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는 이런 방식이 도입되면 보상이 더 투명해지고, 회사 실적이 좋아질 때 직원들도 직접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경영진은 이 요구가 반도체 산업의 경기 변동성을 고려할 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호황과 불황이 빠르게 반복되는 특징이 있다. 특히 DRAM이나 AI용 고대역폭 메모리(HBM)는 수요가 급증하면 수익이 크게 늘지만, 시장이 식으면 가격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자동으로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방식은 호황기에는 인건비가 급증하고 불황기에는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 회사 측의 주요 우려였다.
이 성과급 공식이 결국 몇 달간 이어진 협상에서 마지막까지 남은 핵심 쟁점이 됐다.
파업 시작이 임박하자 한국 정부도 움직였다.
2026년 5월 20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협상에 참여해 노사 간 막판 중재에 나섰다.
수 시간의 협상 끝에 노사는 파업 시작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임금 잠정 합의에 도달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예정됐던 파업을 일단 보류하고, 합의안을 조합원 투표에 부치기로 결정했다.
투표는 5월 말까지 진행되어 5월 27일에 마무리될 예정이며, 결과가 나올 때까지 파업 계획은 중단된 상태다.
이번 사태가 국제적으로 큰 관심을 받은 이유는 삼성전자가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 때문이다.
메모리는 스마트폰과 노트북뿐 아니라 AI 데이터센터 서버에도 필수 부품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만 명이 참여하는 파업이 발생하면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글로벌 전자 공급망 전체에 파급 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AI 인프라 투자로 메모리 수요가 급증한 시기와 겹치면서 시장의 긴장감은 더 컸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임금 협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은 오랫동안 ‘무노조 경영’ 문화로 유명했던 기업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노조 가입자가 늘고 조직력이 강화되면서 회사 내부의 노동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수만 명 규모의 파업이 실제로 추진됐고, 이를 막기 위해 정부까지 나섰다는 사실은 삼성의 노사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평가가 많다.
최종 결과는 노조 투표에 달려 있지만, 이번 사태만으로도 이미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삼성의 반도체 사업에서도 노동조합이 중요한 협상 주체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