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스의 판도는 30랩 만에 급변했다. 폴 포지션에서 출발해 안토넬리와 여러 차례 순위를 주고받으며 환상적인 배틀을 펼치던 러셀이 갑자기 모든 동력을 잃은 것이다. 심지어 두 차량은 바퀴가 서로 닿는 접촉도 있었다. 러셀의 메르세데스 W16은 8/9번 턴 시케인에서 연기를 뿜으며 완전히 멈춰 섰다 .
메르세데스 팀 대표 토토 볼프는 레이스 직후 "배터리 고장으로 보입니다. 차가 말 그대로 암전되어 전기가 완전히 나갔습니다"라고 밝혔다 . 며칠 후, 최고 기술 책임자(CTO) 제임스 앨리슨은 더 상세하고 충격적인 진단을 내렸다. 그는 이 고장을 "치명적인" 배터리 고장으로 규정하며, 이것이 "엔진 킬(강제 정지)"을 유발했고 배터리를 완전히 분리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
러셀은 눈에 띄게 격분했으며, "할 말을 잃었다"면서 "모든 것이 갑자기 꺼졌다... 엔진이 멈추고, 전자 장치도, 제대로 된 브레이크도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 이는 그가 2024년 영국 그랑프리 이후 처음으로 겪는 리타이어였다
. 레이스 후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으며, 러셀은 챔피언십이 이제 안토넬리에게 유리하게 기울었다고 인정했다
.
이 리타이어는 러셀의 타이틀 야망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다. 안토넬리의 우승으로 챔피언십 선두와의 격차는 18점에서 43점으로 크게 벌어졌다. 단 5개의 그랑프리 만이다 . 러셀은 이번 주말을 불과 20점 차이로 시작했기에, 단 한 번의 기계적 결함이 안토넬리의 리드를 사실상 두 배로 만든 셈이다. 메르세데스가 시즌 모든 레이스를 우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팀 내 신뢰성 문제가 가장 큰 적으로 떠올랐다
.
메르세데스의 싸움이 갑작스럽게 끝나면서, 관심은 남은 포디움 자리를 두고 펼쳐진 전설들의 경쟁으로 쏠렸다. 그리고 이 경쟁은 진짜 명승부를 선사했다. 페라리 소속의 루이스 해밀턴은 경기 초반 막스 베르스타펜에게 추월을 허용하며 7초나 뒤처졌다. 하지만 7회 월드 챔피언은 마지막 스틴트에서 타이어 온도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베르스타펜을 끈질기게 압박했고, 경기 막판 62랩에서 바깥 라인으로 멋지게 추월해 2위 자리를 되찾았다 .
해밀턴은 이 경쟁을 "정말 멋진" 배틀이었다고 말했고, 베르스타펜 같은 챔피언을 "사냥하는 것을 정말 즐겼다"고 밝혔다 . 이 결과는 그가 메르세데스를 떠나 페라리에 합류한 이후 최고 성적이며, 페라리로서도 2026 시즌 최고의 그랑프리 결과다
. 베르스타펜은 레드불 소속으로 3위를 차지하며 올 시즌 첫 포디움에 올랐다. 하지만 현재 파워 유닛(PU) 규정에 대해 "레이싱에 매우 반하는(anti-racing)" 규칙이라고 강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 피니시 라인에서는 안토넬리, 해밀턴, 베르스타펜까지 세 명의 간격이 불과 11초 남짓에 불과했다
.
레이스가 끝난 후, 메르세데스는 러셀을 멈추게 한 결함에 대한 철저한 조사에 착수했다. 제임스 앨리슨은 팀의 사후 브리핑 영상에서 배터리가 "레이스 3분의 1 지점에서 치명적인 고장을 일으켰고", 그 결과 즉각적인 엔진 정지가 발생하여 러셀이 아무런 전원 공급도 받지 못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 이 시점이 특히 더 뼈아팠던 것은, 바로 이번 주말이 메르세데스가 올해 첫 대규모 업그레이드 패키지를 도입한 경기였기 때문이다
.
이번 몬트리올 주말은 F1에 완연한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흥미로운 메르세데스 내부 경쟁 구도는 불과 몇 레이스 만에 일방적인 챔피언십 구도로 빠르게 재편되는 모양새다. 한쪽은 안토넬리의 무자비한 퍼포먼스였고, 다른 한쪽은 러셀의 지독한 불운이었다. 브런들은 레이스 전, 심리적 우위를 위해 러셀이 반드시 "안토넬리의 기세를 꺾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 하지만 레이스 결과는 정반대였다. 43점 차이라는 벌어진 격차를 바라보며 러셀은 "신들이 내가 이 싸움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며 깊은 좌절감을 드러냈다
.
아직 17번의 라운드가 남아 있어 챔피언십이 끝난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단 5경기 만에, 키미 안토넬리는 F1 역사상 누구도 해내지 못한 위업을 달성했고, 그의 가장 가까운 라이벌은 운과 신뢰성의 극적인 반전만을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