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은 앞서도 유엔의 인도주의 물자에 한해 통제된 국경 통과를 허용한 바 있다. 반면 일반 교역은 계속 중단됐다. 따라서 이번 724대 트럭의 이동 역시 양국 간 분쟁이 해소됐다는 신호라기보다, 특별 절차에 따른 인도주의적 예외로 해석해야 한다.
제공된 보도에는 국경 폐쇄를 초래한 정치·안보 문제가 이번 수송을 계기로 해결됐다는 근거가 없다. 구호단체들이 토르캄을 안정적이고 대규모로 활용할 수 있으려면, 일회성 허용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접근이 반복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국경 폐쇄 이후 구호 물자는 더 길고 복잡한 경로로 우회해야 했다. WFP가 운송한 강화 비스킷 물자는 당초 파키스탄을 거쳐 트럭으로 약 7,000㎞를 이동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경이 닫히자 두바이를 거쳐 이란으로 향하는 경로로 변경됐다.
이 대체 경로 역시 지역 불안정과 호르무즈 해협 주변의 운송 차질로 위협받았다. 그 결과 이란 경유로도 안정적인 구호 물류를 보장하기 어려워졌다. 다른 보도에 따르면 구호기관들은 실현 가능한 통로를 찾기 위해 여러 국가를 거치는 우회로까지 검토해야 했다.
핵심은 단순히 어느 국경이 더 빠르냐가 아니다. 내륙국인 아프가니스탄은 이용 가능한 지역 물류 통로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한 곳의 정치적 충돌이나 해상 운송 차질이 곧 식량 공급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이번 수송은 식량과 필수 구호품의 즉각적인 부족을 일부 막는 데 도움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더 큰 의미는 안도감보다 취약성을 보여줬다는 데 있다.
토르캄을 통과한 724대의 트럭은 의미 있는 인도주의적 성과다. 수개월간 강력한 국경 제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식량과 필수 물자가 아프가니스탄의 도움이 필요한 가정에 전달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항구적인 국경 개방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아프가니스탄이 확보한 것은 당분간 안전한 공급 회랑이 아니라 임시 생명선에 가깝다.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의 긴장이 완화되고 대체 경로가 안정되지 않는 한, 다음 구호 행렬 역시 또 다른 정치적 또는 지역적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