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해협은 전 세계 에너지 운송의 핵심 통로다. 특히 아시아로 향하는 원유 상당량이 이곳을 통과하기 때문에 운송이 막히면 아시아 경제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문제는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처럼 순수 에너지 수입국인 국가들이다. 유가가 오르면 원유 수입 비용이 급증하고, 이를 결제하기 위해 달러 수요가 늘어나면서 자국 통화 가치가 하락 압력을 받는다.
현재 통화 약세는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이러한 요인은 서로 강화된다. 투자자들이 무역적자 확대와 물가 상승을 예상하면 현지 자산 비중을 줄이고 자금을 빼기 때문에 통화 약세가 더 빨라질 수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대부분의 경제에서 빠르게 물가 상승으로 전파된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운송비, 전력 생산비, 석유화학 제품 가격 등이 동시에 상승한다. 이 비용이 기업과 소비자에게 전가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아진다.
여기에 환율 약세가 겹치면 충격은 더 커진다. 원유는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통화 가치가 떨어지면 같은 양의 원유를 수입하는 데 더 많은 자국 통화가 필요하다.
경제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수입 인플레이션(imported inflation)**이라고 부른다.
유가 충격은 채권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투자자들이 향후 인플레이션 상승을 예상하면 채권 금리가 상승한다. 동시에 미국 국채 금리 역시 상승하면서 달러 자산의 매력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5%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신흥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면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달러 자산을 더 선호하게 된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자들은 최근 몇 달 동안 일부 아시아 신흥시장 비중을 줄이고 있다.
예를 들어 인도에서는 높은 유가, 무역적자 확대, 강달러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자본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자본 유출이 발생하면 환율은 빠르게 움직인다.
이 과정에서 중앙은행이 급격한 변동을 막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시장 개입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일부 아시아 국가들은 이미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아시아 각국 중앙은행은 성장 둔화를 피하면서도 통화 약세와 인플레이션을 억제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가능한 대응은 다음과 같다.
외환시장 개입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달러를 매도하거나 시장 안정 조치를 취해 급격한 환율 상승을 완화한다.
금리 인하 지연 또는 금리 인상
통화 약세와 물가 상승이 심해지면 금리 인하 계획을 미루거나 정책금리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유동성 및 금융시장 안정 조치
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국내 금융시장 유동성 조절이나 정부 정책과의 공조가 이뤄질 수 있다.
최근 시장에서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와의 비교도 종종 등장한다.
공통적으로 보이는 현상은 다음과 같다.
다만 현재 상황은 1997년과 완전히 같지는 않다.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지금은 더 큰 외환보유액, 더 유연한 환율 제도, 강화된 금융 규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현재 상황을 지역 금융 시스템 위기라기보다는 대규모 외부 에너지 충격이 금융시장에 확산된 사례로 보고 있다.
2026년 아시아 신흥국 통화 약세의 핵심 원인은 중동 지정학적 위기에서 촉발된 유가 급등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운송 차질로 원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에너지 수입 비용이 증가했고, 이는 인플레이션 상승·채권 금리 상승·자본 유출을 동시에 촉발했다.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특히 큰 압력을 받고 있으며, 각국 중앙은행은 환율 안정과 물가 억제, 성장 유지라는 세 가지 목표 사이에서 어려운 정책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