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대는 곧바로 시장 가격에 반영됐다. 중동 공급이 회복될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향후 글로벌 공급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5% 이상 하락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변수는 미국이 계획했던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연기했다는 발표였다.
이 조치는 협상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시장에서는 이를 단기적 군사 충돌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발표 직후 유가는 하락했다. 브렌트유와 WTI 모두 투자자들이 중동 충돌 가능성을 다시 계산하면서 약세를 보였다.
원유 시장은 실제 충돌이 발생하기 전부터 가격에 위험을 반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군사 행동 가능성이 줄어들면 가격이 빠르게 되돌림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원유 운송 통로 중 하나다. 전 세계 석유 수송량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따라서 봉쇄 가능성이나 군사 충돌 우려가 커지면 유가에는 즉시 **‘리스크 프리미엄’**이 붙는다.
그러나 외교 협상이 진전되면서 해협의 선박 운항이 정상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고, 시장은 가격에 포함돼 있던 위험 프리미엄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유가는 빠르게 하락 압력을 받았다.
외교 진전, 군사 충돌 가능성 감소, 해협 리스크 완화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유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5월 20일 기준으로 브렌트유는 약 6.4% 하락한 배럴당 약 100.32달러, WTI는 약 6.5% 하락한 97.2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월 말 분쟁이 시작된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 중 하나였다.
즉 미국 재고 감소라는 강세 요인보다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가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올해 2월 중동 분쟁이 시작된 이후 유가는 뉴스 헤드라인에 매우 민감하게 움직여 왔다. 특히 다음과 같은 사건이 있을 때 큰 변동이 나타났다.
이러한 사건들은 모두 대규모 공급 차질이 발생할 확률을 바꾸기 때문에 유가에 즉각적인 영향을 준다.
이번 사례는 원자재 시장의 중요한 특징을 보여준다.
현재 공급 상황보다 ‘앞으로 공급이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기대가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원유 재고 감소는 보통 유가 상승 요인이지만, 중동 긴장이 완화되면 더 많은 원유가 시장에 돌아올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된다. 그 결과 유가에 붙어 있던 지정학적 전쟁 프리미엄이 빠르게 제거되며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
이처럼 미·이란 협상과 중동 정세가 계속 불확실한 상태인 한, 브렌트유와 WTI 시장의 높은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