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특히 뚜렷하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약 4.63% 수준까지 상승하며 2025년 초 이후 최고치에 근접했다.
또한 최근 실시된 30년 만기 국채 입찰 금리는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서 형성됐다. 이는 장기 국채를 보유하려는 투자자들이 더 높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국채 금리는 세계 금융 시장의 기준 역할을 한다. 따라서 미국 금리가 오르면 기업 대출, 주택담보대출, 국가 부채 비용까지 전반적인 금융 비용이 함께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채권 매도세는 유럽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로존 주요 국가의 국채 금리도 미국과 비슷한 방향으로 상승하고 있다.
특히 영국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영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약 5.82%까지 치솟아 1998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높은 에너지 가격과 지속적인 물가 압력이 유럽 중앙은행들로 하여금 예상보다 더 오래 긴축 정책을 유지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통적으로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해 온 일본도 이번 글로벌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일본 국채 금리 역시 최근 몇 년 사이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며 채권 시장 약세에 동참하고 있다.
일본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은 국가다. 따라서 유가 상승이 국내 물가에 빠르게 반영될 수 있으며, 이는 일본은행(BOJ)이 초완화 정책에서 점진적으로 벗어나야 한다는 압력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
에너지 가격은 인플레이션 기대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 중 하나다.
최근 시장 변동성 속에서 국제 유가는 한 주 동안 7% 이상 상승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강화될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채권 투자자에게 문제가 생긴다. 채권은 고정된 이자를 지급하기 때문에 물가가 상승하면 그 이자의 실제 구매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장기 채권을 사기 전에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된다.
이번 채권 매도의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금리 전망의 변화다.
이전까지 시장은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곧 인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더 현실적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기대가 크게 줄어들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추가 긴축 가능성까지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금리 상승은 주식 시장에도 영향을 준다.
채권 금리가 오르면 투자자 입장에서 안전자산의 수익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주식의 상대적인 매력이 줄어든다. 또한 기업의 미래 이익을 평가할 때 적용되는 할인율이 올라가 주식 가치 평가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러한 영향이 실제로 나타났다. 유럽 STOXX 600 지수는 약 1.4% 하락하며 채권 금리 급등의 영향을 받았다.
현재 상황은 전형적인 거시경제 연쇄 반응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조건이 지속된다면 글로벌 채권 시장의 변동성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실제로 완화되거나 지정학적 긴장이 줄어들기 전까지는 ‘고금리 장기화’ 시대가 금융 시장의 핵심 변수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