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생산성을 크게 높일 잠재력이 있지만, 그 잠재력과 금융 리스크는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파블로 에르난데스 데 코스 사무총장이 강조한 핵심도 여기에 있다. AI 인프라에 대한 투자·차입·기업 간 계약이 지속 가능한 수익 창출보다 앞서갈 경우, 기술 혁신의 과정 자체가 불안정한 투자 사이클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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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투자의 규모가 이미 거시금융 이슈인 이유
BIS는 세계 최대 기술기업 5곳이 2025년과 2026년에 AI에 1조 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 정도 규모라면 AI 인프라 경쟁은 더 이상 특정 기술업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기업 투자, 자금조달 여건, 더 넓게는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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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S의 우려는 AI 지출이 모두 낭비라는 뜻이 아니다. 컴퓨팅 역량, 데이터센터, 관련 설비를 먼저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면, AI 서비스의 장래 매출이 명확해지기 전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BIS 연구는 이른바 ‘선점 투자 경쟁’에서 자금조달 구조 자체가 금융 취약성을 키울 수 있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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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와 사모대출이 하방 위험을 키우는 방식
에르난데스 데 코스 사무총장은 AI 투자가 초기에는 주로 기업 내부 자금과 주식자본으로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외부 자금 의존도가 높아졌고 그중 상당 부분은 사모대출(private credit) 회사가 공급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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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변화는 수익이 기대에 못 미칠 때의 충격을 키운다. 매출이나 투자수익이 부족해도 차입 기업은 이자와 원금을 갚아야 한다. BIS는 부채로 조달한 투자가 침체 국면에서 특수 목적 자산의 헐값 매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컴퓨팅 장비처럼 비싸고 용도가 특화돼 다른 곳으로 쉽게 전용하기 어려운 자산일수록 이 위험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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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대출은 필요한 자금의 공급원을 넓힐 수 있다. 다만 감독당국 입장에서는 위험 익스포저가 최종적으로 어디에 쌓여 있는지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의 본질은 사모대출의 존재가 아니라, 스트레스가 발생하기 전에 레버리지, 담보, 상호 연계된 약정의 구조를 얼마나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느냐에 있다.
‘순환금융’이란 무엇이며, 왜 불투명성이 문제인가
BIS는 반도체 기업,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클라우드·AI 인프라 사업자), AI 기업, 인프라 공급업체를 연결하는 순환적 지분 투자와 기타 계약의 위험을 지적했다. 이런 연결에는 서로의 확장을 뒷받침하는 지분 투자나 구매 약정 등이 포함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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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구조는 빠른 인프라 확충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위험이 어느 경로로 전파되는지는 더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같은 기업들이 동시에 공급자·투자자·고객·자금 제공자 역할을 한다면, AI 수요 기대가 낮아질 때 여러 기업의 재무제표가 한꺼번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BIS는 부채와 순환 지분 구조가 금융 취약성을 만들고 투자 붕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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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와 감독당국이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예상했던 AI 현금흐름이 들어오지 않으면 손실은 누가 떠안는가. 구조가 불투명할수록 이 질문의 답이 늦어지고, 가격 재평가가 무질서하게 진행될 가능성도 커진다.
고평가와 ‘기대의 과잉 연장’ 위험
높은 밸류에이션만으로 거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AI의 경제적 가치를 부정하는 근거도 아니다. 다만 높은 가격은 미래 기대가 수정될 때 시장을 더 민감하게 만든다. BIS는 높은 밸류에이션과 함께, 기업과 투자자가 미래 이익을 지나치게 앞당겨 반영할 경우 투자 경쟁이 과도한 약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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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과거 기술 열풍과의 비교는 AI가 과거의 어떤 거품과 똑같다는 뜻이 아니다. 혁신적 기술도 때로는 과잉 건설, 레버리지 확대, 금융 손실을 동반했고, 장기 경제적 편익은 그 뒤에야 분명해졌다는 점이 핵심이다. 현재의 자본 투입 속도와 미래 현금흐름의 발생 시점·규모 사이에 괴리가 생기는 것이 진짜 위험이다.
생산성 향상은 가능하지만 자동으로 일어나지는 않는다
BIS는 AI가 생산성을 크게 높일 여지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성과는 강력한 모델을 보유하는 데서 저절로 나오지 않는다. 기업이 업무 프로세스를 재설계하고 보완 시스템에 투자하며, 기술을 소수 선도기업 밖으로 널리 확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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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체의 편익 역시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에너지 인프라, 관련 역량을 갖춘 인력, 기업과 공공기관의 효과적인 도입 능력에 달려 있다. 대규모 인프라 지출만으로 폭넓은 생산성 향상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고용 전환, 분배, 사이버 복원력의 과제
BIS는 AI 중심 경제로 전환하는 데 따르는 조정 비용도 강조한다. 더 강력한 AI 도구가 더 많은 업무와 직업에 적용될수록 노동 대체는 심화할 수 있다. 새 일자리와 수요 증가가 그 손실을 충분히 상쇄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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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재교육, 평생학습, 노동 이동성은 부차적 사안이 아니라 핵심 경제정책이 된다. 생산성 향상의 과실이 자본·컴퓨팅 자원·데이터·기술 접근성이 더 좋은 기업, 근로자, 국가에 집중될 수 있다는 분배 문제도 남는다.
AI는 운영과 사이버 측면의 위험도 만든다. 에르난데스 데 코스 사무총장은 금융 부문에서 AI가 모델 리스크, 동조적 행동, 불투명한 의사결정 경로를 증폭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18 소수의 클라우드, AI 모델, 반도체 공급자에 대한 의존이 넓어질수록 공동의 운영 장애 지점이 생길 수도 있다. 금융 리스크 감시와 함께 거버넌스, 복원력 테스트, 실질적인 인간의 감독이 필요한 이유다.
정책당국과 중앙은행이 살펴야 할 것
BIS의 메시지는 AI 투자를 본질적으로 해로운 것으로 취급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정책당국은 기술·인프라·경쟁·폭넓은 접근성을 통해 생산성 향상이 실현될 조건을 마련하는 한편, 금융시스템의 레버리지, 밸류에이션, 숨은 상호연결성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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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공급망, 자본시장, 사이버 위협은 국경을 넘는다. BIS가 금융안정을 글로벌 공공재로 규정하는 이유다. 중앙은행, 감독당국, 규제기관 간 정보 공유와 공통 분석 체계를 포함한 국제 공조가 특히 중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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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국면에서는 수혜자가 달라질 수 있다
AI 투자 사이클의 변화도 또 다른 전환 리스크다. 골드만삭스는 초기의 더딘 출발 이후 기업 현장의 AI 도입이 늘고, 투자의 중심이 인프라 구축에서 추론(inference)과 실제 활용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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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인프라 투자가 반드시 급감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AI가 ‘만드는 단계’에서 ‘사용하는 단계’로 넘어갈수록 최종 수익의 귀속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부채가 많은 프로젝트나 투자 사이클 후반의 인프라 공급업체에는 특히 중요하다. AI 경제 전체가 수익성을 확보하더라도, 수요·가격·추가 설비투자 속도가 현재의 자금조달 가정에 미치지 못하면 패자가 생길 수 있다. BIS의 경고는 결국 AI의 장기 잠재력과, 그 잠재력에 도달하기 위해 선택한 투자 경로의 금융적 회복력을 구분해 보라는 요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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