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토니아 군 레이더는 남쪽에서 접근하는 드론을 먼저 포착했고, 이후 해당 무인기가 에스토니아 영공으로 진입했다. 당국은 여러 카운티에 공중 위협 경보를 발령했고, 나토의 발틱 공중경계(Baltic Air Policing) 임무가 즉시 대응에 나섰다.
이 임무에 배치돼 있던 루마니아 공군 F‑16 전투기가 출격해 에스토니아 남부 뵈르츠야르브(Võrtsjärv) 호수 상공에서 드론을 격추했다. 잔해는 카블라퀼라(Kablaküla) 인근에 떨어졌지만 민간 피해나 부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에스토니아 국방부는 드론이 러시아 내 목표물을 겨냥했던 우크라이나 무인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전쟁 기간 동안 나토 전투기가 나토 회원국 영토 상공에서 우크라이나 드론으로 추정되는 무인기를 실제로 격추한 드문 사례로 평가된다.
나토의 대응은 정치적 대응이라기보다 작전적 조치에 가까웠다. 발틱 공중경계 임무는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의 영공을 보호하기 위한 상시 임무이며, 미확인 비행체가 나타나면 요격하는 것이 기본 절차다.
에스토니아 국방장관 한노 페브쿠르(Hanno Pevkur) 는 드론의 비행 경로와 위험성을 고려해 격추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또 자국 영토나 영공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공격에 사용된 적은 없다고 강조하며 이번 사건과 거리를 두었다.
우크라이나는 사건 직후 에스토니아에 공식 사과했다. 동시에 드론이 경로를 이탈한 이유로 러시아의 전자전(Electronic Warfare) 가능성을 제기했다.
우크라이나 외교부는 러시아가 GPS 신호를 교란하거나 항법 시스템을 방해해 우크라이나 드론의 항로를 바꾸는 전자전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간섭 때문에 드론이 주변 국가 영공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우크라이나는 발트 국가 상공을 통과할 허가를 요청하거나 받은 적도 없다며 이번 사건은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 이후 폴란드도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폴란드 국방장관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악‑카미시(Władysław Kosiniak‑Kamysz) 는 우크라이나에 공격 목표와 경로를 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드론 작전이 잘못 설계될 경우 나토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거나 러시아의 선전전에 이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나토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지원하면서도, 전쟁이 동맹 영토까지 확대되는 상황은 피하려 한다는 미묘한 균형을 보여준다.
에스토니아 사건은 단독 사례가 아니다. 최근 몇 달 동안 러시아의 항구나 에너지 시설을 겨냥한 우크라이나 장거리 드론 공격 과정에서 여러 드론이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같은 나토 회원국 영토에 들어오거나 추락했다.
보고된 사례에는 다음과 같은 상황이 포함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건의 상당수가 항법 교란이나 전자전 때문에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장거리 드론이 발트해 인근 러시아 목표물을 공격하는 동안 항로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격추 사건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 공격의 범위와 빈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발트해 주변에서 공격이 늘어나면서 나토 국경 근처에서 작전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 결과 드론이 의도치 않게 나토 영공으로 들어갈 위험도 커지고 있다. 이번 에스토니아 사례는 나토가 이런 상황에 군사적으로 즉각 대응할 능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전쟁의 기술적 전장이 예상치 못한 곳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현실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