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CEO의 면담은 메모리 반도체를 훌쩍 뛰어넘었다. 그는 현대자동차그룹, LG, 네이버의 수장들과 연이어 만났다. 이들 기업은 황 CEO가 ‘피지컬 AI’라 부르는 분야, 즉 로보틱스, 자율주행, AI 기반 제조업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
현대차그룹의 첨단 로봇 사업부와 한국의 탄탄한 제조 생태계는 엔비디아에게 데이터센터를 벗어난 AI 배포를 위한 완벽한 시험 무대를 제공한다. “세계의 공장과 도로에 동력을 공급하겠다”는 야심을 품은 기업에게,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화된 산업 강국과의 긴밀한 파트너십은 그 어떤 자산보다 값지다 .
이번 방문을 가장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대중을 직접 겨냥한 행보다. 6월 5일 주요 기업인들과의 비공개 만찬을 가진 후, 황 CEO는 6월 6일 한국의 대표적인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했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의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에 비견될 만큼 높은 인지도를 자랑한다 . 그다음 날인 6월 7일에는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시구자로 나섰고,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직접 타석에 들어서 화답했다
.
업계 분석가들은 이를 5천만 한국 소비자와, 더 나아가 정치적 리더십을 겨냥한 의도적인 ‘매력 공세’라고 평가한다 . 국민적 호감도를 쌓아둠으로써, 향후 발생할지 모를 무역 마찰이나 규제 변동이 엔비디아의 한국 내 입지를 뒤흔들지 못하게 하려는 포석이다. 이는 공급망과 고객 기반이 특정 해외 시장에 집중될 때 필수적으로 동원되는 소프트 파워 전략의 정석과 같다.
이 모든 행보 뒤에는 국제 정세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는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칩이 과거 최대 시장 중 하나였던 중국으로 향하는 길을 급격히 좁혀 놓았다 .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라는 틀 안에서 이 빈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막대한 규모의 시장을 제공한다. 엔비디아가 한국에 첨단 GPU를 판매할 때마다, 핵심 동맹국의 AI 역량은 강화되고 동시에 중국 시장에서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매출은 유지된다.
황 CEO의 잦은 방한과 매우 공개적이고 다정한 교류 방식은, 엔비디아가 한국을 중국의 임시 대체재가 아니라 자사의 글로벌 전략을 떠받치는 영구적인 핵심 기둥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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