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퀴드 네트워크의 2026년 9월 보안 사고는 단순한 개인키 탈취 사건이 아니었다. 보도에 따르면 신원을 알 수 없는 행위자들이 Elements 소프트웨어의 결함을 악용해, 실제 BTC 준비금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L-BTC를 발행했다. 이어 이 L-BTC를 통상적인 페그아웃(사이드체인 자산을 비트코인 메인체인의 BTC로 상환하는 절차)에 넣어 리퀴드 연합(Federation) 지갑의 실제 BTC를 받아냈다. 이들은 자신들을 ‘화이트햇’이라고 주장했다.
14
35
그 결과 약 4,000 BTC가 준비금에서 빠져나갔다. 사건 전 연합 지갑 잔액은 약 4,200 BTC였으므로 약 95%에 해당하며, 당시 보도 기준 가치는 약 3억2,000만 달러였다.
12
14
핵심 구조: L-BTC는 왜 BTC와 1대1이어야 하나
L-BTC는 리퀴드 연합이 보관하는 BTC를 반영하도록 설계된 자산이다. 정상적인 경우 사용자가 비트코인 메인체인에 BTC를 예치하면 그에 상응하는 L-BTC가 리퀴드에서 유통된다. 반대로 L-BTC를 상환하는 페그아웃에서는 L-BTC가 소각되고, 연합 준비금에서 BTC가 지급된다.
이번 사건의 문제는 이 연결고리의 첫 단계, 즉 발행 검증이 무너졌다는 점이다. 준비금 없이 만들어진 L-BTC가 유효한 L-BTC와 구별되지 않은 채 상환 과정까지 들어갔다. 보도에 따르면 행위자들은 약 4,000 L-BTC를 SideSwap 페그아웃 서비스에 제출했고, SideSwap은 정상 승인 절차에 따라 이를 소각한 뒤 연합이 지정된 비트코인 주소로 3,996 BTC를 지급하도록 처리했다.
35
39
중요한 구분도 있다. 리퀴드는 SideSwap의 페그아웃 승인 키(PAK)가 상환에 사용됐지만 탈취되지는 않았으며, 다른 연합 키도 손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제는 상환 시점까지 부정 발행 L-BTC를 정상 L-BTC와 판별하지 못했다는 데 있었다.
33
53
자금은 어떻게 SideSwap을 거쳐 나갔나
공개 보도를 종합하면 흐름은 다음과 같다.
- Elements의 결함으로 대응 BTC 준비금이 없는 L-BTC가 발행됐다.
- 행위자들이 약 4,000 L-BTC를 SideSwap 페그아웃 서비스에 제출했다.
- SideSwap은 이를 고객의 정상 자산으로 처리해 리퀴드 체인에서 소각하고, 유효한 페그아웃 승인을 기록했다.
- 리퀴드 연합은 비트코인 준비금에서 약 3,996 BTC를 수취 주소로 보냈다.
35
39
즉, 페그아웃 메커니즘 자체가 의도와 다르게 작동한 것이라기보다, 경제적으로 무효인 입력값을 정상 상환 대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무담보 사이드체인 자산이 정상처럼 보이는 상환 경로를 통해 메인체인의 실물 BTC 준비금으로 전환됐다.
OP_RETURN 메시지와 ‘화이트햇’ 주장
BTC를 보유한 측은 비트코인 거래의 OP_RETURN 데이터를 사용해 공개 메시지를 남겼고, 자신들을 “whitehats”라고 밝혔다. 블록스트림은 브리지 노드 패치 후 PGP 서명된 온체인 메시지로 응답했다.
7
45
행위자들은 취약점이 고쳐진 뒤 자금 대부분을 돌려주겠다고 했고, 9월 7일 리퀴드 페그 주소로 3,400 BTC를 반환했다. 보유 주소에는 약 598.5 BTC가 남았다. 이는 인출액의 약 15%이며, 당시 보도 기준 약 4,700만~4,800만 달러 규모였다.
44
45
다만 ‘화이트햇’이라는 표현은 당사자들의 자기 규정일 뿐, 법적·보안상 결론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남은 물량은 사실상의 버그바운티 또는 발견 보상으로 해석됐지만, 제공된 보도만으로 사전에 합의된 보상 프로그램이 있었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44
45
리퀴드와 블록스트림의 긴급 대응
리퀴드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브리지 노드를 비활성화하고 신규 거래를 중단했다. 거래소들에는 L-BTC 입출금을 중단하거나 중단 준비를 하도록 통지했다. 네트워크는 리퀴드 지갑 이용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알리며, 연합 구성원들이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12
33
53
이 중단 조치는 추가 브리지 활동을 막는 데 도움이 됐지만, 리퀴드의 신뢰 모델도 드러냈다. 리퀴드는 비상 상황에서 운영 주체가 개입할 수 있는 연합형 시스템이다. 이런 권한은 사고 확산을 억제할 수 있지만, 누구나 합의에 참여하는 비트코인의 무허가 합의 모델과는 다르다.
리퀴드는 사이드체인에서 발행된 USDT, DePix, 실물자산(RWA) 관련 자산은 이번 취약점의 직접적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직접적인 위험은 L-BTC 보유자와 L-BTC 입출금·페그 기능에 의존하던 서비스에 집중됐다.
11
33
53
이번 사건이 드러낸 L-BTC 담보의 약점
L-BTC의 핵심 약속은 연합이 보관하는 BTC에 의해 1대1로 뒷받침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트코인 메인체인 자체가 이 비율을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리퀴드의 발행·검증 로직, 연합의 보관 및 서명 절차, 페그인·페그아웃 절차가 모두 정확히 작동한다는 전제 위에 성립한다.
이번 사건은 보관 통제가 강하거나 페그아웃 승인이 유효하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발행 단계에서 위조된 청구권이 들어오는 것을 막지 못하면, 그 자산은 결국 한정된 BTC 준비금을 놓고 정상 L-BTC와 경쟁하게 된다.
14
35
39
따라서 래핑·브리징 자산에서 가장 중요한 보안 원칙은 단순하다. 상환 가능한 모든 토큰은 검증 가능한 담보를 가져야 하며, 상환 시스템은 그 담보 규칙을 위반해 발행된 자산을 반드시 거부해야 한다.
커지는 가상자산 인프라 보안 리스크의 한 사례
이번 사건은 전형적인 개인키 탈취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검증과 상환 인프라의 실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브리지, 래핑, 상환 기능이 결합된 시스템에서 이런 공격면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CertiK는 2026년 상반기에 344건의 가상자산 보안 사고로 13억1,000만 달러를 넘는 손실이 발생했다고 집계했다. 전년의 예외적으로 큰 바이비트 침해 사고를 비교에서 제외하면, 손실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8%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19 CoinGecko는 2025년 1월부터 2026년 7월까지 245건의 문서화된 사고에서 총 36억3,000만 달러가 탈취됐다고 집계했으며, 공급망 공격·스마트컨트랙트 취약점·키 탈취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17
리퀴드 사태의 교훈은 한 사이드체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자산을 발행하고, 옮기고, 상환하는 시스템은 담보 가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지는지 검증해야 한다. 발행 검증의 단 한 번의 실패도 겉보기에는 정상인 상환 절차를 준비금 유출 통로로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