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 지점이 늘어나면 러시아는 공격 경로와 출격 지역을 더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가 발사 시설을 찾아 타격하는 일도 어려워진다. 우크라이나에 가까운 기지에서는 비행 거리를 줄여 더 많은 드론을 한꺼번에 보내거나, 여러 차례 파상 공격을 이어갈 수 있다.
이런 압박은 8월 16~17일 밤 공격에서 드러났다. 우크라이나 공군에 따르면 러시아는 쿠르스크, 오룔, 프리모르스코아흐타르스크, 러시아가 점령한 도네츠크 방면에서 샤헤드 계열과 게르베라, 파로디야 기만용 드론 등 총 128대를 발사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중 106대를 무력화했다고 밝혔지만, 14곳에서는 드론의 피격이 확인됐다.
여기서 ‘무력화’는 방공망이나 전자전 체계로 격추하거나 작동을 억제한 경우를 모두 포함한다. 따라서 106대라는 수치가 모든 위협이 피해를 일으키기 전에 파괴됐다는 뜻은 아니다. 대규모 혼합 공격에서 우크라이나 방공망이 상당수의 드론을 처리하는 동시에, 일부가 방어망을 뚫을 수 있다는 현실을 함께 보여주는 수치다.
러시아는 기존 드론의 발사 지점만 늘리는 것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정보기관과 전쟁 분석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는 요격이 더 어려운 제트엔진 장착 제란-4·제란-5 생산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제트엔진을 장착한 BM-35의 경우 시속 350km 이상, 비행거리 200km 이상이라는 수치가 러시아 측 주장과 우크라이나 측 평가를 통해 보도됐다. 다만 이는 독립적으로 검증된 제원이 아니라 관련 당사자들의 주장과 평가에 기반한 수치인 만큼 신중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방향성 자체는 분명하다. 속도를 높여 우크라이나의 요격 드론과 헬리콥터, 전투기, 지상 방공체계가 대응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러시아가 타격용 드론과 레이더를 교란하는 기만용 드론을 함께 투입하는 전술도 방공망의 탄약과 작전 능력을 소모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발사 기지의 위치와 드론의 최대 추정 비행거리, 목표 지점의 위치만으로 공격 의도를 입증할 수는 없다. 바르샤바나 발트 3국에 대한 공격이 임박했다는 의미도 아니다.
대신 나토에는 새로운 대비 과제가 생긴다. 발사 시설이 여러 곳으로 분산되면 감시와 조기경보, 정보 공유, 방공망 배치가 더 중요해진다. 특히 동부 전선 인근 국가들은 특정 기지 하나를 감시하는 방식만으로는 전체 위협을 파악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리투아니아 국방장관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산 드론을 이용해 발트 지역의 주요 기반시설을 겨냥한 도발이나 ‘위장공격’을 벌일 수 있다고 경고한 보도도 있었다. 다만 이 경고 역시 러시아가 나토에 대한 임박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증거는 아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러시아가 드론전을 제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 기지와 수십 개의 발사 레일, 더 크고 빠른 제트엔진 드론, 계속되는 생산 확대가 결합하면서 드론 공격은 즉흥적인 작전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반복 가능한 체계로 바뀌고 있다.
우크라이나에는 감시해야 할 발사 지점이 늘어나고, 더 크거나 빠른 드론 편대를 막아야 하는 부담이 커진다. 나토에는 동부 지역을 향한 러시아의 재래식 타격 선택지가 확대되는 셈이다.
현재 공개된 정보가 뒷받침하는 결론은 ‘러시아가 나토를 곧 공격한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지속하고 필요할 경우 주변 지역까지 위협할 수 있는 드론 인프라를 빠르게 구축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전략적 우려로 남는다.