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자산운용사인 아문디가 미국 단기 국채, 특히 2년물 매수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유가가 장기화해 소비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결국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를 키울 상황에 대비하는 방어책이다. 다만 이는 미 국채 전반을 강하게 낙관하는 포지션과는 구분된다. 아문디의 9월 공식 전망은 미국 듀레이션에 대체로 중립적 입장을 유지하면서 5년물 구간을 선호하고, 장기물 금리의 상승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다며 수익률곡선 스티프닝을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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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물 매수의 핵심: ‘인플레이션 충격’ 다음의 ‘성장 충격’에 대비
유가 상승은 처음에는 채권에 악재가 되기 쉽다. 휘발유·에너지 비용이 오르면 물가 기대가 높아지고, 시장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더 오래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추가 인상할 수 있다고 본다. 이 경우 채권 수익률은 오르고 가격은 내려간다.
하지만 비싼 에너지가 오래 지속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깎고, 에너지 비용 부담이 큰 기업의 마진을 압박하며, 소비·고용·투자를 약화시킬 수 있다. 경기 둔화가 충분히 커지면 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하를 반영하기 시작할 수 있다.
미국 2년물 국채는 향후 연준 정책금리 경로 전망 변화에 특히 민감하다. 시장이 기준금리 하락을 가격에 반영하면 2년물 수익률은 내려가고 채권 가격은 오를 수 있다. 아문디의 포지션은 바로 이 전환, 즉 유가발 물가 공포가 유가발 성장 우려로 바뀌는 국면을 겨냥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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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는 초반에 손실을 볼 수 있다
9월 초 유가 급등 직후 시장은 침체보다 인플레이션을 먼저 걱정했다. 브렌트유는 주중 배럴당 108달러를 넘었고, 이후 약 110달러로 4개월 만의 고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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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글로벌 채권 매도세가 강해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2년물 수익률은 2025년 4월 시장 혼란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뛰었고, 미국 10년물 수익률은 5%에 근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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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 전략은 단순히 유가가 오르면 이익을 보는 거래가 아니다. 시장의 해석이 인플레이션 쇼크에서 성장 쇼크로 바뀌어야 한다. 유가 급등이 짧게 끝난다면 물가 우려만 남고, 경기 침체나 금리 인하 전망으로 이어질 정도의 경제적 피해는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아문디의 큰 그림과도 맞아떨어진다
빈센트 모티에 아문디 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와 아모리 도르세이 채권운용 부문 책임자가 제시한 9월 전망의 요지는 미국 듀레이션에 대한 신중한 중립이었다. 아문디는 5년물 구간을 선호하는 한편, 장기 만기 채권 수익률에는 계속 상승 압력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수익률곡선 스티프닝을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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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전망에서도 아문디는 견조한 고용지표, 끈적한 인플레이션, 더 매파적인 연준을 근거로 미국 듀레이션에 대체로 중립적 입장을 유지했다. 동시에 5년물에서 가치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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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맥락에서 2년물 매수는 장기채까지 포함한 공격적 듀레이션 확대라기보다, 특정한 하방 위험에 대한 보험에 가깝다. 경기 악화에는 대비하되, 재정 우려·인플레이션 기대·기간 프리미엄 때문에 장기물 금리가 높게 유지될 위험은 경계하는 접근이다.
유가가 연준에 던지는 어려운 선택
아문디는 중동 긴장과 유가 움직임이 디스인플레이션, 즉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는 과정의 경로를 더 불확실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아문디 추산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에 지속적으로 머물 경우 세계 인플레이션은 평균적으로 0.5%포인트 넘게 높아질 수 있다. 유가가 추가로 10달러 오를 때마다 세계 성장률에는 약 0.1~0.2%포인트의 하방 압력이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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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경로는 통화정책에 상반된 신호를 보낸다.
- 물가 경로: 에너지 비용 상승은 헤드라인 물가를 끌어올리고 금리가 더 오래 높게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을 강화해 국채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성장 경로: 가계의 연료·에너지 지출 증가와 기업 수익성 악화는 소비, 고용, 투자를 제약해 시간이 갈수록 금리 인하 논리를 강화할 수 있다.
결국 어느 경로가 우세할지는 유가 충격의 기간과 범위에 달렸다. 일시적 급등이라면 시장의 초점은 인플레이션에 남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고유가가 오래 지속되면 침체 위험이 커진다.
당시 연준 전망은 ‘곧 인하’와 거리가 있었다
9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시점의 금리 전망은 당장 완화를 가리키지 않았다. 연준의 7월 회의록은 시장 가격이 더 먼 시계에서는 9월 회의까지 25bp(1bp=0.01%포인트) 인상을 완전히 반영했다고 전했다. 반면 뉴욕연은 데스크 설문 응답자의 중앙값은 2026년과 2027년 정책금리 동결, 2028년 초 인하를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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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49일 진행된 로이터 설문에서는 경제학자 93명 중 65명이 9월 회의와 연말까지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가 3.503.75%로 유지될 것이라고 봤고, 나머지는 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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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아문디의 2년물 매수가 침체 헤지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경제 전망이 상당히 바뀌어야 한다. 성장세가 충분히 약해져 연준이 재점화된 물가 위험보다 수요 둔화와 금융여건 긴축을 더 큰 위험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 거래의 성패를 가를 4가지
1. 유가가 높은 수준에 머무는 기간
유가가 100달러 부근 또는 그 이상에서 지속되면 실질소득과 기업 활동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 반대로 빠르게 되돌리면 침체 가능성은 낮아지는 반면, 초기 인플레이션 충격은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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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연준의 반응 함수
연준이 물가 목표 회복을 최우선으로 두면 성장 둔화 국면에서도 금리를 유지하거나 올릴 수 있으며, 이는 2년물에 불리하다. 반대로 수요 약화가 더 큰 위험이라고 판단하면 금리 인하 기대가 2년물 수익률을 낮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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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에너지발 물가 상승의 확산 여부
에너지 가격에 국한된 충격은 중앙은행이 일시적 요인으로 보고 넘길 여지가 있다. 그러나 더 광범위한 물가 기대와 지속적인 가격 압력으로 번지면 통화 완화는 어려워진다. 아문디 역시 유가 흐름이 디스인플레이션을 더 변동적이고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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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장기 미 국채의 별도 압력
단기 수익률이 나중에 하락하더라도, 재정·국채 공급·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한 보상을 더 요구하는 투자자가 늘면 장기 수익률은 높게 유지될 수 있다. 이것이 단기물 중심의 방어 포지션과 5년물 선호, 수익률곡선 스티프닝 전망이 함께 존재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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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이유
아문디의 운용자산은 약 2조5800억유로다. 이처럼 큰 채권 투자자가 2년물 국채를 사들이는 것으로 전해진다는 점은, 시장의 주요 참여자가 인플레이션 위험과 침체 위험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잡는지 보여주는 신호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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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문디의 매수만으로 미 국채 가격이 결정되지는 않는다. 유가 흐름, 물가 지표, 미 재무부의 국채 발행 규모, 안전자산에 대한 글로벌 수요, 그리고 무엇보다 연준 정책이 2년물 국채가 유효한 헤지가 될지 결정할 것이다.
핵심은 이렇다. 미국 2년물 국채 매수는 유가 충격이 무해하다는 베팅이 아니다. 초기의 인플레이션 충격보다, 시간이 흐른 뒤 나타날 성장 훼손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데 거는 베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