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이 이런 요구를 한 배경에는 몇 가지 전략적 계산이 있다.
이란은 또한 세계 석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상업 선박에 개방돼 있다고 강조하면서, 다만 이란 해군과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전쟁이 글로벌 에너지 공급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발언이었다.
이번 회의에서 가장 어려운 위치에 선 국가는 의장국 인도였다.
인도 외무장관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Subrahmanyam Jaishankar)는 개회사에서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같은 국제 수로에서 “안전하고 방해받지 않는 해상 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인도가 정치적 편 가르기보다는 무역과 에너지 공급망 안정을 우선시한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인도의 외교적 계산은 복잡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나 이스라엘을 강하게 비판하는 공동 성명을 지지할 경우 다른 중요한 관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공동 입장을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BRICS 내부의 구조적 차이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국제 무대에서 미국의 행동을 비판하는 데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편이다. 두 나라는 미국과의 전략 경쟁 속에서 서방 주도의 질서에 도전하는 외교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한다. 서로 다른 국가들과 동시에 협력 관계를 유지하려는 외교 전략 때문에 특정 편에 강하게 서는 것을 피하는 경우가 많다.
새롭게 참여한 걸프 국가들도 복잡한 입장에 있다.
아랍에미리트는 이란과 같은 지역에 위치한 국가로, 지역 안보 긴장과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란 측은 한 BRICS 회원국이 공동 성명에서 오히려 이란을 비판하는 표현을 요구해 합의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치뿐 아니라 경제적 이해관계도 회원국 간 차이를 만든다.
이 때문에 모든 회원국이 같은 수준의 대미·대서방 강경 입장을 취하기는 어렵다.
최근 BRICS는 회원국 확대를 통해 세계 인구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크게 늘렸다. 그러나 동시에 정치 체제, 지역 이해관계, 안보 동맹이 서로 다른 국가들이 한 그룹 안에 모이게 됐다.
이는 국제 영향력을 넓히는 장점이 있지만, 실제 위기 상황에서 공동 대응을 만드는 것은 더 어려워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BRICS가 내놓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결과는 다음과 같은 형태일 가능성이 크다.
즉, 특정 국가를 강하게 비난하기보다는 **안정과 협력 중심의 ‘신중한 문구’**가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뉴델리 회의는 결국 하나의 사실을 분명히 보여줬다. BRICS는 이제 더 많은 국가를 포함한 영향력 있는 플랫폼이 되었지만, 글로벌 위기 앞에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는 여전히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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