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자국 선수로는 2000년 안드레 애거시 이후 26년 만에 남자 1번 시드가 2회전에서 탈락한 사례로 기록됐다 . 특히 더위로 인한 근육 경련은 통상 ‘컨디션 상실’로 간주돼 메디컬 타임아웃 대상이 아닌데도 시너가 코트 밖으로 나간 것은 여러 테니스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례적인 특혜' 아니냐는 뒷말을 낳았다
.
시너가 무너진 다음 날, 노박 조코비치가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서 같은 코트에 섰다. 시너가 사라지고, 디펜딩 챔피언 카를로스 알카라스마저 부상으로 기권한 상황에서, 24개의 메이저 트로피를 보유한 그에게 사상 최초의 25번째 그랜드슬램 타이틀은 눈앞에 놓인 듯 보였다 . 그의 3회전 상대는 세계 30위의 브라질 10대 신성 주앙 폰세카였다
.
조코비치는 1, 2세트를 6-4로 잡으며 여유롭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하지만 19세의 폰세카는 물러서지 않았다. 강력한 지면 스트로크와 불 같은 서브를 앞세워 3세트를 6-3으로 만회한 그는, 4시간 53분에 걸친 대혈투 끝에 4, 5세트를 연이어 7-5로 가져오는 괴력을 발휘했다 .
결정적인 순간, 5세트에서 5-4로 앞서던 조코비치가 경기를 끝내지 못하고 무너졌다. 2010년 이후 또 한 번 파리에서 당한 2세트 리드 후 역전패라는 치욕. 조코비치의 빛나는 경력에서 2-0 리드를 지키지 못한 것은 이번이 단 두 번째다 . 폰세카는 역대 최연소로 조코비치에게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승리를 거둔 선수로 이름을 올렸고, 네트 앞에서 살아있는 전설과 깊은 포옹을 나누었다
.
시너의 육체가 무너지고 조코비치의 마라톤 경기가 펼쳐진 그 시간, 전 세계 테니스 팬들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의문만이 맴돌았다. 도대체 왜 대회의 폭염 대책은 작동하지 않았을까?
섭씨 32도를 훌쩍 넘는 살인적인 무더위가 선수들을 덮쳤음에도, 현장의 WBGT 측정치는 기적처럼 32.2도를 넘지 않은 모양이었다 .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결국 대회 첫 주 동안 극한 기상 정책은 단 한 번도 발동되지 않았다
.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정책이 가동되려면 실시간 측정치에서 ‘30.1°C 이상의 온도와 함께 높은 습도가 동시에’ 기록돼야 하는데, 이 조합이 파리에서는 사실상 발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
경기 후 노박 조코비치는 더 이상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은 현실을 꼬집으며, 자신이 처음에는 프랑스오픈에 폭염 규정 자체가 없는 줄 알았다고 일갈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호주오픈처럼 낮 시간대 경기를 아예 중단하거나, 기온이 조금이라도 내려가는 저녁 시간대로 일정을 조정하라는 두 가지 대안을 공개적으로 제시했다 .
일부에서는 2026년 대회를 앞두고 이전의 논란을 교훈 삼아 정책이 개정됐으며, ‘극한 기상 정책’이 실제로 발동되는 순간 외부 코트에서는 지체 없이 경기가 중단됐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주장은 가장 거물급 스타들이 탈락하고 있던 첫 주 내내 정책이 단 한 번도 작동하지 않았다는 수많은 보도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시너와 조코비치가 단 이틀 만에 사라지면서, 2026년 프랑스오픈은 완전히 새로운 얼굴들의 전쟁터가 되었다. 젊음과 체력이 극한 상황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듯, 대회는 역사적인 마무리를 향해 가고 있다 .
그러나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유산은 아마도 ‘날씨’와 ‘제도’일 것이다.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몸이 부서지는 순간까지 방치된 채 싸워야 했던 현실. 선수들이 가장 절실히 필요로 했을 때, 그들을 지켜야 할 규정은 무력했다 .
Comments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