뮬런의 전략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 플랫폼이 올라탄 ‘파도’를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오픈클로는 AI 모델 자체가 아니라 일종의 ‘에이전트 하네스(agentic harness)’입니다. 사용자가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연결해 웹 브라우징, 클릭, 코드 실행 등 자율적인 행동을 수행하도록 만드는 프레임워크인 셈이죠 . 오픈소스라는 특성과 강력한 성능 덕분에 깃허브 스타 수가 무려 17만 2천 개를 넘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
중국에서 이 열풍은 개발자 커뮤니티를 넘어섰습니다. 주요 클라우드 제공업체들은 앞다투어 오픈클로 기반 서비스를 출시했고, 지방 정부들은 관련 스타트업에 보조금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심지어 299위안(약 5만 5천 원)에 오픈클로 설치를 대행해 주는 ‘알짜 부업’ 시장까지 생겨났습니다 . “랍스터 키우기”라는 유행어는 AI 기술에 대한 호기심과 생산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완벽하게 결합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체적으로 호스팅하는 에이전트에 자율 통제권을 넘기면서 보안 전문가들의 경고음도 커졌습니다. 개인이 직접 자신의 하드웨어에서 에이전트를 구동하는 방식은 최소한의 보안 감독만 이루어졌기에, 데이터 유출이나 의도치 않은 오작동의 위험성이 매우 컸습니다
.
뮬런은 AI 에이전트에 대한 이 뜨거운 열기를 자극하되, 근본적인 구조적 차이를 무기로 내세웁니다. 그 차이는 바로 **'관리형(managed) vs 자체 호스팅(self-hosted)'**입니다. 사용자가 SSH(보안 셸)를 만지거나 서버 보안 설정을 고민할 필요 없이, 연구, 코딩, 데이터 분석, 워크플로 자동화 같은 업무를 365일 24시간 디지털 작업자에 맡기도록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
뮬런은 에이전트 집합 플랫폼이자 마켓플레이스로 운영됩니다 . 사용자는 하드웨어를 직접 구하거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필요 없이, 마켓플레이스에서 원하는 에이전트를 골라 쓰면 됩니다. 선택된 에이전트는 알리바바 클라우드의 전용 가상 머신(VM)에서 실행되므로, 사용자가 브라우저 탭을 닫아도 작업은 계속 진행됩니다
. 이는 일반 사용자들이 오픈클로를 도입할 때 겪던 최대의 난관을 단숨에 없애버립니다.
뮬런은 5월 28일, 단일 에이전트 도구를 뛰어넘는 멀티태스크 모드를 출시했습니다. 이 모드는 복잡한 프로젝트를 여러 하위 작업으로 나누고, 각 작업을 독립적인 컨텍스트를 가진 별도의 에이전트에 할당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들이 단순히 ‘성능이 제한된 임시 보조 에이전트’가 아니라, 각자 영구적인 메모리를 갖추고 필요 시 사용자와 일대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완전한 기능의 에이전트라는 사실입니다 . 덕분에 시장 조사, 콘텐츠 제작, 데이터 분석 워크플로를 동시에 병렬 실행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시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출시 시점에 뮬런은 이미 일본, 브라질, 멕시코 등 전 세계 43개국의 사용자를 확보한 상태였습니다. 신규 제품임에도 유료 사용자 지표가 특히 두드러집니다. 유료 사용자의 34%가 한 달에 200달러 이상을 지출하고 있으며, 이들은 주당 평균 2.6일 동안 플랫폼에서 활동하며 매주 13개의 작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료하고 있습니다 .
바로 이 지점이 오픈클로가 걸어온 길과 뮬런의 선택이 극명하게 갈리는 부분입니다. 뮬런의 구조는 인프라 수준에서부터 제품에 보안을 내재화하여, 오픈클로의 명성에 흠집을 냈던 보안 취약점을 정면으로 공략합니다.
뮬런 에이전트는 알리바바 클라우드의 관리 환경 내에서 실행되므로, 클라우드 제공업체가 보유한 각종 컴플라이언스 인증, 데이터 거버넌스 프레임워크, 보안 체계를 그대로 물려받습니다. 이는 보안 설정이라는 무거운 짐을 최종 사용자에게서 완전히 없애줍니다. 자체 호스팅 환경에서 에이전트를 사용할 때 가장 큰 고충 중 하나가 보안 설정이었습니다. 이로써 뮬런은 그동안 승인되지 않은 오픈소스 배포를 거부해 온 기업들의 조달 심사 기준에도 부합하는 ‘더 안전한 대안’으로 자리매김합니다 . 전용 VM 구조 덕분에 에이전트는 항상 켜져 있으면서도 보안에 취약한 개인 PC가 아닌, 통제되고 안전한 경계 내에서 작동하게 됩니다.
뮬런은 단순히 오픈클로의 입소문 마케팅 방식을 따라 하는 대신, 시장의 다음 단계, 특히 비즈니스와 팀 단위의 수요가 기능 못지않게 ‘안전성과 관리 용이성’을 최우선시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고 있습니다. AI 인력에 업무를 맡긴다는 ‘랍스터 열풍’의 에너지를 포착하는 동시에, 보안에 대한 우려를 중화시킴으로써 알리바바는 에이전트형 AI 시대를 위한 거대한 울타리 정원을 구축하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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