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이번 공격의 배후를 자처하는 세력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크게 두 가지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하나는 후티 반군의 세력 확장이고, 다른 하나는 해적 행위의 부활입니다. 후티 반군은 실제로 2026년 6월 2일, 홍해에서 “적(이스라엘)의 항해를 완전히 금지”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습니다 .
그러나 이번 사건의 발생 위치는 이러한 의심을 약화시킵니다. 앞서 언급했듯, 발하프 터미널 인근은 후티의 작전 구역 밖이며, 후티가 이전의 공격에서 주로 선보였던 수단은 소총을 든 소형 보트가 아닌 정교한 드론과 탄도 미사일이었기 때문입니다 .
따라서 더욱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는 소말리아 해적의 귀환입니다. UKMTO는 최근 아덴만과 소말리아 해역에서 활동 중인 해적 그룹에 대한 경보를 여러 차례 발령했습니다. 국제 해군 순찰대의 활약으로 수년간 거의 자취를 감췄던 소말리아 해적은, 주요 전력이 북쪽의 후티 미사일과 드론 방어에 집중되는 ‘보안 공백’을 틈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입니다 . 이번 사건의 양상 역시 소형 고속 보트에 탄 무장 세력이 상선에 접근을 시도한다는 전형적인 해적 공격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2023년 11월 이후,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의 공세는 세계 해운의 핵심 길목인 이 해역의 안보 지형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습니다. 이들은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대한 연대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이스라엘 관련 선박을 겨냥한 봉쇄 작전을 펼쳐 왔습니다. 드론, 탄도 미사일, 폭발정, 기뢰 등을 동원한 공격이 이어졌고, 그 피해는 실로 막대했습니다 .
2025년 7월에는 라이베리아 선적의 화물선 ‘이터니티 C호’가 후티의 공격 끝에 침몰하며 최소 3명의 선원이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 이로 인해 주요 글로벌 선사들은 홍해와 수에즈 운하 항로를 포기하고,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며 아프리카 대륙 남단으로 우회하는 항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미국 주도의 ‘번영의 수호자 작전’과 유럽연합(EU)의 ‘아스피데스 작전’ 같은 국제 해군 연합체가 후티의 미사일과 드론 요격에 집중하는 사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남쪽 아덴만에서는 해적이라는 오래된 위협이 그 틈새를 파고들고 있습니다. 그 결과 홍해 남부로 진입하는 선박들은 한 번의 항해 중에 북쪽의 최첨단 무기와 남쪽의 원시적인 소총 공격이라는 전혀 다른 두 위협에 동시에 대비해야 하는 초유의 상황에 놓였습니다 .
이번 6월 10일의 성공적인 방어는 현대 해상 상업의 냉혹한 현실을 잘 보여줍니다. 위험 해역을 통과하는 상선에게 사설 무장 경비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탑승한 무장 경비팀의 존재 자체가 접근 시도를 막는 강력한 억지력이며, 이번 사건 역시 그 효과를 입증하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되었습니다 .
사건 이후 UKMTO는 해당 해역을 지나는 모든 선박에 주의를 기울이고 의심스러운 활동을 신고하라는 내용의 ‘경보 065-26’을 발령했습니다 . 현재 이 해역을 운항하는 해운사들은 선박에 물리적 장벽을 설치하고, 레이더와 육안 감시를 24시간 강화하며, 무장 경비팀의 즉각적인 교전 태세를 유지할 것을 강력히 권고받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미사일과 해적의 동시 공격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Comments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