다.
전체적인 흐름만 보면 구글이 맞춤형 실리콘, 패키징, 메모리, 네트워킹 등 여러 분야에서 공급 선택지를 늘리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러 공급업체를 활용하면 엔지니어링 역량과 제조 자원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특정 업체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그렇다고 브로드컴이 핵심 역할을 잃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업체별 물량 배분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사안에서 가장 분명한 근거는 AMD가 아닌 마벨과의 계약이다. 마벨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제출 Form 8-K에 따르면 마벨과 구글은 2026년 7월 29일 구글의 TPU 생태계와 연계된 맞춤형 반도체 제품에 관한 상업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대상에는 AI 추론 가속기, 스토리지·네트워크 인터페이스 컨트롤러, 메모리 인터페이스 컨트롤러, 근접 메모리 컴퓨팅 제품 등이 포함된다.
마벨은 2026년 8월 18일 구글에 마벨 보통주 최대 58,970,907주를 주당 206.58달러에 매수할 수 있는 워런트를 발행했다. 전량 행사할 경우 행사가 기준 가치는 약 122억 달러지만, 이는 주식을 자동으로 매입하는 투자가 아니라 매수 권리다. 워런트의 귀속은 2033 회계연도까지 이어지는 일정 부분 구글의 적격 제품 구매와 연동된다.
이 계약이 중요한 이유는 단일 가속기만이 아니라 TPU 인프라 주변의 여러 부품을 포괄하기 때문이다. 이는 구글이 공급업체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는 해석을 뒷받침하지만, 차세대 TPU 물량이 브로드컴·마벨·AMD·미디어텍 등에 어떻게 배분될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시장 보도 이후 마벨 주가가 상승하고 브로드컴 주가가 압박을 받은 것은 구글이 맞춤형 실리콘 지출을 여러 업체로 분산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결과로 해석됐다. 반면 일부 애널리스트와 시장 참여자들은 이번 계약을 브로드컴에서 마벨로 주문이 단순히 이동한 사건이라기보다, 맞춤형 AI 칩 시장 전체가 커지고 있다는 신호로 봤다.
두 해석 모두 아직 완결된 결론은 아니다. 공개된 계약에는 공급업체별 배분, 제품 물량, 보장 매출이 명시돼 있지 않다. 마벨 워런트는 양사 간 상업 관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근거지만, AMD가 TPU 설계를 수주했다거나 브로드컴의 역할이 축소됐다는 사실까지 입증하지는 않는다.
인용된 보도에는 구글 TPU v10의 공식 출시 일정이나 확정 사양이 제시돼 있지 않다. CPU와 가속기를 한 패키지에 통합하려면 CPU·가속기 IP 선정, 물리적 통합, 패키징, 메모리, 소프트웨어, 검증, 대규모 배포 등 여러 단계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러한 제품이 존재하더라도 AMD에 즉각적인 매출로 이어지기보다는 장기적인 가능성에 가깝다.
가장 신중한 해석은 다음과 같다. 구글은 범용 컴퓨팅 비중이 크게 높아진 TPU 아키텍처를 검토하고 있을 수 있으며, AMD는 CPU와 칩렛·패키징 기술 측면에서 그 구상에 들어맞는 역량을 갖고 있다. 그러나 AMD의 정확한 역할, 구속력 있는 협력의 존재, 최종 설계, 상업 조건, 출시 시점은 모두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구글·AMD TPU v10 협력설이 주목받는 이유는 추론, 강화학습, 에이전트형 AI를 겨냥한 하드웨어가 범용 CPU와 AI 가속기의 긴밀한 결합을 요구할 수 있다는 실제 기술 흐름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AMD의 칩렛 및 첨단 패키징 경험도 이 가설을 기술적으로 설득력 있게 만든다.
하지만 기술적 개연성과 사실 확인은 다르다. 마벨 계약은 공식 문서로 확인됐지만 AMD 프로젝트는 보도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구글이나 AMD가 추가 내용을 공개하기 전까지 이번 이야기는 구글 TPU 아키텍처의 가능한 미래 방향이자 AMD의 잠재적 사업 확장 기회로 이해해야 하며, 발표된 제품이나 확정된 공급 계약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