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채굴 산업이 단순한 일시적 가동 중단이나 통상적인 시장 조정을 넘어서는 변화를 맞고 있다. 2025년 말 고점을 찍은 뒤 네트워크 전체 해시레이트—비트코인 채굴에 투입되는 컴퓨팅 연산력—가 장기간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에 대해 Twenty One Capital의 라파 자구리 최고경영자(CEO)는 비트코인 역사상 첫 ‘해시레이트 하락장(hashrate bear market)’이라고 표현했다. 다만 이 용어는 비트코인 프로토콜의 공식 분류가 아니라 업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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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전력의 가격과 수요다. 비트코인 채굴 수익은 BTC 가격, 거래 수수료, 네트워크 난이도, 전기요금에 따라 크게 흔들린다. 반면 인공지능(AI) 및 고성능컴퓨팅(HPC) 사업자는 전력·부지·데이터센터 용량을 장기간 계약하려는 경향이 있다. 일부 채굴업체가 비트코인 채굴 장비를 계속 늘리는 대신, 기존 전력과 시설을 AI 데이터센터 사업에 배분하는 이유다.
비트코인 해시레이트는 얼마나 줄었나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30일 평균 해시레이트는 2025년 11월 약 **1,108 엑사해시/초(EH/s)**에서 2026년 8월 898 EH/s로 감소한 것으로 보고됐다. 약 19% 하락이며, 2025년 말 네트워크 고점 이후 약 9개월에 걸친 이례적으로 지속적인 수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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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측정 기간과 집계 방식에 따라 흐름은 다르게 나타난다. CoinShares는 해시레이트가 2025년 10월 고점에서 2026년 2월 초 약 850 EH/s까지 떨어졌다가 일부 회복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2026년 1분기 말 수치는 분기 초보다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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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따라서 각 수치를 하나의 실시간 지표처럼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 다만 큰 방향은 같다. 10년 넘게 이어진 비트코인 해시레이트 증가세가 일시적으로 반전됐다는 점이다.
채굴업체들이 AI와 HPC로 이동하는 이유
비트코인 채굴업체가 이미 확보한 자산은 AI 데이터센터 사업자에게도 매력적이다.
- 대규모 전력 배정권
- 부지와 전력망 연결 인프라
- 냉각·전기 설비
- 에너지 집약적 시설을 운영한 경험
이 시설을 AI나 HPC 용도로 바꾸려면 상당한 자본이 필요하다. 냉각 시스템 등을 포함한 전환 비용은 메가와트(MW)당 약 800만~1,500만 달러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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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전환을 검토하게 만드는 것은 수익 구조의 차이다. 비트코인 채굴의 ‘해시프라이스(hashprice)’는 채굴 연산력 단위별 일일 수익을 뜻하며, BTC 가격과 네트워크 상황에 따라 계속 변한다. 반면 AI 데이터센터 임대는 정해진 기간 동안 계약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여러 보고서에 따르면 AI 운영업체가 전력·시설을 임차하기 위해 지불하는 요율은 많은 경우 비트코인 채굴의 해시프라이스를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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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말하는 전환은 비트코인 채굴용 ASIC을 AI 프로세서로 바꾼다는 뜻이 아니다. 채굴업체가 보유한 부지, 전력 용량, 냉각·데이터센터 인프라를 다른 방식으로 활용한다는 의미다.
수백억 달러 규모 계약이 만든 전환 압력
CoinShares는 상장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이 발표한 AI·HPC 계약의 누적 규모를 700억 달러 이상으로 집계했다.
9 대표 사례는 코어 사이언티픽(Core Scientific)과 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CoreWeave)의 협력 관계다.
양사의 계약 규모는 12년간 약 102억 달러로 확대됐다. CoinShares 보고서 당시 코어 사이언티픽은 약 350MW의 HPC 용량을 가동했으며, 장기적으로 약 590MW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코어 사이언티픽은 코어위브와의 장기 계약 아래 약 70MW의 용량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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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약의 의미는 headline 숫자에만 있지 않다. 장기 고객이 있으면 전력 집약적인 시설의 자금 조달이 쉬워지고, 매일 변동하는 채굴 수익에 대한 의존도도 낮출 수 있다. 채굴기를 추가 구매하는 것보다 기존 인프라를 임대하는 편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는 이유다.
해시프라이스 하락이 채굴 마진을 압박한다
해시프라이스는 일정한 채굴 연산력이 하루 동안 벌어들이는 수익을 보여주는 지표다. CoinShares 관련 보고에 따르면 해시프라이스는 2025년 4분기 페타해시당 하루 약 36~38달러에서 2026년 1분기 약 29달러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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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상장 채굴업체의 비트코인 1개 생산 평균 비용은 2025년 4분기 약 8만 달러로 추정됐다.
14 물론 모든 업체의 비용이 같다는 뜻은 아니다. 전력 계약, 채굴기 효율, 금융비용, 가동 중단 조정 방식, 회계 기준이 업체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BTC 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동안 전력과 시설 비용이 고정돼 있으면 마진이 얼마나 빠르게 얇아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이 같은 압박은 채굴 보상 외 수익원을 찾도록 만들었다. 상장 채굴업체들은 2026년 1분기에 부채 상환과 유동성 확보 등 기업 운영 목적을 위해 3만2,000 BTC 이상을 매각한 것으로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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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A의 비트코인 매각이 보여준 것
MARA Holdings는 업계의 재무 압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회사는 2026년 3월 4일부터 3월 25일 사이에 15,133 BTC를 약 11억 달러에 매각했다고 발표했다. 매각 대금은 2030년과 2031년 만기인 무이자 전환사채 약 10억 달러를 재매입하는 데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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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래가 MARA가 채굴을 중단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채굴한 비트코인을 모두 보유하는 전략에서 벗어나, 보유 자산을 유동성·부채 관리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분명히 보여준다.
채굴업체는 비트코인 재고를 부채 상환에 쓰거나, 시설 확장과 새로운 인프라 사업에 투자할 수 있다. 따라서 비트코인 매각, AI 호스팅, 채굴 사업은 한 회사 안에서 동시에 진행될 수 있다. 업계의 변화는 비트코인 채굴에서 하룻밤 사이에 완전히 철수하는 것보다, 사업을 다각화하고 전력과 시설을 재배분하는 과정에 가깝다.
어떤 채굴업체들이 여전히 운영 중인가
MARA, 라이엇(Riot), 클린스파크(CleanSpark), 코어 사이언티픽, 헛8(Hut 8), 사이퍼 마이닝(Cipher Mining), 아이렌(IREN), 비트팜스(Bitfarms), 캉고(Cango) 등 주요 업체들은 여전히 비트코인을 채굴하거나 상당한 채굴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동시에 이들 가운데 여러 업체가 AI·HPC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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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 중’이라는 말이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업체들은 가동 해시레이트를 줄이거나 특정 시설을 AI 용도로 돌리고, 보유 BTC를 매각하거나, 일부 전력 용량을 AI 고객에게 우선 배정할 수 있다. BTC 가격과 전력 계약, AI 고객 수요에 따라 채굴과 AI 호스팅의 비중도 계속 달라질 수 있다.
현재 업계의 구분은 채굴업체와 비채굴업체 사이의 경계라기보다 사업 모델의 차이에 가깝다.
- 순수 채굴업체는 BTC 가격, 네트워크 난이도, 전기요금에 직접적으로 노출된다.
- 인프라 기업은 채굴 수익과 장기 계약 기반의 AI·HPC 수익을 결합할 가능성이 있다.
- 부채 부담이 큰 업체는 마진이 약한 시기에 BTC나 다른 자산을 매각해 부채를 관리해야 할 수 있다.
해시레이트 하락이 생존 업체에 유리할 수 있는 이유
비트코인의 난이도 조정 시스템은 네트워크에 연결된 채굴 연산력 변화에 대응하도록 설계돼 있다. 충분한 수의 채굴기가 꺼지면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채굴 난이도도 내려간다. 그러면 네트워크에 남아 있는 채굴업체는 자신이 운영하는 해시레이트 단위당 블록 보조금과 거래 수수료에서 더 큰 기대 몫을 얻을 수 있다. 해당 하락 구간에서 채굴 난이도는 고점 대비 약 19.9% 떨어진 것으로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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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이 낮고 최신 ASIC을 사용하는 효율적인 업체라면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비효율적인 채굴기가 네트워크를 떠날수록 살아남은 업체의 조건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이도 조정이 새로운 비트코인 수익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기존 보상 기회를 더 적은 수의 채굴기가 나눠 갖도록 재분배할 뿐이다. 최종 수익성은 여전히 다음 요인에 달려 있다.
- 비트코인 가격과 거래 수수료
- 전력·냉각·가동 중단 조정 비용
- ASIC 효율과 장비 교체 비용
- 금융비용 및 기타 자본 지출
- AI·HPC로 전환되는 경쟁력 있는 전력 용량의 규모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
AI 전환은 다각화에 성공한 채굴업체에 장기 계약 수익과 전력 인프라의 새로운 활용처를 제공할 수 있다. 반면 전환이 더 깊어지면 비트코인 네트워크를 뒷받침하는 해시레이트가 줄고, 채굴 산업이 가장 효율적인 업체 중심으로 집중될 가능성도 있다.
이 흐름이 영구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BTC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거나 전기요금이 내려가고 AI 호스팅 수요가 약해지면 비트코인 채굴의 매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
현재까지의 증거가 가리키는 것은 단순한 비트코인 채굴 경기 하강이 아니다. 희소한 전력과 데이터센터 용량을 두고 비트코인과 AI가 경쟁하는 구조적 변화다. 앞으로 살아남을 가능성이 큰 업체는 비트코인 채굴의 효율성을 유지하면서도, AI 고객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는 전력과 시설을 함께 수익화할 수 있는 기업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