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부채 조달은 투자자 수요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 업계 전반의 회사채 금리는 상승하고 있으며, 신용파생상품(CDS) 시장에서 주요 기술 기업들에 대한 순 명목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125억 달러(약 17조 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2025년 2분기 이후 500% 증가한 수치다 . 헤지펀드와 기관투자자들이 채무 불이행 가능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헤징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오라클은 투자자들의 극심한 스트레스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신호다. 오라클의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채무 불이행 시 손실을 보상받는 파생상품)는 2026년 7월 24일 사상 최고치인 203bp(베이시스 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오라클 부채 1000만 달러(약 14억 원)를 보호하는 데 연간 20만 3000달러(약 2억 8000만 원)가 든다는 의미다 . 불과 1년 전인 2025년 중반의 4배가 넘는 수준이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최고치마저 뛰어넘었다 . 장기 회사채도 동반 매도되면서 차입 비용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
이 같은 공포를 부추기는 재무적 근거는 명확하다.
분석가들이 묘사하는 딜레마는 오라클의 AI 매출이 확실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그 성장을 조달하는 방식이 '투자자들이 현금을 회수하기까지 수년을 기다려야 하는 재무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 분석가들은 잉여현금흐름이 적어도 2028년까지 깊은 마이너스를 유지하다가 2030년이 되어서야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 .
미국 하이퍼스케일러 투자 이면의 근본적인 경제적 가정, 즉 거대하고 고가의 인프라가 프리미엄 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저렴한 중국산 대안들에 의해 흔들리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로이터, 블룸버그는 각각 저렴한 중국 AI의 경쟁 압력이 이제 실리콘밸리 투자 논리의 최우선 순위 관심사가 되었다고 보도했다 . 추론(Inference) 가격이 계속 하락한다면, 수조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구축에 대한 수익은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규모로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
애플은 대규모 AI 관련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들 명단에서 찾아볼 수 없다. 여기에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애플의 AI 전략은 클라우드가 아닌 기기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에서 실행되는 온디바이스(on-device) 모델을 배포하는 방식이므로 초대규모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필요가 없다. 이에 따라 자본 지출 규모가 훨씬 작고, 영업 현금흐름으로 충당이 가능하며, 중국 기업들이 교란시키고 있는 상품화된 추론 가격 모델에 의존하지 않는다. 애플 접근법은 실행 위험(Execution Risk)을 수반하지만 부채로 인한 재무제표 위험은 수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더 낮은 위험의 AI 노출 전략으로 평가된다.
AI 관련 부채 발행의 급증과 동시에 발생한 CDS 헤징의 폭발적 증가는 신용 시장이 이번 인프라 투자 사이클의 수익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오라클과 같이 레버리지가 가장 큰 기업, 그리고 저렴한 중국 AI 모델이 이미 기업 트래픽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그렇다. 오라클의 회사채와 CDS 시장은 일시적인 성장기 조정이라기보다는 구조적인 지급 능력 우려에 가깝게 움직이고 있으며, 그 신용 지표는 AI 열풍이라는 후광이 없었다면 어느 업계에서든 경보를 울렸을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