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큰 시험대는 2분기 실적이었다. SK하이닉스는 매출 79조3,000억 원, 영업이익 60조5,000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하지만 AI 수혜주에 걸린 기대치가 워낙 높았던 탓에 실적과 전망이 시장 기대를 완전히 충족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주가는 하락했다. 로이터 역시 강한 실적이었지만 높은 시장 전망에는 미치지 못했고, 빅테크의 공격적인 AI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고 보도했다.
제공된 시장 자료에 따르면 ADR은 이후 회복해 8월 17일 약 171.38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첫날 종가와 대체로 비슷한 수준으로, 상장 직후 가격을 확실히 뛰어넘은 흐름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별도의 8월 18일 시세에서는 장 초반 6%를 넘는 하락도 나타났다.
물론 특정 시점의 주가는 영구적인 밸류에이션 신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다만 지금까지의 흐름은 한 가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SKHY는 나스닥 상장 성공을 바탕으로 한 일방향 상승주라기보다, 기대치 변화에 민감한 경기순환형 반도체주로 거래되고 있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생산한다. 두 사업은 서로 다른 역할을 하지만 현대 컴퓨팅 인프라 안에서 연결돼 있다. 특히 AI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제품은 AI 서버에 사용되는 고부가가치 D램인 HBM이다. 회사는 HBM과 D램, 낸드 기술을 전 세계 AI 인프라를 뒷받침하는 핵심 메모리 기술로 설명하고 있다.
HBM은 투자자들이 SK하이닉스를 단순한 메모리 제조업체가 아니라 AI 기업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다. AI 서버는 고성능 프로세서와 함께 대규모의 고속 메모리를 필요로 하며, SK하이닉스는 HBM을 성장과 수익성의 중심축으로 키워왔다. 회사는 2026년 전망에서도 HBM과 AI용 D램, 낸드 수요 증가를 주요 동력으로 제시했다.
이 차이는 밸류에이션에서 중요하다. HBM은 범용 메모리보다 높은 마진과 장기적인 고객 관계를 뒷받침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 전체가 메모리 시장의 가격, 공급, 재고 사이클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강력한 HBM 사업은 위험을 줄여줄 수 있지만, 경기순환성을 없애지는 못한다.
이번 나스닥 거래는 단순한 상징적 이벤트가 아니었다. 크게 세 가지 목적이 있었다.
ADR은 미국 투자자들이 AI 데이터센터 성장과 밀접하게 연결된 SK하이닉스에 보다 직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통로다. 회사 자료에서 언급된 애널리스트들은 미국 시장에서의 접근성이 개선되면 글로벌 투자자 기반과 거래 유동성, 해외 애널리스트의 커버리지가 모두 확대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공모는 기업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거래에 그치지 않았다. SK하이닉스는 조달 자금을 반도체 장비 구매와 신규 공장 건설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회사는 AI 메모리 수요에 대응할 장기 생산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용인과 청주 신규 팹에 약 54조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회이면서 동시에 위험이다. 생산능력을 늘리면 HBM 성장의 더 큰 몫을 차지할 수 있지만, 업계 전체가 공급을 확대할 경우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는 순간 가격이 약해질 수 있다.
상장 전 SK하이닉스는 HBM에서 강력한 입지를 보유하고도 미국 상장 경쟁사인 마이크론보다 낮은 밸류에이션을 적용받았다. 나스닥 상장은 미국 투자자에 대한 접근성과 거래 유동성, 비교 가능성을 높여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미국 상장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고 기업을 분석하기 쉽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미국 경쟁사와 같은 멀티플을 보장할 수는 없다. 투자자들은 결국 이익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신규 투자금이 얼마나 높은 수익을 낼지를 판단한다.
8월의 한 비교 자료에서는 SK하이닉스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을 약 5배, 마이크론을 약 5.7배로 제시했다. 낙관적인 해석은 간단하다. AI 메모리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위치를 고려하면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더 신중한 해석도 가능하다. 시장이 현재 이익을 메모리 사이클의 정점에 가까운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 메모리 기업은 이익이 유난히 높을 때 오히려 낮은 PER을 적용받는 경우가 많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으면 가격과 마진, 가동률이 떨어질 수 있다고 투자자들이 예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낮은 멀티플이 항상 저가 매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이익이 얼마나 일시적인지에 대한 시장의 판단이 반영된 결과일 수도 있다.
SKHY의 멀티플이 지속적으로 확장되려면 투자자들은 다음 조건을 동시에 믿어야 한다.
낙관론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SK하이닉스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HBM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유지하고 있으며, 향후 AI 메모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나스닥 상장의 효과도 첫 거래일에 모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 투자자 기반과 유동성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
반대편의 위험도 분명하다. 7월 매도세는 절대적인 실적이 아무리 뛰어나도 시장 기대치가 이미 높다면 실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SK하이닉스와 경쟁사들이 생산능력을 늘리면 장기적으로 메모리 가격이 압박받을 수 있다. 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나 AI 인프라 전반의 지출이 둔화되면 투자자들이 주식에 부여하는 멀티플도 낮아질 수 있다.
결국 이번 나스닥 데뷔에 대한 가장 정확한 평가는 ‘전략적으로는 대성공이지만, 주가 재평가가 영구적이라는 증거는 아니다’에 가깝다. SK하이닉스는 자본시장 접근성과 AI 메모리 사업을 확장할 플랫폼을 확보했다. 그러나 지속적인 재평가를 위해서는 HBM의 수익성, 공급 조절 능력, 신규 팹의 투자수익, 그리고 AI 수요가 다음 메모리 하락 국면에서도 견조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