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가 말하는 원자재 **‘슈퍼 스퀴즈(super-squeeze)’**는 에너지·금속·농산물 원자재의 공급을 단기간에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정학, 기후, 물류 차질이 동시에 발생해 가격이 함께 오를 수 있다는 분석 틀이다. 충분히 현실적인 상방 위험 시나리오이지만, 이미 장기적인 원자재 ‘슈퍼 불마켓’이 시작됐다는 증거와는 구분해야 한다.
공급 제약과 견조한 수요가 만날 때
HSBC는 지정학적 위험, 기후변화, 에너지 전환이 원자재 공급을 제약한다고 봤다. HSBC의 머신러닝 기반 원자재 사이클 도구인 COCCLES도 통계적으로 ‘약한 강세(weak bull)’ 국면으로의 전환을 포착했고, 더 강한 국면 가능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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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HSBC 자료에서는 블룸버그 현물 원자재지수가 해당 보고서 기준 연초 대비 11% 올랐고, 구리·대부분의 다른 금속·금·코코아·커피에 걸쳐 상승세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13 가격 상승의 폭이 넓다는 점은 시장이 타이트해지고 있다는 해석과 부합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장기 강세장이 확정되지는 않는다. 통계 모형은 과거 패턴과의 유사성을 포착할 수 있지만, 가격 상승의 원인을 입증하거나 지속 기간을 결정하지는 못한다.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 달러 가치 변화, 금융시장 포지션, 일시적 공급 중단도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 진정한 슈퍼사이클이라면 당장의 충격이 잦아든 뒤에도 실물 공급 부족과 수요 강세가 남아 있어야 한다.
왜 해상 병목의 동시 충격이 중요한가
여러 항로와 생산 투입재가 동시에 흔들리면 스퀴즈는 훨씬 심해진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핵심 병목이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전 세계 해상 원유·석유제품 거래의 약 27%, 전 세계 LNG 거래의 20%가 이 해협을 지난다고 평가했다. 비료와 기타 산업용 제품도 이 경로를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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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급 경로는 서로 연결돼 있다.
- 원유·LNG: 통항이 줄면 공급 가능 물량이 감소하고 연료·전력 비용이 오를 수 있다.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는 전 세계 LNG 수출의 거의 20%를 차지하며,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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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임·산업 투입재: 운송 차질은 우회 항로, 보험료, 선박 가용성에 압력을 준다. 원유뿐 아니라 비료, 황(sulfur) 등 산업 원료의 흐름도 제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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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속·제조업: 디젤, 전력, 운송비 상승은 광산 개발, 제련, 제조업의 비용 기반을 높인다.
- 농업: 비료와 연료는 핵심 농업 투입재다. 기상 악화에 따른 작황 부진이 에너지·비료·운임 상승과 겹치면 식품 물가로의 전가가 커질 수 있다.
핵심은 상호작용이다. 한 원자재의 차질이 다른 원자재의 생산·운송 비용을 높이면, 공급처를 바꾸거나 충격을 흡수할 시장의 여력이 줄어든다.
재고는 완충재이지 새 공급이 아니다
HSBC의 중심 경고는 장기 차질이 재고를 소진시켜 일부 원자재 시장을 ‘티핑포인트’로 몰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가격 상승이 더 가팔라지고 실제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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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는 정유사, 발전사, 제조업체, 소비자가 대응할 시간을 준다. 그러나 상업 재고가 운영상 최소 수준에 가까워지면 구매자는 가격과 무관하게 즉시 인도 가능한 화물을 두고 경쟁해야 한다. 필수 연료·전력·원료의 단기 수요는 쉽게 줄지 않지만, 새 공급은 하룻밤 사이에 늘릴 수 없다.
전략 비축유는 초기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2026년 3월 전략비축유(SPR) 1억7,200만 배럴 방출을 발표했다.
33 다만 이는 장기간의 해상 운송 차질이나 정유시설별로 필요한 특정 원유 등급, LNG와 산업 투입재 공급 중단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유럽 가스 저장량도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 EU는 기존에 매년 11월 1일까지 저장시설 충전율 90%를 목표로 했지만, 이후 목표 수준과 달성 시점에 유연성을 두는 규칙이 도입됐다.
31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4월 EU 저장량이 위기 이전 평균보다 소폭 낮은 수준이며, 여름 말까지 80%를 채우면 겨울 공급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32 따라서 ‘저장량이 목표치보다 낮다’는 주장은 날짜, 비교 기준, 지역을 명시해야 임박한 공급 부족의 근거가 될 수 있다.
구리가 구조적 강세 논리를 보강하는 이유
구리는 전력망 설비, 케이블, 전기 인프라에 대량으로 쓰이기 때문에 전기화의 핵심 금속으로 꼽힌다. AI 인프라, 전기차, 재생에너지, 송배전망 투자 확대는 전통적인 산업경기가 일부 둔화하더라도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다.
HSBC는 인프라 투자를 주요 원자재 수요 동력으로 지목했다. HSBC가 인용한 국제에너지기구(IEA) 시나리오에서는 구리 수요가 두 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
17 반면 새 광산은 인허가, 자금 조달, 기반시설 건설, 공사, 생산 안정화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 수요 급증이나 생산 차질이 발생해도 공급이 느리게 반응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구조적 수요가 가격의 지속 상승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가격이 오르면 광산 증설, 재활용, 대체 소재 사용, 효율 개선, 최종 수요 위축이 촉진될 수 있다. 구리는 상방 비대칭성의 근거를 강화하지만, 통상적인 원자재 사이클을 없애지는 않는다.
농가 비용 상승은 어떻게 식품 물가가 되나
대형 흉작이 하나 발생하지 않더라도 원자재 스퀴즈는 식품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농가는 디젤, 비료, 농약·화학제품, 운송, 운전자본 조달 비용 상승에 노출된다. 이후 가공업체와 유통업체는 에너지, 포장, 냉장, 배송비 부담을 안게 된다.
실제 전가 폭은 작물 종류, 환율, 재고, 보조금, 국내 경쟁 여건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식량과 에너지를 모두 수입하는 국가는 수입 비용 증가와 가계 구매력 약화가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HSBC의 2026~2027년 전망 수정, 숫자는 어떻게 봐야 하나
2차 보도에 따르면 HSBC는 2026년 전체 원자재 가격 상승률 전망을 **16%에서 22%**로 높였고, 2027년 전망은 7% 하락에서 보합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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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16%에서 22%로, 6%포인트 상향이다.
- 2027년: -7%에서 0%로, 7%포인트 상향이다.
따라서 2027년 수정 폭을 14%포인트라고 부르면 기존 하락 전망을 이중 계산하게 된다. 이 수치가 연평균인지, 연말 수준인지, 어떤 지수를 기준으로 하는지 등 정확한 방법론은 투자 판단에 사용하기 전 HSBC의 전체 전망표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스퀴즈가 장기화할 때 시장과 경제에 미칠 영향
공급 부족과 높은 투입 비용이 지속된다면, 이는 건강하고 광범위한 세계 성장보다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에 가까운 환경이 될 수 있다.
- 물가와 금리: 에너지·식품 가격은 헤드라인 물가를 빠르게 밀어 올리고, 운송·상품 가격을 통해 파급된다. 성장세가 둔화해도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가 더 신중해질 수 있다.
- 원유: 호르무즈 해협의 흐름이 제한된 동안 원유 가격의 상방 위험은 크다. IEA는 8월 중동 교란으로 세계 원유 공급이 수요를 크게 밑돌았으며, 2026년 공급이 하루 43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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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석유·가스, 광산, 비료, 해운 기업은 가격 결정력의 혜택을 볼 수 있지만 비용, 세금, 정치적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항공, 화학, 운송, 금속 가공 등 에너지 집약 업종은 마진 압박에 더 취약하다.
- 국가: 원자재 수출국은 교역조건과 재정 수입 개선의 수혜를 볼 수 있다. 반면 수입 의존 국가는 수입액 증가, 통화 압력, 보조금 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
가장 강한 강세 시나리오를 무너뜨릴 변수
‘슈퍼 스퀴즈’는 기본 시나리오로 확정된 것이 아니다. 차질을 빚은 항로의 재개, 세계 경기 약화, 수요 파괴, 추가 공급, 재활용 확대, 강달러는 모두 강세 논리를 약화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구분은 이렇다. 타이트한 시장과 강한 구리 가격은 HSBC의 경고처럼 상방 위험이 높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지속적인 슈퍼 불마켓을 증명하지는 못한다. 지정학적 충격이 완화된 뒤에도 실물 적자가 이어지고, 재고 완충력이 떨어지며, 여러 원자재 가격이 견조하게 버티는지가 결정적인 시험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