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는 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됐다기보다 가격 인상에 대비한 재고 선확보에 가까웠다. 메모리 부족이 심해지고 가격 조정이 현실화되자 제조사들은 2분기에 주문과 출하를 보수적으로 운영했다. 1분기의 선출하가 기저에 남으면서 2분기 감소 폭도 더욱 커졌다.
라틴아메리카 일부 국가의 통화 가치 상승은 현지 소비자 가격의 급격한 인상을 어느 정도 완화했다. 그러나 제조사가 부품 가격 상승분을 판매가에 모두 반영하기는 어려워졌고, 그만큼 수익성이 압박받았다.
가격 인상분이 소비자에게 전가된 경우에는 보급형·중급형 구매자들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았다. 이 가격대의 소비자들은 휴대전화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구매를 연기하거나 더 낮은 사양의 제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 전체가 줄었지만 모든 제조사가 같은 타격을 받은 것은 아니다. 주요 브랜드 가운데 삼성전자와 애플만 출하량 증가를 기록했다. 반면 보급형 제품 의존도가 높은 브랜드들은 더 큰 감소세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A 시리즈부터 갤럭시 S 시리즈까지 폭넓은 제품군을 갖추고 있었고, 시장 침체에 들어설 때 비교적 충분한 재고도 확보하고 있었다.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채널을 모두 활용할 수 있었던 점, 적극적인 할인 전략을 펼친 점도 제품 가용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경쟁사들이 공급 부족이나 저가 모델의 가격 민감도에 더 크게 노출된 사이, 삼성전자는 판매 채널에서 제품을 계속 확보할 수 있었다. 전체 시장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점유율을 늘린 배경에는 소비자 수요뿐 아니라 공급과 유통 실행력이 있었다.
애플은 시장의 가장 높은 가격대에 집중한 덕분에 메모리 비용 상승의 충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다. 비용 증가분의 일부를 자체적으로 흡수해 가격에 전부 전가하지 않았고, 아이폰 17 프로 맥스 수요도 견조하게 유지됐다. 3월 말 출시된 아이폰 17e는 2분기 들어 판매에 탄력이 붙었으며, 구형 모델도 꾸준히 판매됐다.
일반적으로 프리미엄 제품 구매자는 부품 가격에 따른 소폭의 가격 변동에 보급형 구매자보다 덜 민감하다. 애플의 프리미엄 브랜드 포지셔닝은 보급형 시장이 흔들리는 동안에도 실적을 방어하는 역할을 했다.
모토로라는 G·Edge·Razr 제품군을 새로 단장하고 2026년 FIFA 월드컵 마케팅을 활용해 브랜드 노출과 평균판매가격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만으로는 출하량 14% 감소를 상쇄하기에 부족했다.
메모리 가격과 공급 압박은 2026년 하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Counterpoint는 모바일 DRAM 가격이 2026년 3분기에 전 분기 대비 약 10%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시장은 가격대별로 더욱 뚜렷하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부족이 완화되기 전까지 제조사들이 저가 제품군의 규모를 줄이면서 100~249달러대 중저가 모델의 판매 비중은 낮아지고, 고가·프리미엄 제품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커질 수 있다.
Counterpoint가 제시한 전망에서 향후 18~24개월 동안 시장 성과를 좌우할 핵심 변수는 소비자 수요만이 아니라 메모리의 가격과 공급량이다. 메모리 부족은 2027년 말부터 점진적으로 완화되기 시작하고, 스마트폰 시장의 폭넓은 회복은 2028년부터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제공된 조사 자료에는 라틴아메리카의 2026년 하반기 또는 2027년 연간 출하량에 대한 구체적인 전망치가 제시돼 있지 않다. 따라서 지역 시장의 전망은 수치가 확정된 예측이라기보다, 보급형 스마트폰에 대한 지속적인 압박과 프리미엄 브랜드의 상대적 강세, 그리고 공급·유통·가격 결정력을 갖춘 제조사와 저가 제품 중심 업체 사이의 격차 확대라는 방향성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