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범위는 처음부터 '업계 표준'을 겨냥해 설계되었다. 화웨이 발표에 따르면, 이 계획은 200종 이상의 칩 유형과 1,200종 이상의 기기 카테고리를 아우르며, 전력·수도 등 핵심 인프라를 포함한 20개 이상의 산업 분야로의 적용을 지원한다. 이미 생태계 파트너들은 오픈소스 프로젝트 기반으로 100개 이상의 산업 특화형 하모니OS 버전을 출시한 상태다 .
회의에서 언급된 생태계 수치는 그 규모를 실감나게 한다. 전 세계 오픈하모니 기여자 1만 3천 명 이상, 누적 코드 기여량 1억 4천만 줄 이상, 하모니OS 생태계 파트너 3,200개 사 이상, 그리고 총 13억 대가 넘는 생태계 연결 기기들 . 이쯤 되면 이는 단순한 모바일 OS의 확장이 아니라, 중국 전역의 사물인터넷(IoT) 인프라를 하나의 OS로 통제하겠다는 '국가적 플랫폼' 구상에 가깝다.
홍투 계획은 결코 '기술적 돌파구'가 아니다. 이 계획의 목표는 훨씬 더 현실적이고 치명적이다. 아무리 뛰어난 칩을 만들어도, 그 위에서 돌아갈 소프트웨어가 파편화되어 있거나 외국산 플랫폼(예: 구글 안드로이드)에 의존하는 한, 미국의 제재는 언제든지 다른 통로로 작동할 수 있다. 구글 모바일 서비스(GMS) 접근마저 차단된 상황에서, 홍투 계획의 존재 이유는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공장 제어기, 그리고 전력망 센서까지 모든 것이 통일된 중국산 OS로 움직이는 환경을 강제로 구축하는 것이다.
홍투 계획의 발표가 '소프트웨어 생태계 통합'이라는 외연의 확장이라면, 그 내공은 지난 5월 25일 허팅보 사장이 ISCAS 2026에서 쏘아 올린 두 개의 개념에서 나온다.
타우(τ) 스케일링 법칙은 기존 '무어의 법칙'이 트랜지스터 크기를 기하급수적으로 줄여 집적도를 높이는 방식에서 벗어나, '신호가 칩 내부를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 이라는 지표를 최우선으로 삼는다는 발상의 전환이다. 이 최적화는 소자, 회로, 칩, 그리고 시스템이라는 네 가지 층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 .
이를 물리적으로 구현한 것이 로직폴딩(LogicFolding) 아키텍처다. 기존 반도체 설계도가 평면적으로 트랜지스터를 깔던 것과 달리, 로직 회로 자체를 수직으로 접어(fold) 3차원으로 쌓는 기술이다. 이렇게 하면 신호가 이동해야 할 핵심 회로 간 배선이 극단적으로 짧아지고, 더 미세한 리소그래피 공정을 쓰지 않고도 단위 면적당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때려 박을 수 있게 된다 .
화웨이의 주장을 숫자로 풀면 이렇다:
이 기술이 최초로 적용된 상용 칩이 바로 올가을 Mate 90 시리즈에 탑재될 기린 2026(Kirin 2026) 으로, 상업적으로는 기린 9050이라는 이름이 유력하다 . 6월 11일 화웨이 공식 보도자료는 이 타임라인을 명시적으로 재확인했다: "2026년 가을 출시 예정인 기린 칩은 로직폴딩 아키텍처를 업계 최초로 채택할 것입니다"
. 이 칩의 초기 목표로는 최고 3.1GHz의 성능 코어 클럭과 약 238 MTr/mm²의 트랜지스터 밀도가 거론되며, 이는 인텔의 최신 공정(18A)에 필적하는 수준이라는 분석도 있다
.
하지만 여기엔 반드시 따라붙어야 할 단서 조항이 있다. 지금껏 언론에 공개된 그 어떤 성능이나 집적도 수치도 제3의 독립 기관에 의해 검증된 바 없다. '1.4nm급'이라는 표현도 실제 1.4nm 선폭의 식각 공정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3D 적층을 통한 결과적 밀도일 뿐이다. 진짜 경쟁력은 제품이 출하되고 벤치마크가 독립적으로 진행된 뒤에나 밝혀질 것이다 .
새로운 칩(Kirin 2026), 새 하드웨어(Mate 90 시리즈), 그리고 새 OS(HarmonyOS 7)가 모두 같은 시점, 같은 제품에서 처음으로 만나게 된다는 의미다. 이 완벽한 통합 경험은, 화웨이가 앞으로 수백 가지의 칩과 수많은 산업에서 홍투 계획을 통해 복제하고자 하는 바로 그 모델이다.
지금까지 나온 모든 발표를 하나의 전략 프레임으로 묶으면, 화웨이는 다음과 같은 3중 구조로 미국의 기술 봉쇄망을 정면 돌파하려고 한다.
결국 이것은 EUV 장비도, 첨단 EDA 툴도, 구글의 GMS도 없는 환경에서 설계 → 제조 → OS → 앱 생태계에 이르는 모든 층위에서 외부 의존성을 제거한 '폐쇄 루프(closed loop)'의 완성을 의미한다.
화웨이는 시장에 그들이 만들려는 '구조'를 명확히 제시했다. 이제 남은 것은 결과뿐이다. 이 모든 약속이 실제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첫 번째 성적표는 2026년 가을, Mate 90이 손에 쥐어지는 그 순간 받아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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